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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가치를 훼손하는 ‘무리’는 보수가 아니다

보수주의의 요체…민족공동체, 자유시장경제, 민주공화주의 

기사입력2019-03-19 09:55
최민식 객원 기자 (newway40@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최민식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장
대한민국에 보수는 존재하는가. 도대체 대한민국의 보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다시 박근혜로 대표되는 세력이 힘을 얻고 있다. 이 흐름은 복거일 씨가 최근 저작에서 대한민국 보수는 지도자를 잘못 뽑았다고 토로한 것과 다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대한민국을 살리겠다고 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운운한다. 전두환 씨의 5·18 명예훼손도, 자당 의원들의 5·18 망언도 나몰라라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더 나간다. 문재인 대통령을 북한 대변인에 비유하더니, 친일부역자를 징죄하기 위해 운영했던 반민특위가 국민분열이란다. 도대체 이들이 살리자는 대한민국은 무엇인가.

 

이들에게 보수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것도 아이러니다. 전두환 씨는 헌법파괴 쿠데타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인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과 부패로 헌법재판소를 통해 최종 탄핵됐으며 종신형에 가까운 형이 선고된 바 있다. 이들에게 과연 국가와 민족, 공동체를 위해서 희생하고 헌신할 마음이 있었나. 오히려 권력에 눈이 멀어 국민생명과 안위를 파괴하고 국민세금을 갈취하는 범죄집단에 불과했다.

 

가짜다. 보수가 아니다. 진짜 보수는 무엇인가. 보수는 한자로 지킬 보() 지킬 수(), 영어로는 ‘Conservatism’이다. 무엇을 지켜야 하는 것인가

 

서구적 의미의 보수주의는, 공산주의와 파시즘에 대립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주의라는 민주공화국의 3대 가치를 대표한다. 따라서 보수주의란, 자유주의 시장경제와 민주적 공화주의로 확정할 수 있겠다.

 

그보다 훨씬 근본적으로, 보수주의란 인간사를 이끌어가는 기본틀로서 전통사회체제에 대한 신뢰다. 보수주의는 1790년 에드먼드 버크의 프랑스 혁명에 관한 성찰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프랑스 혁명이라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공포심에서 격렬하게 반발하고, 지켜야할 인류역사와 사회제도의 가치를 보수주의로 표현했다. 보수주의는 가부장제 가족, 지역 공동체, 교회, 길드, 민족과 같이 역사적으로 성장하면서 천 년 이상 유럽을 지탱해 온 중개적 제도들을 중요시하는 것이었다. 입증되지 않은 가설을 경계하고 수천년 내려온 전통을 중심축으로 삼는다. 과연 지킬만한 것이 있다. 바로 민족이다.

 

민족공동체와 자유시장경제, 민주공화주의, 이 세가지가 보수주의의 요체인 것이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서울본부 회원들이 지난 13일 서울 동작구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지역구 사무실을 찾아, 전날 나 원내대표의 국회 원내교섭단체 국회 연설을 규탄하고 있다.<사진=6·15남측위 서울본부/뉴시스>
자유한국당은 이 세 가지를 모두 반대한다. 평화보다는 냉전을, 자유시장경제 보다는 재벌체제를, 민주공화주의보다는 수구독재를 지향한다. 경제민주화를 좌파이념이라고 공격하고 한반도 평화체제와 신경제를 추진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북한 김정은의 대변인이라고 농락한다. 심지어 위헌을 일삼는다. 이들이 반대하는 경제민주화도 평화통일도 명명백백한 헌법 이념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반도신경제노선은 대한민국 경제를 세계 7위의 반열에 올려놓을 경제전략이다. 최근의 연구자료에 의하면, 단순히 남북경협의 발전으로도 1.5% 수준의 추가 성장률을 확보한다. 여기에 동아시아 경제지대가 새로운 성장지대로 발전하면, 한반도는 그야말로 도약의 기회를 맞이한다. 경제를 살리는 길이 여기 있는데, 자유한국당은 이를 막아서고 있다.

 

한국의 보수는 전통의 권위와 지혜를 존중하고, 대중독재나 전제정치의 위험에 맞서 다원적 질서나 정치적 분권화를 선호하는 상식적 의미의 보수가 아니다. 오히려 국가에 절대적인 권능을 부여하고 국가를 자기 세력의 사유물로 휘두르는 파시즘에 가깝다. 어쩌면 일제의 식민통치 대리인 나아가 한국전쟁기의 반공세력이 개발독재시대를 장악하면서 벌어진 불행한 사태가 아닌가 생각한다. 진짜 보수주의가 아니라 친일합리주의, 군사독재합리주의, 정경일체국가주의가 대한민국의 보수가 된 연원이다. 필자는 이를 한국형 보수라고 하느니, 아예 수구패권세력으로 명칭을 확정하고 통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의 본질을 생각한다. 정치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인이란 공동체의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용기가 있어야 한다. 막스베버는 이를 소명의식이라 했다. 분단체제가 냉전비용을 지나치게 많이 요구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심각하다. 삶의 위기도 가중된다. 민족을 회복하는 것이, 정치적 통일의 길이 요원하다면 경제적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 김구 선생이 마지막으로 소원했던 세계 평화의 중심에 서는 것이 더 이상 실현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한반도신경제를 통한 평화체제는 따라서 이 시대 민족의 회복을 앞당길 유일무이한 길이다.

 

수 년 내로 다가올 한반도 평화경제 시대를 앞두고 이를 담보할 정치의 성숙이 절실하다. 한반도 정치에 박근혜국정농단을 수호하자는 수구가 낄 자리는 없다. 민족과 자유시장경제, 민주적 공화주의의 가치를 지키는 참된 보수주의가 있는 곳은 자유한국당이 아니라 오히려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야당이다.

 

한반도 정치는 분명하게 냉전과 결별해야 한다. 한반도 정치는 신한반도평화경제 체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대한민국의 지위와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낡은 53년 냉전체제와 87년 민주·독재 공존체제, 그리고 95년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 양극화체제를 뛰어넘는, 낡은 정치와 마침내 결별하고 새로운 시대를 선도할, 새로운 한반도 정치를 소망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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