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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경과보고서 채택 기준선, 여야 합의로 운영해야

여야간 정쟁으로 자질과 도덕성 겸비한 후보자가 낙마해선 안된다 

기사입력2019-04-15 19:09
김영규 객원 기자 (hjlee1000@gmail.com) 다른기사보기
인하대 김영규 명예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의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없이 장관후보자 5명을 지난 4월8일 장관으로 임명했다. 이로써 현 정부 들어 인사청문회 이후 관행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를 통과하지 못한 장관은 모두 11명으로 늘었다. 이를 두고 언론과 야당의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여야간 대치상황이 더욱 격화돼 향후 국정운영에 큰 차질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지금 이 순간에도 헌법재판관 이미선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이 불가하다면서, 야당은 후보자의 주식거래 의혹을 고발하는 것과 함께 청와대 인사검증팀 경질을 요구하는 등 공세수위를 더욱 높이는 상황이다. 
 
여야간 팽팽히 맞선 정국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인사청문회제도를 아예 없애는 게 낫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청와대와 행정부를 감시하는 국회의 견제기능 중 하나가 인사청문회인 만큼, 그것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여야간 대결과 협상이야말로 과거의 유신독재보다 나은 민주정치가 당연히 겪어야 할 과정이고 국민이 감내해야할 정치로 여겨야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런 차원에서 인사청문회제도 취지를 살리면서, 자질과 덕망을 갖춘 후보자가 여야간 정쟁으로 낙마하는 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한다는 게 국민의 요구다. 
 
이미선 헌재재판관 후보자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주식에 관한 질의를 듣고 있다.<사진=뉴시스>
그렇다면 인사청문회 결과가 정당 간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경과보고서 채택이 거부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짚어 보아야한다. 지금까지 거부당한 11명 장관후보자들의 청문기록에서 드러났듯이, 그것의 근본원인은 배척기준을 둘러싼 여야 의원들 간 공방 때문이다. 여야간 공방이 정쟁으로 번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후보자 자신이 사전질문서를 통해 스스로 제출한 답변 중 배척기준 관련 정보를 신뢰할 수 없거나 그 내용이 미흡해서다. 인사청문회에서 후속보고서 제출을 요구해 관련 정보의 진위가 확인된 사례도 있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이미 호불호가 정해진 상태에서 여야 모두 자신의 입장을 철회하기는 쉽지 않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여야 모두 배척기준 그 자체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큰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인사청문회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핵심 관건은 배척기준과 관련된 후보자의 객관적이고 진실된 정보를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 여부다. 
 
먼저 배척기준에 해당되는 후보자는 청와대의 추천단계에서부터 아예 배제한다는 원칙을 준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한다.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통해 후보자 정보에 대한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청와대 인사검증팀이 사전에 확인한 후, 국회에 제출하도록 법적절차를 강제하는 방안이 있다. 배척기준과 관련한 정보에 대한 증빙은 인사청문회 개최 및 후보자 경과보고서 채택에 앞서 전제되는 필요조건이다. 후보자에 대한 배제기준 관련 정보가 필요조건을 충족했다면, 청와대 인사검증팀의 법적의무는 모두 이행한 것으로 본다. 
 
이제 청와대를 벗어나 인사청문회 과정을 통해 충분조건이 만족돼야한다. 충분조건이란 배척기준을 통과한 후보자가 과연 임명된 공직을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인지 여부를 검증하는 과정이다. 필요조건 충족은 기본적인 자격기준 이지만, 인사청문회 통과 결정이 있기 전이라는 점에서 소극적인 통과조건이라 할 수 있다. 필요조건 이외 후보자가 충분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사청문회 여야 합의 또는 묵인을 통해 장관 적임자라는 사실이 확인돼야한다. 필요조건이 아닌 충분조건 충족 여부를 둘러싼 논쟁만이 여야간 타협을 완성시키는 조건이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정국을 안정시키는 긍정적인 조건이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후보자가 충분조건을 충족했는지 여부에 대한 검증방안은 크게 두단계로 나뉜다. 하나는 검증통과를 위해 갖추어야 할 실적 관련 요소들을 확정하는 단계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 요소들을 평가하는 단계다. 전자에 해당되는 검증대상은 후보자가 평생 노력해 온 실적에 관한 기록이다. 그리고 후자에 해당하는 평가척도는 크게 상중하(上中下)로 나눌 수 있다.
 
후보자가 일생 쌓아온 실적에는 기본적으로 두가지가 있다. 사적인 실적과 공적인 실적이다. 사적성과(private records)는 후보자 개인이 7대 배척기준을 중심으로 그것들과 관련된 사안들을 본인이 직접 작성하는 질문서에 기록한다. 미국의 질문지(SF86)에서처럼 후보자 자신의 양심과 이성에 맡김으로써 후보자에 대한 신뢰를 점검하기 위한 기초가 된다. 여기서 후보자가 의도적으로 허위나 은폐로 기록했음이 밝혀지면 법적으로 처벌하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적성과 외에 또 하나 중요한 검증요소는 역시 후보자가 자술로 제출한 공적성과(public records)에 관한 기록이다. 공적성과는 후보자가 특정 고위공직에 적임자인가를 판단하는 핵심적인 요소다. 여기에는 후보자의 전공분야나 자신이 역임했던 직무 관련 기록이 당연히 포함된다. 인사청문회에서 전공이나 전문성에 관한 사실관계를 검증하기 위해 관련 증인이나 참고인을 출석시킬 수 있다. 미국의 SF86을 원용해 후보자의 고용주를 출석시킬 수 있고, 공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上上의 평가를 받은 최상위 후보자는 당연히 고위공직자로서의 자격을 가진다. 또한 공·사 성과에서 上中 또는 中上을 취득하거나 中中을 얻은 후보자들 역시 대통령책임제 구현이란 측면에서 임명에 무리가 없다고 본다. 이들을 제외한 5~9급 중하위 후보자에 대한 경과보고서 채택여부를 두고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제안하는데, 경과보고서 채택 커트라인을 여야가 합의해 운영했으면 한다.<그래픽=이창호기자>   ©중기이코노미
이제 마지막으로 후보자 검증을 위해 사적성과와 공적성과, 즉 검증요소에 대한 상중하 척도를 부여하는 일만 남겨두고 있다. 이는 인사청문회 이후 국회 소관 상임위에서 보고서를 채택하기 위해 거쳐야 할 최후의 절차다. 평가척도는 후보자의 사적성과 또는 공적성과가 우수할 때는 上, 중간이면 中, 그리고 열등하면 下를 부여한다. 이어 검증요소별 부여된 상중하 3단계 평가척도를 통합해 후보자별 급수를 정할 수 있다. 예컨대 후보자가 사적성과에서 上을, 공적성과에서 中을 받았으면 합쳐 上中급이 된다. 이에 따라 후보자가 받을 수 있는 평가등급은 9등급 중 하나의 등급이 된다. 9등급 중 사적성과와 공적성과 모두 우수해 上上을 받은 후보는 최상위(1급) 자격을 갖게 된다. 이와 정반대로 下下를 받아 최하위 9등급을 기록하는 후보도 있을 수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上上의 평가를 받은 최상위 후보자는 당연히 고위공직자로서의 자격을 가진다. 또한 공·사 성과에서 上中 또는 中上을 취득하거나 中中을 얻은 후보자들 역시 대통령책임제 구현이란 측면에서 임명에 무리가 없다고 본다. 이들을 제외한 5~9급 중하위 후보자에 대한 경과보고서 채택여부를 두고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제안하는데, 경과보고서 채택 커트라인을 여야가 합의해 운영했으면 한다. 예컨대 8~9등급은 청문보고서 미채택, 6~7등급은 여야합의, 5등급은 청문보고서 채택 등으로 제도화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8~9등급 후보자로 예상되는 경우 청와대 인사검증팀이 사전에 배제하는 게 옳다. 인사청문회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고 여야간 협력을 통해 국정차질을 예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끝으로, 미국에서 후보자에게 요구하는 마약이나 알코올중독 문제, 외국관련 활동경력, 테러리즘 등 불법적인 반체제 활동경력을 배척기준에 포함할지 여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것보다 더 중요하게는, 국민 대부분이 동의하는 과거 국정농단 불법 비리·척결, 여성인권 보호와 신장, 한반도의 평화 정착에 대한 찬성 여부 역시 사전설문지에 추가할 수 있는 이슈로 본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인하대 김영규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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