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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업체 쥐어짜는 현대차 재고관리 최적화

“제 때 공급 못하면 ‘1분당’ 수십만원 손배”…1차, 2차에 갑질 악순환 

기사입력2019-05-02 00:00
김종보 객원 기자 (jongbokim518@gmail.com) 다른기사보기

법률사무소 휴먼 김종보 변호사
사업하면서 재고관리를 제대로 하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하지만 참 어렵다. 식당에서 재고가 많으면 식재료가 낭비되고, 재고가 부족하면 음식을 만들어 팔 수 없다. 매출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면, 자재나 부품의 재고를 넉넉하게 갖추는 것이 좋다. 하지만 재고를 넉넉히 구비하는데 드는 구매비용도 만만치 않기에 현재 재무상태를 고려해야 한다. 재고관리는 수익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적정한수준의 재고관리를 꿈꾼다. 하지만 그 적정한수준을 맞춘다는 것이 너무 어렵다.

 

그런데 이런 재고관리시스템은 어떨까? 얼마나 생산·판매해야 할지 잘 몰라 재고를 준비하지 않다가, 생산·판매가 어느 정도 확정이 되었을 때 자재·부품을 주문하기만 하면 자재·부품 공급업자가 하루나 이틀 사이에 딱 가져다주는 시스템 말이다. 딱 필요한 만큼만 재고를 보유한 채, 구매비용도 절약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최적화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은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자재·부품 공급업자도 똑같은 처지에서 재고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어느 자재·부품 공급업자가 언제 올지 모를 수요처의 주문을 위해 자재·부품을 준비할 수 있겠는가. 공급업자 입장에서는 그 자재·부품을 생산·판매하기 위한 원부자재가 바로 재고에 해당한다.

 

하지만 불가능은 없다는 정주영 전 회장의 명언을 받들어서인지, 현대자동차는 불가능해 보이는 재고관리시스템을 갖추었다. 현대자동차는 1, 2차 하도급업체들을 직서열 방식으로 구조화한 다음, 자기는 재고부품을 1~2일치만 보유했다. 즉 하도급업체들은 현대자동차가 부품을 공급해달라고 하면 1~2일 안에 공급해야 하는 것이었다. 만약 제 때에 공급을 하지 못해 자동차 생산라인이 정지될 경우 1차 하도급업체는 1분당 50만원~1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내야한다.

 

1시간도 아닌 ‘1분당’ 50만원~100만원이다. , 1시간당 3000만원~6000만원, 18시간 기준 24000만원~48000만원이다. 울산공장의 경우 총 5공장 10라인이므로 전 라인 중단시 124억원~48억원이다. 심지어 일정 시간 이상 부품 공급이 중단될 경우, 1차 하도급업체는 향후 현대자동차 입찰에서 배제되는 제재를 받게 된다. 현대자동차의 불가능해 보이는 재고관리시스템은 1분 단위로 매겨지는 위약금 약정 덕분에 가능하다.

 

현대자동차는 1차, 2차 하도급업체들을 직서열 방식으로 구조화한 다음, 자기는 재고부품을 1~2일치만 보유했다. 즉 하도급업체들은 현대자동차가 부품을 공급해달라고 하면 1~2일 안에 공급해야 하는 것이었다. 사진은 지난 3월 ‘2019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에서 공개된 현대자동차 소나타 하이브리드 모델.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사진=뉴시스>

 

재고를 1~2일치만 갖고 있겠다는 고객(현대차)의 투철한 신념(?)은 그렇다 치자. 그런데 이기적인 신념을 가진 고객에게 자칫 하루만 부품 공급이 늦어져도 최소 24000만원을 물어줘야 하는 하도급업체의 처지는 현대판 노예와 다름없다. 위약금을 피하기 위해 납기에 늦지 않으려면 노동자를 갈궈서라도 공장을 돌려야 한다. 불규칙한 밤샘 야간노동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약정할인 제도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납품단가는 낮아지는데, 주문량은 제자리걸음이거나 늘어나지 않는다. 수익성은 갈수록 나빠지고 심지어 원가도 안 나올 수 있다.

 

1차 하도급업체는 2차 하도급업체에 한 술 더 뜬다. “내가 현대차에 손해를 물면, 네가 부담해라”, “나도 약정할인을 하니, 너도 약정할인을 해라는 식이다. 갑질이 갑질을 낳는다. 이것은 나도 당하니 너도 당해봐라는 차원이 아니다. 갑질의 본질은 하도급구조에서의 권력적 우위를 이용해 재고관리의 위험을 전가하는 것에 있다. 만약 하도급업체가 경제적·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다면, 고객인 현대자동차가 감히 1분당 100만원의 위약금을 물릴 수 있겠는가.

 

혹자는 고객(현대차) 덕분에 먹고 사니 고객이 해 달라는 대로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부당하다면 처음부터 위약금이나 할인 약정을 하지 말아야지, 자기가 사인해 놓고 왜 갑질이라고 하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것은 질문 순서가 바뀐 것이다. “똑같이 재고관리가 어렵고 사업상 위험이 있는 것인데, 고객(현대차)은 왜 그걸 하도급업체에 전가하는가”, “위약금이나 할인 약정이 상대방에게 부당한 요구라면 처음부터 요구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질문해야 옳다.

 

현대자동차는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다. 2017년 글로벌 판매량은 725만대, 5위에 이른다. 외국에서 현대자동차를 보면 왠지 반갑고 뿌듯해진다. 현대·기아자동차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201984%를 기록하고 있다. 도로를 다니는 차량 10대 중 7, 8대는 현대·기아자동차인 셈이다. 자랑스러운 현대자동차는 불가능은 없다면서, 하도급업체를 쥐어짜는 재고관리 최적화 시스템을 만들어 버렸다. 정주영 회장이 무덤에서 한탄하고 있을지 모르겠다.(중기이코노미 객원=법률사무소 휴먼 김종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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