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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亞 경제협력 시동걸려면 北 제재 완화돼야”

비핵화 최종목표 합의와 단계적 이행 로드맵…북미정상회담 해법은 

기사입력2019-05-08 11:11
최민식 객원 기자 (newway40@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최민식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장
작금의 한반도 정세를 두고 벌이는, 냉전주의 전문가들의 관점은 문제가 크다. 냉전주의자들은 북한을 불량국가로 전제하고 북한의 핵개발 자체를 부정한다. 평화체제를 목표로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북한의 핵무장 해체를 목표로 한다. 따라서 북핵 비핵화에 대한 등가의 보상에도 관심이 없다. 미국 냉전주의자들의 발언은 고스란히 대한민국 냉전주의자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북한과 전쟁이라도 치를 셈인가.

 

애초에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던 미국의 냉전주의자들은 북한의 핵개발 수준을 매우 저급한 단계로 평가하고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단정했었다. 2010년 스탠포드 대학 해커 박사의 방북 조사를 기점으로 북한의 핵기술을 조금씩 인정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도 불과 2~3기에 불과하다, 핵탄두의 위력이 제한적이다, 미사일 기술이 일천해서 미국 본토에 이르기 전에 태평양에 추락한다 등등 매우 저평가했던 것이 엊그제였다.

 

그러나 북한은 러시아의 핵무기 제조기술을 수입하고 자체 연구를 더해 우라늄 농축기술, 핵탄두 제조기술, 대륙간 탄도 미사일 기술을 확보했다.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선언한 것이 201711월이다. 현재 핵탄두 30기를 확보하고 있으며 마음만 먹으면 앞으로 수십기를 더 생산할 역량이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ICBM의 개발도 완료했다. 실질적인 핵보유국이다. 미국의 냉전주의자들은 이제와서 국제적으로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공인되기 전에 북한 핵을 폐기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핵 없는 한반도종전선언, 평화선언, 불가침조약, 전략자산 배치 변경

 

그런데 작년 6월 북미정상회담에서 냉전주의자들의 전략과 다른 일이 벌어졌다. 양국 정상이 합의한 것은 냉전이 아니라 평화, 번영, 공동안보였다. 일방적인 북핵 폐기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이고 북미간의 관계 정상화라는 목표를 내세운 것도 특징적이다.

 

6·12 센토사 합의문을 놓고 복기해보자. 합의문 3항은 이렇다. “3,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지난 2018427일 있었던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이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의 진전을 위해 노력할 것을 합의하였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4·27 판문점 선언에 기반함을 알 수 있다. 판문점 선언 34항이 한반도 비핵화다. 선언 4항은 이렇다.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하였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진전을 통해 핵 없는 한반도, 전쟁이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핵 없는 한반도란 무엇인가. 전통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란, 북한핵 뿐아니라 미국의 핵공격 위협을 동시에 제거하는 것이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하듯이 미국도 북한을 겨누고 있는 핵무기와 전략자산 배치를 폐기하라는 것이다. 이는 작금의 일방적인 북핵 폐기론과 궤가 다르다.

 

북한내 비핵화에 대한 개념도 따라서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과 상응한 미국의 조치를 전제로 한다. 미국의 조치란 종전선언, 평화협정, 불가침조약, 전략자산 배치 변경 등을 뜻한다.

 

최근 영변의 핵역량과 영변이외의 핵시설에 대한 논란이 많다. 그러나 영변이 미래핵 역량의 80%를 차지하는 북한 핵기술의 정점인 바, 이를 폐쇄한다는 것은 사실상 전면적인 핵동결을 의미한다. 영변 이외의 핵시설들이 몇군데 있고 우라늄 농축은 30여 군데에서 해낼 수 있다는 지적과 비난은, 비핵화의 진전과정에 대한 몰이해에 기반해 일거에 모든 핵역량을 해체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다. 따라서 북한 입장에서 현단계 북미정상회담에서 내놓은 비핵화 조치란 1차적으로 북한 영변만 비핵화하는 핵동결이지 핵역량의 완전포기는 아니다. 만약 핵포기 수준이려면 일본과 괌의 비핵화까지 거론하고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완전 철수를 주장할 것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의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가 스몰딜(small deal)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의 최종 목표(end state)에 합의하면, 단계적 이행 로드맵에 합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로즈가든을 통해 함께 정상회담장으로 향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정은의 북한은, 체제보장과 경제발전 주도권 없는 일방적 핵포기는 리비아나 이라크 꼴이 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의 회유에 넘어가 모든 핵역량을 폐기했을 때 내전에 휩싸이고 지도자가 살해됐던 리비아 사례가 대표적이다. 반면 중국의 경우 미국의 견제를 뚫고 핵개발을 했기에 오늘날 강대국의 반열에 올랐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핵을 당분간 보유한 채 비핵화 진전과 상응한 체제안전 수단들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중간 결론이다. 북한이 진실로 원하는 것은 체제보장의 안전판을 스스로 갖추는 정상국가 지위와 국제사회의 협력을 얻는 개혁개방이다. 베트남의 경우처럼, 결국 미국과 손잡아야 할 운명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입장은 어떠한가. 2·28 하노이 선언이 무산된 것을 두고 말이 많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다시 으르렁 대는 것은 협상의 전술이다. 이를 두고 3차 정상회담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단견이다.

 

비핵화의 최종 목표(end state)에 합의하면, 단계적 이행 로드맵 진행

 

수십년간 미국의 전통적인 세계전략과 대 중국·대 러시아 전략은 군산복합체의 냉전주의에 기반해왔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실패와 자유주의 패권 전략의 실패가 엄연한 현실이다. 트럼프는 현실주의 전략에 따라 전세계 동시 전쟁노선의 폐기, 유럽과 중동에서의 군축, 미군 주둔비의 경감 등을 파격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6·12 무산을 볼턴 개인의 작품으로 규정하는 것도 단견이다. 당시 미국의 거의 모든 미디어는 하노이를 주목하지 않았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코언 청문회 시간을 북·미 정상 만찬 직후로 잡았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과정의 첫 비공식 청문회가 진행중이었다. 트럼프로서는 자신의 탄핵 이슈보다 더 중한 것이 없었고, 북한과 스몰딜을 성사시키더라도 비난받을 것이 뻔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빅딜론을 꺼냈고 실무진이 논의하지 않았던 영변 이외 핵시설의 폐쇄를 꺼냈다. 북한은 거절했고 수개월간 준비해온 합의문의 발표는 무산된 것이다.

 

41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의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가 스몰딜(small deal)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의 최종 목표(end state)에 합의하면, 단계적 이행 로드맵에 합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미 한미간에는 완전한 비핵화의 최종 목표와 관련해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최종 목표는 영변과 영변외 핵역량의 폐쇄, 즉 모든 미래핵의 완전 동결이 그 하나이고, 둘째 모든 핵시설에 대한 사찰과 검증, 셋째 현재 북한이 보유한 모든 핵무기의 반출과 폐기일 것이다. 핵무기 폐기는 트럼프가 자주 언급한 사안이다. 동시에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북미수교), 대북 제재 완전해제와 개혁개방 지원(경제발전 지원), 한반도 평화안보체제 건설이 등가의 최종 목표에 포함될 것이다.

 

최종 목표에 대해 북미간의 합의가 이뤄진다면, 그 이행과정은 빅딜이 될 수도, 스몰딜이 될 수도 있다. 중간 수준의 미들딜이 굿이너프딜로 불리울 수도 있겠다. 아무튼 최종 목표 합의가 먼저고 그것도 탑다운 방식으로 정상간의 합의로 매듭지어야 하며, 그 다음 단계적 진전이다.

 

최근 북러정상회담에서 나온 푸틴의 6자틀 논란이나 김정은식 새로운 길 논란이 있지만, 이는 본질이 아니다. 오히려 푸틴은 트럼프를 도우려 할 것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미중 무역전쟁이 마무리되면서 한반도 문제도 미국 주도로 해결짓는 것을 도울 것이다. 푸틴은 이미 동방경제포럼에서 유라시아경제공동체의 비전을 제시했다. 남한, 북한, 중국, 러시아를 잇는 거대한 철도공동체도 구상한다. 한반도를 관통하는 가스관 사업도 야심차다. 중국은 일대일로에 한반도까지 연결짓고자 한다. 동북3성의 도약적 경제발전과 한반도 신경제와의 조화발전을 원한다.

 

···러가 본격적인 동아시아 경제협력을 시동걸려면,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완화가 선행돼야 한다. 동시에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건설에는 미국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하다. 김정은의 북한은 이미 미래를 향해 출발했다. 과거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 고압적으로 비난조로 미국에게 공을 넘겼지만, 본심은 올해 안에 결론을 짓고자 한다.

 

한미정상이 합의한 트럼프식 해법은, 현재 김정은의 손에 전달되기 직전, 문재인 대통령의 품에 있다. 김정은이 그 내용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중기이코노미 객원=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최민식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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