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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그룹 유지비용, 수익보다 크게 해야

김상조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재벌개혁 후퇴로 볼 수 있다” 

기사입력2019-05-28 12:43

27일 서울대 경쟁법센터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현 정부 공정거래정책 2년의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 홍명수 명지대 법대 교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내용 중 새로운 정책 도입의 의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한계에 대해서도 함께 지적했다.   ©중기이코노미

 

“그간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지속해,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는 기업집단 규율체계를 확립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업집단의 자발적 개선을 유도하는 동시에 중소기업의 성장기반을 훼손하는 ‘일감몰아주기’는 ‘일감개방 문화’로 전환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7일 서울대 경쟁법센터와 공정위가 공동으로 개최한 ‘현 정부 공정거래정책 2년의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재벌개혁의 의지를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공정위가 국회에 제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개정안에 대해, ‘의미가 있다’는 평가와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이날 토론회에서 ‘경제력집중 시책과 사익편취’를 발표한 홍명수 명지대 법대 교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내용 중 새로운 정책 도입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한계도 함께 지적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신규 순환출자 규제…“재벌개혁 후퇴”

 

홍명수 교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일정한 규제 내용이 담긴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독점규제법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했다. 기존 순환출자는 규제대상이 아니어서, 대기업집단의 얽히고설킨 출자구조 해소방안으로서는 한계라는 지적이 많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새롭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 대기업집단은 순환출자 관계인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홍 교수는 “현행 독점규제법에서 배제돼 있는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라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신규 대기업집단에게만 적용되며, 순환출자 해소가 아닌 의결권만을 제한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완화된 수준의 순환출자 규제”라고 평가했다. 

 

이와관련 홍 교수는 “자율적인 순환출자 해소를 정책적으로 지향하는 입법자의 의지”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기존의 대규모기업집단의 출자구조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적하며 “재벌개혁의 후퇴로 볼 수 있다는 시각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공익법인 규제 도입…의결권 제한은 미흡 

 

개정안은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도 새롭게 추가했다. 홍 교수는 규제도입에 앞서 공정위가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실태조사를 통해 현황파악을 하고, 이를 근거로 규제책을 마련했다는 점은 높게 평가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기업집단의 자발적 개선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소속 165개 공익법인 실태조사 결과를 지난해 6월 발표했다. 이들 공익법인은 재벌 2세가 설립한 회사 지분을 집중적으로 보유하거나, 자산구성 중 주식 비중이 다른 공익법인보다 크게 높았으며, 수익에 대한 기여 역시 미미했다. 공익이라는 설립취지와 무관하게 기업집단 지배구조를 강화했고, 내부거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수치로 확인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회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는 금지되고, 일정규모 이상의 내부거래는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고, 또 공시해야한다. 홍 교수는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도입은 전부개정안에서 처음 제안된 것으로 의의가 있다”면서도, 의결권 행사가 예외적으로 가능하다는 점 등을 들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발적인 재벌개혁…수익보다 유지비용 크게 만들어야

 

개정안에 담긴 이런 한계들은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집권 초기 국정과제에 ‘재벌총수 일가 전횡 방지 및 소유·지배구조 개선’이 포함됐다. 

 

홍 교수는 이에 대해 “기업집단의 해체나 계열 분리와 같은 직접적으로 구조변화를 낳는 조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함의”라고 평가했다. 재벌 스스로의 자발적인 변화를 우선시하고, 이를 유도하는 기조를 집권 초기부터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홍 교수는 “자발적 개선에 반대하는 건 아니”라면서도, “어떤 유인이 있을 때 그런 개선을 했는지 분석해서 유인을 만드는 쪽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대기업집단이 갈수록 강고해지고, 시장지배력을 확대해 갈 수 있는 이유는 대기업집단 유지에 수반되는 비용보다 수익이 크기 때문이다. 일감몰아주기 등 불공정행위를 통한 대기업집단의 수익은 사회 전체로 보면 불필요하거나 시장질서를 파괴하는 사회적 비용이다. 

 

따라서 대기업집단이 자발적으로 덩치를 줄이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불공정거래행위 등 사회전체가 부담하는 사회적 비용을 이들 기업에게 부담토록하면 된다. 결국 자발적 개선방식의 재벌개혁일지라도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재벌집단 유지비용을 키우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한다는 게 홍명수 교수의 주장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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