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법 개정, 규제 강화가 아니라 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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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김상조 ‘공정거래법 개정, 규제 강화가 아니라 정비’ 재벌개혁, 규제보다, 자율협약·모범사례 통해 공감대 넓혀야

기사입력2019-05-27 20:4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27일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이 규제 강화라고 부르기 미미한 수준이란 평가에 대해 감사하다며, 연성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공정거래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이 규제 ‘강화’가 아닌 ‘정비’에 그쳤다는 비판적 평가에 대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를 인정했다. 공정위 정책기조 중심이 규제강화에 있지 않다는 취지다.

27일 서울대 경쟁법센터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현 정부 공정거래정책 2년의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명지대 법대 홍명수 교수는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은 “규제 강화라고 평가하기엔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남근 변호사 “정부기조는 자율적 지배구조 개선을 권고하는 차원”

토론자인 민변 김남근 변호사 역시 “자율적 지배구조 개선이 목표인데, 자율적으로 하지 않을 때 어떻게 행정적 차원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할지 방식과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정부의 기조는 자율적 지배구조 개선을 권고하는 차원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평가들에 대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감사하다”고 밝혀,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려는 목적이 규제 강화가 있지 않음을 시사했다.

토론회에 앞서 일부 언론에서는 이날 토론회의 목표가 공정거래법 개정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김상조 위원장은 “법 개정의 불씨를 살리는 게 목표가 아니라, 현 정부 출범 2주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와 미흡한 점, 또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의견을 듣기 위해”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상조 위원장은 공정위가 “한편에서는 거칠다고 비판 받아왔고, 또 한편에서는 너무 느리다는 비판은 받아왔다”면서도, 공정위가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보단 양쪽의 비판을 받는 가운데 길을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실태분석을 기초로 한 경제적 분석이 전제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개혁을 이루는 게 어렵다는 전제 하에 신중한 입장 견지해왔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 재벌개혁은 규제보다 자율협약·모범사례 통해

특히 김 위원장은 경성법을 통한 규제뿐만 아니라 연성규범이 필요하며 이 방향이 더 확대돼야한다고 말했다. 명시적인 처벌규정을 앞세운 규제보다, 자율협약과 모범사례의 확산을 통해 공감대를 넓혀나가고, 이를 통해 재벌개혁을 이뤄야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현행법이 허용하는 최소한도 기준에 맞추는 기업인들의 ‘턱걸이’ 행태도 비판했다. 민형사상 공소시효가 10년이란 점을 들어, “10년 후 한국사회가 어디까지 발전해 있을 것인가를 염두에 두면서 자발적으로 개선해 줄 것”을 당부했다.

10개이상 총수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사례 조사 중

27일 서울대 경쟁법센터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현 정부 공정거래정책 2년의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 민변 김남근 변호사는 공정위의 역할 강화를 제언한 반면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은 역할 축소를 주장했다. ©중기이코노미

엄정한 법 집행 역시 지속하고 있다며, 10개이상 총수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사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 사건에 대한 제재가 시작되고 소송까지 가게 된다면, 법원 판결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일정한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또 “저희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게 4차산업혁명 시대에 경쟁당국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라고 말했다. 전세계 경쟁법 커뮤니티들이 플랫폼경제에서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기준·절차 어떻게 만들 것이냐를 논의하고 있다며, 한국도 이런 부분에서 많은 토론이 있어야한다고 주문했다.

또 기존 경쟁법이 우월적 지위남용이나 카르텔 등에 대해 일정한 제도의 틀과 절차를 마련해두었지만, “이러한 전통적 툴이 미래에 얼마만큼 유효한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법학계와 경제학계의 적극적인 기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공정위 역할론 이견…‘강화’ vs ‘축소’

이날 토론에서는 공정위 역할을 보다 강화하고 확대해야한다는 주장과 축소해야한다는 주장이 격돌했다.

민변 김남근 변호사는 “재벌집단으로 많은 일감이 몰리다보니 다른 기업들이 담당할 일감이 재벌에 집중돼 공정한 시장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고 있다”며 “원칙적으로 해서는 안되는 행위이며, 예외적으로 특별히 효율성의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쪽으로 가야한다. 공정위가 그런 방향을 제시했냐는 의문이 있다”고 비판했다.

반대로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은 “공정위는 뿌리가 경제기획원이다. 공정위원장은 경제장관회의에도 들어간다”며 경제부처로써 경제정책적 관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언제부터인가 경제부처에서 이탈해 사정기관화된 것 아니냐. 특히 현정부 들어 심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정위가 운동선수의 선택과 행동에 제재를 가해서는 안된다며, “공정위가 원위치로 돌아가 규칙의 설정자이자 심판자로 돌아가길 권유드린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