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 매체
2020/02/17(월) 18:02 편집

주요메뉴

중기비즈니스지원단
메일 페이스북 트위터 프린트
라운지우린 중기인

장인의 기술과 역사가 숨쉬는 염천교 수제화거리

“거리 명맥 잇기 위해 변화 절실”…대를 이은 성광제화 송종오 대표 

기사입력2019-06-03 16:50

1962년 문을 열어 2대째 수제화를 판매하는 성광제화.

 

서울시 중구 염천교 수제화거리에는 20여개의 수제화 판매점이 나란히 들어서 있다. 1925년 일제강점기 시대에 경성역이 들어서며 일본 구두제작 기술이 들어와 수제화 제작이 시작됐고, 인근에 미군부대가 들어선 이후에는 미군부대에서 나온 신발들을 수선해 판매하면서 상점이 늘어갔다. 70~80년대 이곳은 호황을 누리며 우리나라 최초의 수제화거리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현재는 25개의 수제화 판매장과 구두 생산공장, 부자재상 등 130여개의 수제화 관련 업체들이 모여 명맥을 잇고 있다.

 

염천교 수제화거리에서도 가장 오래 이 자리를 지킨 성광제화는 올해 86세인 송홍배 전 대표의 뒤를 이어 아들 송종오 대표가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중기이코노미가 찾은 평일 오전에는 오가는 사람 없이 한산했지만, 아는 사람은 수십년 넘게 단골로 찾는 수제화 명소다.

 

50년 단골 찾지만…중국산·온라인으로 가격경쟁력 하락

 

“50, 60년 단골도 있어요. 코미디언 이용식 씨도 일년에 몇번씩 찾아 직접 구두를 사갑니다. 한 중견기업 회장도 수십년 저희 가게를 직접 찾아 구두를 사가죠. 구두가 좋다며 직원들 구두까지 사갑니다.”

 

한때는 멋쟁이들이 북적이는 거리였다. 주문량이 많아 공장부지가 부족해 이곳의 수제화 장인들이 성수동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지금은 성수동 수제화거리로 잘 알려졌지만, 그곳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이곳 염천교를 기반으로 했다고 송 대표는 말한다.

 

올해 86세인 송홍배 전 대표의 뒤를 이어 아들 송종오 대표가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사진 위). 성광제화는 남성구두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수제화 매장이다.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중국산 제품이 들어오고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면서, 이곳 염천교 수제화거리에도 쓰나미 같은 피해를 안겼다. 저가 상품을 온라인으로 쉽게 구매하게 된 소비자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이곳까지 찾아오지 않았다. 적지 않은 수제화 장인들이 떠나고, 남은 상인들과 거리는 노쇠해졌다.

 

송 대표는 “오늘도 구두 밑창 공장 하나가 부도가 났다”고 말했다. 두 곳이던 구두 밑창 공장 중 이제 하나만 남았다. 가는 가죽띠를 짜서 만드는 여름용 가죽 매쉬를 만들던 전문공장 두 곳도 최근 문을 닫았다. 수제화 판매가 예전같지 않으니 부자재 공장도 자꾸 사라지고, 그렇다보니 단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저가의 중국산 제품과 단가경쟁 자체가 안되는 것이다.

 

“더 이상 구두기술 배우려는 사람 찾아보기 어려워

 

태어나면서부터 가죽냄새를 맡으며 살았죠. 어릴 때는 절대 구두 만드는 일은 안하겠다며 다른 일도 했었는데, 어느새 돌아와 아버지께 구두를 배우고 있더군요. 배울 때도 많이 혼나며 배웠습니다. 워낙 구두에 대해서는 철두철미한 분이다보니 12가지를 해놓으면 12가지 다 혼이 났죠.”

 

이 거리에서도 대를 이어 수제화를 하는 가게는 거의 없다. 일을 배우겠다는 젊은 사람들을 찾기도 어렵다. 송 대표는 배우겠다는 사람만 있다면 혼을 내서라도 가르쳐 주고 싶은데, 젊은 사람들은 이 거리를 찾지 않는다고 말한다.

 

서울시 중구 염천교 수제화거리에는 20여개의 수제화 판매점이 나란히 들어서 있다.   ©중기이코노미

 

여기 대부분 60~70대 어르신들입니다. 오랫동안 구두만 알고 구두 일만 해와서 자부심이 대단하죠. 하지만 그런만큼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면도 있어서 변화가 쉽지는 않습니다.”

 

송 대표를 포함한 이곳 수제화거리 상우회는 거리를 알리고 새롭게 변화시키기 위해 도시재생센터와 연계한 활동 등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아직은 눈에 띌 만한 성과가 나오고 있지는 않지만, 송 대표는 새로워지려는 시도를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에서는 이곳을 수제화거리로 지정하고 서울로 7017 프로젝트와 연계해 염천교 수제화거리를 활성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을 해결하기 위해 염천교 수제화거리를 연결하는 계단길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염천교 수제화거리 장인들의 기술과 역사를 존중하고 이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이 거리가 더 활성화돼 많은 사람이 찾아야 하죠. 거리의 명맥을 잇고, 젊은 사람들이 찾아와 구두를 사고, 또 일을 배울 사람들이 모이려면, 이곳 사람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기술을 가지고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소통할 때, 이곳 염천교 수제화거리는 더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 될 것입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 top

객원전문 기자칼럼

 
  • 기업법률
  • 프랜차이즈
  • 공정경제
  • 법률산책
  • 생활세무
  • 세금이야기
  • 인사급여
  • 4대보험
  • 노동정책
  • 판례리뷰
  • 이제IP
  • 무역실무
  • 알쓸신법
  • 부동산
  • 금융경제
  • 세상이야기
  • 가족여행
  • 예술만세
  • 작가노트
  • 현대미술
  • 시민경제
  • 무역물류
  • 이웃사람
  • 가맹거래
  • 미국문화
  • 중국상인
  • 블록체인
  • 신경제
  • 다른 세상
  • 상가법
  • 번지는 행복
  • 민생희망
  • 지적재산권
  • 개인회생
  • 상생법률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