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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청년주택사업과 상가임차인 권리 충돌

선의 정책이나, 권리금 못 받고 쫓겨날까 우려…‘디테일’ 행정력 필요 

기사입력2019-06-07 10:48
김재윤 객원 기자 (myungkyungseoul@naver.com) 다른기사보기

상가변호사닷컴(법무법인 명경 서울) 김재윤 변호사
세상에 악의로 시작된 정책은 없다. 특히 모든 복지·사회 분야 정책은 나름의 타당성과 방향성을 갖는다. 문제는 정책 집행과정에서 드러난다. 사회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구성원 간의 갈등은 갈수록 첨예해지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 심지어 지금보다 훨씬 1차원적인 세계를 살았던 카이사르조차 말했다. “아무리 나쁜 결과로 끝난 일이라도 그 일의 동기는 선의였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정책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왜곡되다보면 엉뚱한 결과를 낳는다. 의도와 무관하게 시장을 왜곡시키거나, 예기치 못하게 누군가의 생존권을 위협하기도 한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역세권 2030 청년주택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서울시는 지하철 역세권 규제를 완화해 임대주택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3종 일반주거지역인 역세권 용도지역을 준주거지역·상업지역으로 종을 상향해,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이를 민간 임대주택공급 확대로 연결해 청년 주거난을 해소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런 주거복지·개발사업은 필연적으로 기존 상권과의 마찰을 유발한다. 용도지역 상향 등 규제완화로 투기우려는 높아진 반면 개발과정에서 소외되는 기존 상인을 보호할 현실적 대안은 없기 때문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20155월 개정을 통해 권리금을 법적 보호를 받는 재산권으로 격상시켰다. 권리금을 임대차목적물인 상가건물에서 영업하는 자가 영업시설,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건물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이용대가로서 보증금과 차임 외에 지급하는 금전 등의 대가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임대인은, 임대차 종료 3개월 전부터(현행 6개월) 임대차 기간이 끝날 때까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권리금을 요구해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 지급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되고, 이를 위반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 배상하도록 명시했다. 또한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함으로써 임차인에게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장하고, 임대인에게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방해할 수 없도록 방해금지의무를 부과하는 등 권리금에 관한 법적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서울시는 지하철 역세권 규제를 완화해 임대주택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주거복지·개발사업은 필연적으로 기존 상권과의 마찰을 유발한다. 서울시가 지난 2016년 9월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사업 착수와 관련된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다만 동법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조항은 몇 가지 예외 사례를 인정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이 이뤄지는 경우다(동법 제10조의4 1항 단서, 10조 제17호 다목). 보통 국토계획법에 따라 도시개발사업, 정비사업 등으로 지정되는 것 등을 의미한다.

 

서울시의 청년주택사업은 민간임대주택 특별법을 근거로 한다. 이 법에 따르면, ·도는 일정한 경우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를 지정할 수 있고, 이러한 지구로 지정된 지역의 임차인들은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거나 임대차 계약종료 시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장받을 수 없다. 서울시의 청년주택사업이 기존 상가 임차인의 권리와 충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당 지역상인들은 오랫동안 한 곳에서 터를 잡고 서민들과 교류한 이들이다. 개중엔 목돈을 모아 자산을 크게 불린 이도 있지만, 영세한 규모로 가게를 운영하며 힘겹게 하루하루 버티는 이도 많다

 

최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자영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창업한 치킨집은 6200개인 반면 폐업한 곳은 8000곳이 넘는다. 최근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크게 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들의 생존권이 청년 주거난 해소보다 덜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다.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 수많은 단골을 만들기 위해 쌓아온 신뢰는 그 자체로 자영업자의 소중한 자산이다. 어쩌면 그들에게는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그 유·무형의 재산, 권리금이 유일한 희망일 수도 있다.

 

선의로 시작한 정책 집행과정에서 또 다른 누군가의 비명이 들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청년주택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오랜 기간 그 자리에서 영업을 해 왔으나 권리금도 못 받고 쫓겨나는 이들에 대한 배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영세상인들의 세밀한 부분까지 보듬을 수 있는 디테일한 행정력을 기대해본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상가변호사닷컴 김재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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