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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큰 부자도 혼자 힘으로 된 것은 아니다

재벌, 자녀에게 부를 억지로 승계시키다 사회적 물의 일으켜 

기사입력2019-07-03 09:11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종종 신문에 세계의 부자들 순위와 그들이 가진 돈이 얼마나 되는지가 보도되는데, 언젠가 그 돈의 액수에 동그라미가 몇 개나 되나 싶어 손가락으로 꼽아보다가 두 손만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저리도 많은 돈을 평생 다 쓸 수 있기나 한 것일까 싶어 괜히 쓸데없는 걱정에 빠졌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얼마 전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전 부인 매켄지 베이조스가 이혼하면서 받은 위자료 40조원 가운데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약속해 화제가 됐다. 그러고도 그녀는 지나친 재산을 보유했다면서, 앞으로도 자신의 통장에 돈이 다 없어질 때까지 계속 기부한다고 했다. 그녀의 전 남편도 그녀의 기부를 자랑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그녀가 받은 위자료나 이번에 기부한 금액도 우리네 같은 보통 사람들이라면 그저 상상 속에서나 헤아려봄직한 액수이다 보니 그저 어안이 벙벙하기만 하다. 우리사회에도 부자들의 기부문화가 없지는 않지만, 서양의 갑부들이 솔선수범해 기부서약 운동을 하는 것은 여러모로 우리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면 우리사회에서 부자들의 기부문화가 그다지 활성화 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끔직한 사랑이 주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을 듯하다. 우리역사에서 우리들 부모만큼 격동의 세월을 보낸 세대도 없다. 일제로부터 해방과 동족 간의 전쟁, 근대화를 이루느라 치열했던 지난 반세기는 그야말로 그 어느 세대도 경험하지 못했던 역사였다. 

 

고대 중국에서 성군의 한 사람으로 존경 받는 상(商)나라 시조 탕왕(湯王)이 백성들과 함께 밭을 가는 모습을 그린 동판이다. 이처럼 예로부터 군주는 백성들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노동일도 함께 함으로써 재화를 일구는 것이 소중하다는 점을 일깨우고자 했다.<사진=문승용 박사 제공>
그러다보니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데 그래도 믿을 것은 돈과 혈육뿐이라는 의식이, 우리들 부자의 뇌리에 매우 강하게 자리잡은 게 아닌가 싶다. 내가 평생 피땀 흘려 번 돈인데, 그것을 어떻게 남에게 그냥 주냐 싶은 생각을 가지게 된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다. 

 

돈이 없어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자식에게만큼은 물려주고 싶지 않은 심정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네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혈육에 대한 정이 두터운 것 역시 본디 유가(儒家) 전통사상으로부터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던 것이다 보니, 부모와 자식 사이에 서로 챙겨주는 일은 일찍부터 우리사회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의 자식 사랑은 더욱 끔찍하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뱃속에서 직접 키워 배 아파 낳고 기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은 그저 무조건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부모와 자식 사이의 갈등이 빚어지는 이유 역시 부모의 무조건적인 자식 사랑으로부터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자식에 비해 부모가 좀 더 오랜 삶을 살았으니, 인생경험이 좀 더 풍부하다는 이유 때문에 어린 자식의 생각보다는 부모의 생각대로 자식이 살아줘야 한다는 생각이, 때로는 자식에 대한 강요가 돼 부모와 자식 사이가 불편해지기도 한다. 

 

이처럼 자식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사랑이 오히려 부모 자식 사이에 갈등을 빚듯이, 부자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돈 때문에 오히려 걱정거리가 생겨나고, 그것에 대한 집착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갈등과 불행이 싹트게 되는 경우가 많다. 

 

노자(老子)는 도덕경 제2장에서 “자신이 낳았지만 자식을 소유하지 않고, 자신이 이루었지만 그것에 기대지 않고, 자신이 공을 이루었지만 그 자리를 차지하지 않는다. 다만 그 자리를 차지하지 않았으니, 그것으로써 자신이 떠나야 하는 것도 아니다.(生而不有, 爲而不恃, 功成而弗居, 夫唯弗居, 是以不去.)”고 말했다. 

 

여기에서 ‘생이불유(生而不有)’ 즉, 내가 낳아 기른 자식일지라도 내 것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하였듯이, 부모가 오랜 세월 동안 큰 수고를 들여 자식을 번듯하게 키웠으니 자식의 앞날을 부모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려하거나, 부자가 아무리 자신의 노력으로 큰돈을 벌었더라도 오로지 그것이 자신의 공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면서, 그것에 집착하게 되면 결국 자신도 낭패를 보게 될 수 있다고 노자는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농경사회였지만 오늘날 사회주의 국가로 탄생한 중국, 노동의 소중함과 절약을 한층 강조하는 포스터를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다.<사진=문승용 박사 제공>

 

마치 큰 나무가 봄부터 가을까지 자신의 줄기에 나뭇잎이 무성하게 잘 자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겨울이 되어서까지 그 나뭇잎을 자신의 가지에 그대로 가지고 있으려고 한다면 나무도 잎사귀도 겨우내 얼어 죽고 말듯이, 아무리 무성했던 나뭇잎도 겨울이 되기 전에 낙엽으로 땅바닥에 떨구어 버려 썩게 두어야, 또 다음해에 다시 그 나무가 무성한 잎을 자라게 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일부 재벌들이 아버지 세대에서 애써 이룬 부를 오로지 같은 핏줄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녀에게 억지로 승계시키려고 하다가 오히려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를 흔히 본다. 이것은 재벌의 자식은 물론 우리사회 전체에게도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불교의 가르침에서도 세상 모든 존재는 모두 무상(無常)하니 반드시 ‘나’이어야만 할 것이 없다하여 제법무아(諸法無我)라고 한 것처럼, 세상의 돈 역시 나만의 것이라는 사심(私心)이 없어야 진정 세상의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든 제아무리 자기 힘으로 큰 부자가 됐더라도 그것이 처음부터 자기 것만은 아니었으니, 그것을 어찌 써야 할지도 늘 마음에 되새겨야 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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