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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천억원을 재벌기업에 주겠다는 것이냐?

생산성향상시설투자 세액공제율제, 대기업 0% 전제로 새로 짜야 

기사입력2019-07-03 18:5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정부가 재벌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수천억원 규모의 감세카드를 또다시 꺼냈다. 하반기 경기하방 리스크에 대응하고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게 재벌특혜 명분이다. 극우·보수 야당으로부터 연일 反기업 특히, 反재벌 정서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는 문재인 정부가 이같은 정책을 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다. 

3일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민간과 공공부문의 투자여력을 총동원해 투자 분위기를 확산시켜 나가겠다”며 “이를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민간투자 촉진 세제 3종 세트’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가 명명한 ‘세제 3종 세트’, 엄밀히 말하면 ‘2종 세트’다. 기업이 자산을 취득할 경우 초기에 감가상각률을 높게 인정하는 ‘가속상각제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2종 세트의 내용은 투자세액공제 지원책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2019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제19차 경제활력대책회의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뉴시스>

정부는 1%(대기업)·3%(중견기업)·7%(중소기업)인 생산성향상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각각 2%·5%·10%로 올리기로 했다. 하반기에 조세특례제한법 관련 규정을 개정한 이후 1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한다. 또 당초 올해 말로 예정됐던 생산성향상시설투자 세액공제의 일몰 기한도 2021년 말까지 2년 연장한다. 생산성향상시설투자 세액공제 적용대상을 확대해 현행 ‘생산자동화 공정 개선, 반도체 제조 첨단 시설 등’에서 ‘물류산업 첨단 시설, 의약품 제조 첨단 시설’을 추가했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5300억원 세수 감소효과가 발생한다.

5300억원 세수 감소효과, ‘혈세’가 어디론가 빠져나간다는 의미다. 보다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필수적인 생산성향상시설에 투자하면, 기업에게 5300억원을 준다는 얘기다. 글로벌 차원의 경기둔화 여건을 고려해 기업을 지원하겠다면, 그 대상은 부자 기업이 아닌 가난한 기업이어야 한다. 벼랑 끝에 몰린 영세자영업자와 최저임금의 비정규직노동자가 낸 세금으로 삼성전자의 생산성향상을 지원할 어떠한 명분도 없다. 국민 정서상 그리해서도 안된다. 그런데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그것도 反기업·反재벌 정부라는 문재인 정부가.

‘생산성향상시설투자 세액공제, 대기업 공제율을 0%로 낮추는 등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야한다.’ 기획재정부가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수행해 2017년 9월 발표한 ‘생산성향상시설투자 등에 대한 세액공제’ 보고서의 결론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당시 3%(대기업)·5%(중견기업)·7%(중소기업)였던 공제율을 2018년 1%·3%·5%로 각각 2%p 낮추기도 했다. 그랬던 기재부가 1년6개월만에 스스로 낸 결론을 뒤집고, ‘재벌대기업 퍼주기’ 카드를 다시 빼든 셈이다. 

겉포장은 그럴듯하게 했다. 대기업은 1%p, 중견기업은 2%p 그리고 중소기업은 3%p 올렸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 모양새를 갖췄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정부가 예상한 공제금액 5300억원 대부분이 재벌대기업에게 쏠리는 구조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전체 공제금액 1780억원 중 중소기업에게 지원된 금액은 124억원(6.9%)에 불과했다. 93%가 넘는 나머지 공제금액은 중견기업을 포함 대기업이 독식했다. 이런 이유로 보고서는 “소수의 제조업 대기업에 수혜가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며, 이는 2015년 신고년도 이후 더욱 두드러짐”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소수의 대기업에 세액공제 혜택이 귀착되는 현상은 분명 본 조세특례의 한계이며, 이에 대한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기재부에 제안했다.

생산성향상시설투자 세액공제금의 대기업 독식현상은 비단 2015년 이후에만 두드러진 현상이 아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전체 공제금액 4036억원 중 중소기업에 돌아간 금액은 524억원(12.9%) 수준이다. 이같은 분배구조가 바뀌지 않았다면, 정부가 예상한 세액공제금 5300억원 중 4346억원이 재벌대기업에게 분배된다. 중견기업 몫이 일부 포함됐음을 감안해도, 단 1년만에 수천억원대 재벌특혜란 결론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반복 강조해 말하지만, 최저생계비 언저리 소득·임금을 버는 이들의 돈을 모아 재벌기업의 곳간을 채울 수는 없다. 생산성향상을 위해 투자가 필요하다면 재벌대기업 스스로 창고 문을 열도록 해야 한다. 이들 재벌기업에게 1000조원대로 추정되는 사내유보금을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생산성향상시설투자 세액공제금 중 10% 내외만 중소기업에 배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중소기업 지원요건을 완화하는 등 제도 자체를 재설계해야한다. 그리해도 중소기업이 지원받을 수 없다면 공제금 규모를 대폭 줄이고, 영세·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다른 지원방안을 마련해야한다.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된 생산성향상시설투자 세액공제 강화방안, 대기업 공제율 0%를 전제로 새로 짤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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