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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장인을 구두 만드는 기계로 전락시켰다”

소사장제 폐지·공임 인상·노동자성 인정…“제화본사가 해결해야” 

기사입력2019-07-05 10:02

박완규 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지난해까지 ㈜탠디 하청업체인 데카에서 근무했다. 제화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한 지난해 5월, 파업도중 데카가 폐업하면서 박 부위원장은 일자리를 잃었다.   ©중기이코노미

 

박완규 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 부위원장, 지난해까지 ㈜탠디 하청업체인 데카에서 근무했다. 제화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한 지난해 5월, 파업도중 데카가 폐업하면서 박 부위원장은 일자리를 잃었다.

 

제화노동자들 중에서도 젊은 축에 드는 박 부위원장은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수십 년간 감내해왔던 제화업계 고질적인 문제들이 최근에야 터진 것”이라며 “노동자들 대부분이 고령인 탓에 이번이 업계 체질을 바꿀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화노동자들은 지난해 대대적인 파업 등을 통해 탠디 본사와 공임단가 1300원 인상에 합의했다. 정당한 사유없이 일감축소로 조합원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내용과 함께였다. 당시 공임단가는 백화점용 브랜드 제화 한 켤레당 7000~7500원, 아웃렛 브랜드는 6500원이다. 이 단가 그대로 탠디는 지난 8년간, 성수동은 20년이상 유지하다, 지난해 합의를 통해 한차례 인상했다.

 

제화업계 갈등…‘소사장제도’ 폐지가 문제의 핵심

 

그러나 박 부위원장은 “일시적인 공임단가 인상은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구두장인을 구두 만드는 기계로 전락시킨 ‘소사장제도’를 폐지하지 않고는 제화노동자의 삶은 바뀌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장’이란 허울 좋은 굴레에서 벗어나, 법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을 때에 비로소 제화업계 갈등이 해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제화노동자들이 탠디 하청업체인 비와이 앞에서 소사장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박완규 부위원장>

 

박 부위원장에 따르면, 70년대 후반 염천교 수제화 거리가 호황이던 시절에도, 일부 영세한 양화점을 중심으로 노동자에게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도록 해 사장으로 만든 사례가 있기는 했다. 그러다 1997년 IMF사태 이후 구두업체들이 성수동으로 모여들면서 고용형태가 완전히 달라졌다. 미소페·탠디·엘칸토 등 수제화 회사들이 핵심공정인 저부와 갑피 담당자 모두에게 사업자등록증을 발행하고, 사업소득세(3.3%)를 내도록했다. 사업소득세 공제는 사업자가 일용근로자나 용역을 제공한 다른 사업자에게 지급한 금액에서 원천징수의무가 있는 세금을 공제하는 것을 말한다.

 

사업자등록과 사업소득세 공제가 보편화된 이후 제화노동자들은 4대보험과 퇴직금으로부터 소외됐다. 회사가 도산해도 형식상 개인사업자 신분이기에 제화노동자들은 퇴직금 포함 체불임금을 체당금제도를 통해 보전받을 수 없었다. 심지어 공동사업주로 간주돼 회사 도산에 따른 책임을 부담했던 경우도 있었다. 

 

개수임금제, 높은 백화점 수수료로 노동자 처우 열악

 

왜곡된 유통구조도 문제를 악화시켰다. 백화점 입점수수료는 35~40만원, 27만원짜리 여성구두의 판매수익 중 백화점이 10만원, 원청업체가 13만원을 가져가는 구조다. <사진=박완규 부위원장>
개수임금제(도급)로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 임금이 불안정한 것도 문제다. 박 부위원장에 따르면, 제화노동자들은 성수기인 5월 하루 16시간 일하고, 주말에도 추가노동을 해야 한다. 비수기에는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임금도 줄어들고, 일감이 없으면 일자리 자체가 없어진다.

 

왜곡된 유통구조가 문제를 악화시켰다. 현재 성수동 구두공장 60% 이상은 브랜드 제화업체의 1차 하청업체다. 이곳에서 생산한 구두들은 백화점, 홈쇼핑에 납품된다. 원가 4만원짜리 여성구두에 27만원짜리 가격표를 붙여 판다. 백화점 입점수수료 35~40%, 백화점이 10만원, 원청업체가 13만원을 가져가는 구조다.


퇴직금 청구 승소 잇따르자 퇴직금 지급 피하려 폐업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구두회사 ‘소다’와 도급계약을 맺고 일한 제화노동자 15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제화노동자들이 집단으로 제기한 퇴직금지급소송에서 승소하자, 미소페·탠디 등의 하청업체들이 잇달아 폐업하고 있다. 제화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이어지자 하청업체들이 사용자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공장을 폐업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미소페 협력업체 중 규모가 큰 7공장이 폐업한데 이어 탠디 협력업체인 비와이도 폐업을 했다.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는 미소페, 탠디 등 제화본사와, 백화점 등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소사장제도 폐지 ▲정당한 퇴직금 지급 ▲하청업체 폐업에 따른 일자리 보장 ▲공임인상 ▲백화점홈쇼핑 수수료 인하 등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박완규 부위원장>
박 부위원장은 “최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제화노동현장을 찾아 최저임금이 올라 제화업체들이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를 한 것을 듣고 헛웃음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제도나 주 52시간 근무제에서 소외된 제화노동자들의 현실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왜 이곳에 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현재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는 미소페·탠디 등 제화본사와 백화점 인근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소사장제도 폐지 ▲정당한 퇴직금 지급 ▲하청업체 폐업에 따른 일자리 보장 ▲공임인상 ▲백화점·홈쇼핑 수수료 인하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박 부위원장은 “정당한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퇴직금도 못 받던 제화노동자들이 이제는 하청업체 폐업으로 일자리마저 잃고 있다”며 “본사가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본사는 하청업체 퇴직금 문제와 무관하고 특수고용직이기 때문에 집행할 이유가 없다고 변명하지만, 제화노동자들이 개인사업자가 된 것은 본사가 일자리로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일”이란 주장도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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