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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日 ‘독점적 지위’와 제국주의적 교역질서 뚫어야

일본 수출규제 해법은 반도체 부품·소재의 조속한 국산화 

기사입력2019-07-15 17:07
김영규 객원 기자 (hjlee1000@gmail.com) 다른기사보기

인하대 김영규 명예교수
지난 주 한국정부는 일본의 ‘7·1 對韓 수출규제여파로 바쁘고 긴박했지만, 일본정부는 느긋하게 여유를 부렸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1030대그룹 총수들과 만나 對日 통상대책의 발 빠른 강구를 다짐하고, 반도체 부품의 국산화 계획과 향후 통상방안을 논의하는 등 분주하게 일주일을 소화했다. 반면 아베 정부는 군사물자의 북한 유출설을 꺼내, 對北제재에 틈이 생길 수 있다는 안보론까지 주장하고 나왔다.

 

양국 정부가 취하는 대응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수출규제에서 일본은 가해자고, 한국은 피해자라는 대립관계가 너무나 확실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본은 우리에게 수출규제의 덫을 씌우고, 한 술 더 떠 對北 안보문제를 거론해 한반도 평화무드까지 건드렸다. 일본이 안보론을 제기한 이유는 수출규제를 자유무역 위반이라 꾸짖는 국내외 여론에 밀려 후퇴한 전술이라는 것을 아베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7“(한국은) 국제약속을 지키지 않는데, (북한에 대한) 무역관리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황당하고 자신만만한 배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하나는 일본이 반도체 부품·소재 생산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져, 누구도 흔들 수 없는 권력을 쥐고 있다는 경제적 차원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인 저변에 깔린 反日 성향·감정으로, 이를 자극해도 국제사회에서 손해볼 게 전혀 없다는 외교적인 차원의 판단이다.

 

전자는 그간 일본이 경제대국의 지위를 누릴 수 있었던 기반이라면, 후자는 향후 일본이 동북아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토대가 될 수 있다. 특히 한국인의 反日정서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한국정부가 일본을 세계에서 고립시키고, 일본국민 여론을 분열시키려한다는 아베 정부의 외교전술은 더욱 힘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이 두가지가 이번 통상규제의 핵심 배경이라면, 경제적·외교적 차원에서 모순을 타개하는 길만이 지금은 물론 향후에도 재발될 양국간 마찰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일본의 독점적 지위와 한국인의 反日 성향·감정이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차이가 난다. 우선 전자는 우리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시장요소이고, 후자는 우리사회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비시장요소다. 이번 對韓 수출규제와 그에 따른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일본의 독점적 경제지위와 한국인의 反日 성향·감정을 확연하게 드러냈다.

 

일본의 독점은 세계적으로 획득된 지위며, 특히 반도체 같은 첨단기술 유지·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독보적 지위다. 이 지위는 지금의 경제상황에선 하나의 권력으로까지 비유되고, 여기에 초강대국 미국이나 세계무역기구(WTO)조차 이의를 달기는 쉽지 않다. 한국의 기업도 세계의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일본 생산자에게 가격을 지불하고 수입해 올 수 밖에 없다. 일본 정부가 對韓 무역시장에 개입한 이번 수출규제로 양국 간에는 과거와는 다른 시장질서가 만들어졌고, 양국관계는 종래대로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우리의 독자적 지위에 입각해 부품과 소재 및 장비의 국산화를 추진하는데 드는 비용과 희생을 각오하면서, 이번의 경제파고를 힘들지만 현명하게 넘기는 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지난 9일 열린 국회 외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답변을 논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정부는 일본의 독점적 지위를 강력하고 엄중한 권력으로 인식하고 대비하는데 실패했다. 지난 주 진행된 한일간 통상 실무회담은 어떤 성과도 내지 못한 의례적인 면담이었다. 한국정부는 독과점 체제, 그것도 첨단산업의 독과점 생산체제는 21세기 산업체제를 바꾸고 경제성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일본의 독과점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미국을 상대로 한 외교적 대응이나 WTO 방문 등의 통상적 대응은 소극적인 조치일 뿐이다. 오히려 반도체 생산력 확충과 과학기술 발전과 같은 산업고도화와 국산화 추진이 적극적인 대응 전략이고 궁극적으로 바람직한 조치다. 이를 위해 긴 시간과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정부는 기업 및 외국(예컨대 독일과 러시아) 자원을 활용한 장기적인 전략을 채택하고 추구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일본의 패권주의 성향 등 한일간 외교적 갈등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원인부터 규명해야한다. 아울러 한국의 민족주의 내지 애국주의 편향이 일본정부가 수출규제를 결정한 중요한 원인은 아니었는지도 점검해야한다. 이번 7·1 對韓 수출규제가 그간 對韓 외교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일본정부의 보복이란 분석이 나오고, 한국에 아무런 효과도 없는 외교적 반격을 가하는 대신 경제적 독점이란 위력적인 칼을 들이댔기 때문이다.

 

또 양국 정부는 일본의 과거 식민지 지배가 우리에게 남긴 각종 폐해를 그간 합리적으로 짚어보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해 외교적 갈등의 불씨만 키웠다. 식민지 시절 등 과거의 역사적 폐해가 한일간 청산해야할 문제로 대두되면, 한일 정부는 문제해결보다 임기응변으로 적당히 봉합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박근혜 정권 당시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해 급조한 치유와 화해재단의 설립이다. 한일 양국 정권의 이해관계만을 반영한 합의로, 세계인의 양심으로부터 지탄받아 마땅한 역사인식이고 외교처리 방식이다. 양국간 이같은 퇴행적 외교관계가 지속되니, 우리국민 대다수가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얘기하는 게 당연할지 모른다.

 

양국간 역사인식과 이것을 외교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은 1965년 박정희 정권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문재인 정권까지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1965년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를 통과한 한일협정(한일기본조약)은 기본적인 전제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 역사가 불법임을 명시하지 않은 반민족적·반역사적 조약이었다. 일본이 행한 불법행위인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문제 등이 두고두고 양국간 외교분쟁으로 비화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일본정부의 반성없는 태도뿐만 아니라, 그간 한국의 국회의원 등 무책임한 위정자들에게서 양국간 혐오와 갈등의 원인을 본다. 최근 위정자들이 벌이고 있는 행태를 보자. 국회의 장기간 파행과 사법부의 과거 일탈행위에 대해 책임지고 해결하려는 국민의 권력은 어디에도 없다. 더구나 정부는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는 무사안일한 자세로 임하다가, 갑작스럽지만 이미 예견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맞닥뜨렸다.

 

이제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유럽은 물론 일본과도 외교적, 통상적 접촉과 회담을 통해 수출규제에 따른 당면한 위기를 해결해야 할 숙제를 안게 됐다. 일본이 독과점 권력을 이용해 세계의 정치·외교 질서에서 차지한 우월적 지위를 지금 당장 무너뜨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직도 지난 세기의 제국주의적 지배가 한일간 교역질서에서 은연중에 관철되고 있다는 사실, 한국의 정치인과 기업인 모두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일본과 지속적으로 회담을 이어가고,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해 수출규제를 푸는 외교적·통상적 절차를 밟아야한다. 이와함께 우리의 독자적 지위에 입각해 부품과 소재 및 장비의 국산화를 추진하는데 드는 비용과 희생을 각오하면서, 이번의 경제파고를 힘들지만 현명하게 넘기는 장기적 대책도 마련해야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인하대 김영규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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