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 매체
2020/04/04(토) 00:01 편집

주요메뉴

중기비즈니스지원단
메일 페이스북 트위터 프린트
경영정보정책법률

건물주가 신규임차인 받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주선행위 없어도 손해배상청구 가능…권리금, 재산권으로 존중돼야 

기사입력2019-07-19 09:55
김재윤 객원 기자 (myungkyungseoul@naver.com) 다른기사보기

상가변호사닷컴(법무법인 명경 서울) 김재윤 변호사
주택상가의 임대차 분쟁이, 다른 양상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의 가치평가(valuation) 기준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주거건물의 가치는 주변 인프라에 좌우된다. 교통, 치안, 교육 및 쇼핑·문화시설 접근성 등의 요소가 주택가격을 형성하고, 주거임대료는 이 가격에 연동된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자기 건물에 어떤 세입자가 입주하던 대세적으로 무차별하다. 기껏해야 집을 깨끗하게 사용할 가구(예컨대 신혼부부)를 선호하는 정도일까.

 

반면, 상가는 세입자(임차인)가 누구인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물론 상가건물도 역세권인지 여부와 소비력 있는 유동인구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역세권 식당도 맛없으면 문 닫는 게 현실이다. 반대로 유명 맛집으로 소문나면, 한적한 동네도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기존에 없던 수요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인근 지역 상권까지 살아나는 효과를 감안하면, 상가의 가치평가 기준은 주택과 전혀 다른 문법을 따른다고 봐야 한다.

 

주택과 상가의 가치평가를 가르는 것은 결국 임차인의 역량이다. 이 때문에 외국은 상가를 운영하며 얻은 고객관계, 노하우 등의 유·무형 자산을 영업권(goodwill)’으로 인정해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를 권리금형태로 녹여 관례적으로 존중해왔고, 상가임대차보호법을 통해 법적으로 보호받는 재산권으로 승격된 바 있다.

 

최근 대법원에서 권리금 보호에 관한 의미있는 판결이 나왔다.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은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조항(10조의4)을 통해, 임차인이 건물주에게 주선한 신규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한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러면서 정당한 사유없이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것을 권리금 지급방해 행위의 하나로 못 박았다.

 

건물주가 명백하게 임차인에게 신규임차인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면, 실제 주선행위가 없었다 해도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여기서 문구상 애매한 지점이 발생한다. 해당 규정은 기존 임차인과 새로 들어오려는 임차인의 주선을 전제로 한다. 만약 건물주가 본인이 직접 장사를 하려 한다고 명시하는 바람에 임차인이 후임자를 구하지 않은(또는 구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어떤가? 신규임차인을 구하는 게 무의미한 경우에도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조항을 곧이곧대로 적용할 수 있는가?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건물주의 손을 들어줬다.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 방해가 인정되려면 신규임차인이 특정돼야 하는데, 이 경우 기존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건물주가 명백하게 임차인에게 신규임차인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면, 실제 주선행위가 없었다 해도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영업권은 상가임대차의 가장 큰 특징이자, 상가 임대건물 가치평가의 핵심이다. 권리금 보호가 중요한 이유는 영업권으로 대표되는 자영업자의 노하우와 신뢰관계가 그 자체로 자영업자의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임차인의 권리금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법문의 애매한 부분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건물주의 계약갱신 거절로 자영업자들이 입을 경제적 손실을 예방한다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입법취지와도 부합한다.

 

어느 때보다 자영업자의 한숨이 깊어지는 요즈음이다. 어쩌면 자영업자의 유일한 희망일 수 있는 권리금은 재산권으로 존중돼야 하며, 권리금 보호 강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번 판례가 열심히 땀 흘리는, 골목식당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자영업자에게 작은 희망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상가변호사닷컴 김재윤 변호사)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 top

객원전문 기자칼럼

 
  • 기업법률
  • 프랜차이즈
  • 공정경제
  • 법률산책
  • 생활세무
  • 세금이야기
  • 인사급여
  • 4대보험
  • 노동정책
  • 판례리뷰
  • 이제IP
  • 무역실무
  • 알쓸신법
  • 부동산
  • 금융경제
  • 세상이야기
  • 가족여행
  • 예술만세
  • 작가노트
  • 현대미술
  • 시민경제
  • 무역물류
  • 이웃사람
  • 가맹거래
  • 미국문화
  • 중국상인
  • 블록체인
  • 신경제
  • 다른 세상
  • 상가법
  • 번지는 행복
  • 민생희망
  • 지적재산권
  • 개인회생
  • 상생법률
  • 정치경제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