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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노브랜드 ‘상생·혁신’ 뒤에 숨은 독과점

상생협력법 회피, 가맹사업 전환 꼼수출점 “지역상인과 상생협의를” 

기사입력2019-08-05 11:07
김주호 객원 기자 (dream@pspd.org) 다른기사보기

참여연대 김주호 민생팀장
노브랜드 꼼수출점 유통재벌 규제하라!”

 

지난달 23일 국회에서는 전국 17개 지역의 중소상인 시민단체 주도로 노브랜드 꼼수출점 저지와 유통재벌 독과점 규제를 위한 전국대책위원회(이하 노브랜드 대책위)’가 출범했다. 이들은 이마트 노브랜드의 가맹점 출점 중단과 상생협력법 및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촉구하며, 이마트와 국회에 대한 투쟁을 전국적으로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신세계 이마트와 지역 중소상인들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변종SSM(기업형 슈퍼마켓) 논란에 휩싸이자,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라며 변종SSM 사업을 일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신세계 이마트는 2016년 자체 PB상품을 주력으로 하는 이마트 노브랜드점포를 개설했다. 20167개의 직영점으로 시작한 이마트 노브랜드는 상생스토어를 앞세워 개설 3년만에 200개가 넘는 점포를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앞서 기업형슈퍼마켓 시장에 진출한 롯데슈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GS슈퍼마켓과 비교할 때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노브랜드 직영점을 신규출점하려면, 현행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협력법)에 따라야 한다. 즉 해당 지역의 중소기업자단체가 사업조정을 신청하면, 지역상인들과의 상생협의를 거쳐야 한다. 그 과정에서 휴업일이나 영업시간 등에 제한을 두거나 주변 상권과 품목이 겹치는 경우 조정을 하기도 한다. 이미 지역에서 장사로 생계를 꾸려온 중소상인들과의 최소한의 상생을 위한 장치인 셈이다.

 

하지만 신세계 이마트는 최근 가맹점 형태의 노브랜드를 출점하며, 상생협력법의 상생 장치를 가볍게 비껴나가고 있다. 지역상인들이 전국대책위까지 출범해가며 반대하는 이유다.

 

전국 중소상인 단체들은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신세계 이마트 노브랜드 골목상권 진출에 대항하는 전국규모의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동대응을 결의했다.<사진=신세계 이마트 노브랜드 골목상권 진출에 대항하는 전국규모의 대책위원회>

 

현재 상생협력법령은 지역 중소상인단체가 사업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대상을 초기 점포개설 비용, 즉 노브랜드 점포를 여는데 필요한 임차료, 공사비 및 설비비 등 총비용의 51%이상을 대기업이 부담하는 슈퍼마켓과 음식료품 위주 종합소매업 점포로 한정하고 있다. 반대로 얘기하면 가맹점을 개설하려고 하는 점주가 초기 개설비용의 50% 이상을 부담하는 경우, 지역 상인들과의 상생협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이마트의 입장은 이렇다. ‘가맹점주도 중소상인인데 대기업과 같은 규제를 둘 이유가 없고, 오히려 가맹점주도 지역상인들과 동등한 입장이라는 것이다. 전형적인 을과 을 싸움붙이기.

 

노브랜드 가맹점과 지역상인 갈등을과 을의 갈등 아니다

 

지난 6월 전북 전주시에는 노브랜드 송천점과 삼천점이 문을 열었다(올해 출점한 노브랜드 가맹점 7개 중에서 전북지역에만 3개가 몰려있다). 기존에 있던 A마트라는 동네마트와 새로 출점한 노브랜드 송천점의 거리는 불과 5미터. 육류부터 생선류, 음식료품, 생활잡화 등 대다수의 품목이 겹치고 점포의 규모도 비슷하지만 두 점포는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이마트 노브랜드의 체계적인 재고관리와 자동화된 계산시스템은 비교적 적은 수의 판매원과 계산원만으로도 점포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아낄 수 있고 이마트 노브랜드는 일정한 수수료를 챙길 수 있지만, 그만큼 지역의 일자리는 줄어든다. 이마트, 이마트 트레이더스, 노브랜드, 이마트24 편의점을 잇는 간소화된 유통시스템은 중간 대리점과 유통상인들의 중간마진을 최소화한다.

 

제조업체를 통해 직접 판매점까지 연결되는 이마트의 자체적인 유통망은 물품가격을 낮춰 더 싼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물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차액에서 일부의 수익을 이마트로 집중시킨다. 그러나 지역에서 오랜 기간 유통망을 책임졌던 중소유통상인들은 이마트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이 역시 지역 일자리 축소로 이어진다. ‘일자리 없는 혁신인 셈이다.

 

신세계 이마트는 체계적인 시스템과 간소화된 유통망으로 유통혁신을 달성해, 소비자들에게는 더욱 저렴한 양질의 상품을 공급하고 지역에서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지만, 어디에도 신세계 이마트로 인해 사라지는 지역의 기존 일자리에 대한 언급은 없다.

 

비록 그 지역의 가맹점주 개인이 점포를 개설한다고 하더라도 이마트 노브랜드가 일정한 자본을 투자하고 가맹점의 경영을 지도하며, 상품과 원재료, 재고관리 및 유통시스템을 공급하는 한 이러한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노브랜드 가맹점과 지역 중소상인의 갈등이 을과 을의 갈등이 아닌 이유다.

 

그렇다면 노브랜드 대책위와 지역 중소상인들의 주장은 복잡한 유통망과 중간마진을 지키고 지역에서 기존의 일자리를 유지하려는 기득권들의 반혁신인가. 그렇지 않다. 이들의 주장은 이마트 노브랜드가 사업을 접으라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지역상인들과 상생협의를 할 수 있도록 법령의 예외규정을 없애자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파도가 몰아치는 지금, 지역의 중소상인들이 어떻게 혁신의 거친 물살을 막을 수 있겠는가. 다만 거친 물살을 덩치 큰 대기업들이 거슬러 오르는 사이, 몸집이 작은 물고기들이 최소한 모두 떠내려가버리지 않도록 돌담을 마련해야 한다. 작은 물고기들이 모두 쓸려내려가고 나면, 결국 남은 큰 물고기들 만으로는 이 강의 생태계가 지속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참여연대 김주호 민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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