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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관·화평법, 연장근로…산업안전은 뒷전인가

누굴 위한 규제완화…국산화 하려면 중소기업과 노동자부터 살려라 

기사입력2019-08-13 17:05
김종보 객원 기자 (jongbokim518@gmail.com) 다른기사보기

법률사무소 휴먼 김종보 변호사
일본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으로 인해 핵심소재와 부품을 국산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은 가운데, 정부는 지난 5대외의존형 산업구조 탈피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20대 품목은 1, 80대 품목은 5년 안에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겠다고 하고, 소재·부품·장비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하며, 강력한 추진체계를 갖추겠다고 한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고 추진한다고 하니 반갑고 다행스럽지만, 뒷북치는 느낌이 강하다. 실효성도 의문이다. 1년이나 5년 안에 공급이 안정될 것 같으면 벌써 됐을 것이고, 7년 동안 7.8조원의 예산을 R&D에 추가로 투자해서 소재·부품·장비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 같으면 벌써 됐을 것이다. 참고로 e-나라지표를 보면, 정부의 R&D예산은 201417.8조원이었고 해마다 증가해 2018년에는 19.7조원이다.

 

게다가 수입국을 발굴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보증지원하고 대체소재 적합성 테스트를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웬만한 기업들은 주요부품 공급자가 누구인지 이미 다 알고 있고, 적합성 테스트는 기업이 할 일이지 정부가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다. 사업을 위한 사업을 하면서 공연히 세금만 낭비하는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자료=e-나라지표 정부R&D 예산, 기획재정부 ‘국가재정운용계획’>

 

문제는 정부의 대책에 이상한 것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규제완화·제도개선이라는 명분아래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과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 상의 규제를 완화하고,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국산화와 무슨 관련이 있는가?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인·허가 기간을 75일에서 30일로 단축하면 국산화가 촉진되는가? R&D용 화학물질이라고 기존 14일 걸리던 등록 절차를 면제해주면 국산화가 촉진되는가? 연장해서 일시키면 국산화가 촉진되는가?

 

정부 대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표현 중 하나가 강소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심사기간이 길거나 화학물질 등록절차가 까다로워 사업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 힘들게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해도 대기업한테 빼앗기기 때문에 사업을 못하는 것이다. 기술탈취도 제대로 막지 못하고, 단가후려치기도 방관하면서 어떻게 강소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인가?

 

화학물질 규제를 완화하고 연장근로하면 국산화가 촉진되는가

 

또한 화학물질 규제를 완화하겠다면서, 어떻게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영세한 노동현장을 보라. 필자는 메탄올 급성중독 실명 사건에서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를 대리해 소송을 수행하고 있는데, 노동자는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사용자도 절삭 가공에 사용되는 화학물질(메탄올)1급 독성물질이라는 점을 잘 모르고 있었다.

 

정부가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산업현장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니, 정부는 화학물질관리법은 환경부 담당이라서 노동부의 근로감독과는 무관하다 하고, 산업안전은 사용자 책임이라서 노동부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식으로 국민의 산업안전을 뒷전으로 밀어놓으면서 누구를 위한 규제완화란 말인가? 삼성전자 백혈병 사태를 벌써 잊었단 말인가?

 

언론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 공정에 들어가는 일본산 소재를 국내산이나 유럽, 미국 등 제3국이 생산한 소재로 모두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수입선을 다변화해 반도체 생산에 큰 문제가 없다는 소식도 들린다. 정부의 대책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시장은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이재용 부회장은 일본을 이겨내는 영웅으로 올라설 참이다.

 

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반도체를 만들다 백혈병과 각종 암을 얻어 투병하고 있는 노동자들, 휴대폰을 만들다 1급 독성물질인지도 모른 채 최저시급을 받으며 하루에 12시간씩 일하다 두 눈을 잃어버린 노동자들의 산업안전 따위는 잊혀져버렸다. 국산화 보다 중소기업과 노동자를 살리는 대책이 먼저다(중기이코노미 객원=법률사무소 휴먼 김종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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