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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소요유(逍遙遊) 정신을 되새겨야

장자(莊子), 권력을 위한 출사(出仕)야 말로 자신을 해치는 일 

기사입력2019-08-19 11:17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유가(儒家)학파의 공자와 맹자 그리고 도가(道家)학파의 노자와 장자(莊子) 같은 성현들은 자신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공자는 자신에게 배우려고 모여든 학생들에게 대략 한 묶음의 말린 고기인 속수(束脩) 이상의 물품을 학비로 받았다. 물론 오늘날과 같은 수업료 명목이 아니라, 이 정도가 선생에 대한 학생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것을 두고 교육사에서는 공자가 처음으로 학비를 받아 사학(私學)을 운영했던 교육가라고 평가한다. 

맹자 역시 어머니와 여기저기를 떠돌던 어린 시절, 어려운 가정환경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공부해 세상에서 학자로 인정을 받았고 많은 학생들이 그를 따랐다. 뒷날 맹자가 제자들과 함께 여러 나라의 왕들에게 정치자문을 하면서, 비교적 많은 답례품을 받으며 정치활동을 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공자와 달리 맹자는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맹자는 그의 책「등문공(滕文公)」상편에서 세상에는 여러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자신과 같은 이는 정치를 담당해 마음을 수고롭게 하는 일종의 정신노동자로서 ‘노심자(勞心者)’이고, 보통백성들은 농사를 직접 지어먹고 사는 육체노동자라는 의미에서 ‘노력자(勞力者)’라고 했다. 그러므로 직접 노동에 종사하는 노력자들이 자신과 같은 노심자를 먹여 살려야한다고도 했다.

유가학파에서 군자는 마땅히 나라를 잘 다스리고 세상을 평안히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공자나 맹자는 늘그막까지 세상 정치에 참여해 각국의 군주들에게 참다운 정치를 일깨우기 위해 분주히 돌아다녔다.<사진=문승용 박사 제공>
여기에 나타난 맹자의 직업관, 왕조시대에서 노동에 대한 인식의 한계를 드러낸 측면이 있다. 지배계급은 노동일을 하지 않고 단지 일반백성들만이 육체노동에 종사해야한다는 식으로도 해석할 수 있으니,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노자의 경우 사마천(司馬遷)『사기(史記)』의 열전에서 늘그막까지 주(周)나라 왕실의 사관(史官)을 지내다가 나라가 쇠락해지자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후 국경너머 멀리 떠나가서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모른다고 했으니, 은퇴하기 전까지 공직생활을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노자의 도가사상을 계승했다고 알려진 장자(莊子)는 생계와 관련해서 별다른 직업을 가지지 않았던 듯하다.『사기』장자열전에는 초(楚)나라 위왕(威王)이 그가 훌륭하다는 소문을 듣고 재상으로 삼으려고 했으나, 장자는 그 제안을 가볍게 거절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장자는 그 이유에 대해 마치 번듯하게 잘 생긴 소가 일찌감치 제단(祭壇)에 받쳐져 죽음을 당하고 마는 것처럼, 어지러운 세상에서 높은 벼슬아치가 되는 것이 일시적으로는 영예를 얻고 호강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권력자에게 이용만 당하다 역시 굴욕을 당하고 말 것이니, 차라리 평범한 자연인으로 편안히 사는 것이 낫다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청와대에서 일부 장관급 인사들에 대한 개각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 나오자 누구는 되고,  누구는 뭐 뭐 때문에 안된다는 평론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온다. 요즘은 장관급 인사 임용과정에서 예전과 다르게 거절하는 후보자들이 꽤 많다고 한다. 장관에 임명되려면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데, 청문회에서 자신은 물론 가족들의 비밀스럽거나 세상에 알려지면 낯부끄러운 일들까지 낱낱이 세상에 드러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나중에 장관 자리에 한번 도전하고픈 고위 공직자들 가운데에는 세금납부나 음주운전, 혹은 업무와 관련한 작은 비리도 저지르지 않으려고 애쓰는 이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니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상구(商丘)에 있는 장자의 석상과 ‘소요(逍遙)의 시조’라는 비석이다. 도가학파는 어지러운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오히려 자신의 심성을 해치는 것이라 했지만, 자신의 진정한 행복이 무언인지 돌아봐야한다는 역설적인 인식이 담겼다고 이해해야한다.<사진=문승용 박사 제공>
그 옛날 장자가 자신의 어떤 개인적인 비리나 남들에게 밝히고 싶지 않은 것들을 꼭꼭 숨기기 위해 재상의 자리를 마다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당시 같은 왕조시대에는 높은 자리를 차지하면 권력을 휘두르며 남부럽지 않게 지낼 수 있을 터인데, 장자는 이 모든 것이 오히려 자신의 심성을 해치기 때문에 남들이 모두 그토록 오르고 싶은 자리를 마다했던 것이다.  
 
장자 사상의 핵심은 소요유(逍遙遊)이다. 소요유는 그의 책 첫 부분인 내편(內篇)의 첫 번째 나오는 편명인 만큼 장자 사상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소요(逍遙)는 이리저리 편안하게 왔다갔다한다는 뜻으로 한곳에 고정돼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고, 유(遊) 역시 편안하게 이곳저곳을 노닌다는 뜻이다. 

소요유는 정치적인 의미에서 자유를 일컫는 것은 아니고, 어지러운 현실사회에서 정신적으로나마 자유를 추구하자는 것이다. 노자가 무엇인가 억지로 하지 않는 것을 통해 스스로 그렇게 살아가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삶이 진정 인간의 행복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장자는 눈앞에 보이는 권력을 누리기 위해 세상에 나서는 것이야말로 자신을 해치는 일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무한경쟁의 산업사회에서 노자나 장자의 생각이 지나치게 이기적이거나 현실도피적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끝 간 데 없이 치닫는 현실사회에서 노자와 장자의 도 사상은, 진정 스스로에게 어떤 삶이 행복인지 되새기는 심지로 삼을 수는 있을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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