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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親재벌’ 행보…더 이상 가면 안된다

재벌개혁 포기하면 아베 정권에도 패하고, 촛불정부도 무너진다 

기사입력2019-08-21 19:51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문재인 대통령의 ‘親재벌’ 행보가 위태위태하다. ‘경제위기(?)’와 ‘탈일본’이란 나름의 명분을 내세우지만,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와 마주 서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크다. 일본 아베 정권의 수출규제가 한국경제에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재벌대기업 편향의 왜곡된 산업생태계 때문이다. 재벌그룹 총수를 정점으로 한 수직·종속 원하청 구조를 수평·대등 협력자 구조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권력이 대통령이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이 던지는 메시지가 ‘재벌개혁’이 아닌 ‘재벌체제 강화’로 오독될 소지가 다분해 두렵기까지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전북 전주시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에서 열린 탄소섬유 신규투자 협약식이 끝난 뒤 조현준 효성 회장의 설명을 들으며, 탄소섬유를 사용해 3D 프린터로 제작한 전기자동차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전주 소재 효성의 탄소섬유 공장을 방문, “효성의 담대한 도전과 과감한 실행을 정부도 적극 뒷받침 하겠다”며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을 격려했다. 탄소섬유는 대한민국 미래먹거리인 수소연료전지차의 핵심 소재로도 사용되는 첨단 소재다. 첨단 소재 탈일본화가 국가적 과제로 떠오는 지금, 2028년까지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조현준 회장의 결정은 평가받아 마땅할 수 있다. 하지만 많고 많은 기업 중에서 대통령이 효성공장을 방문하고, 조현준 회장과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는 게 불편하다. 

효성그룹 총수, 조현준 회장이 누구인가. 혹자는 탈세·횡령·배임·일감몰아주기 등 조 회장의 범죄행위
가 재벌가의 비리 유형을 모두 망라해, ‘재벌총수 비리 종합세트’라고까지 말한다. 회사 돈으로 해외부동산을 취득했던 조 회장, 2010년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또 아버지 조석래 명예회장 소유 해외자금 157억원을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증여받아, 약 70억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 등으로 2016년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역시 집행유예로 나왔다. 

두번의 유죄선고와 두번의 집행유예란 재벌총수만의 ‘특혜’를 누렸다. 그럼에도 지금도 조현준 회장은 200억원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돼, 오는 9월 법원의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결심공판에서 검찰로부터 징역 4년을 구형받았을 만큼 죄질도 나쁘다. 조 회장은 자신이 대주주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경영난에 빠지자, 계열사를 동원해 부당 지원하도록 했다. 또 개인자금으로 구매한 미술품을 계열사에 떠넘겨 시세차익도 챙겼다. 

기업인이 한때 죄를 졌다는 이유만으로 차별하거나 배척해야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그러나 조현준 회장은 형사범죄로 기소돼 1심 선고를 앞둔 피고인이다. 게다가 검찰 기소에 앞서 조 회장의 범죄행위로 인해, 효성은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30억원의 과징금 처분까지 받았다. 문재인 정부의 3대 핵심 경제기조 중 하나인 ‘공정경제’를 정면으로 부정한 당사자가 조현준 회장이다. 탈일본이 아무리 다급한 과제라도, 대통령과 조 회장 간의 만남은 부적절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전북 익산 하림 익산공장에서 열린 식품산업 활성화 기업 현장방문 행사를 마친 후 김홍국 하림회장으로부터 생산 제품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재벌총수 격려방문은 전주 효성공장을 거쳐 익산의 하림공장으로 이어졌다. 하림공장에서 대통령은 “하림은 그간 발전의 토대가 된 익산에 본사를 두고, 성장의 과실을 지역과 함께 나누는 지역·기업 상생협력의 모범사례”라며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을 치켜세웠다. 자산규모 10조원이상 34개 기업 중 익산에 본사와 사업장을 둔 유일한 기업이란 점에서, ‘지역·기업 상생협력의 모범사례’란 대통령의 칭찬은 나름 근거가 있다.

하지만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의 경영행태를 지역이 아닌 산업차원에서 접근하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하림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550여개 농가에서 생닭을 구입하면서, 전체 거래의 32.3%(2914건)에 대해 계약서보다 낮은 가격을 지급했다.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이같은 갑질에 대해 공정위는 지난해 9월 하림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억9800만원을 부과했다.  

이외에도 김홍국 회장은 큰아들인 김준영씨에게 비상장계열사인 ‘올폼’ 지분(100%)을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2015년·2016년 올폼과 하림그룹 계열사 간 거래규모가 각각 745억원·848억원에 달하는 등 일감몰아주기 의혹도 받는다. 이에 공정위가 직권조사를 통해 김 회장을 사익편취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안을 지난해 12월 공정위 전원회의에 상정했고, 지금 최종 심결을 앞두고 있다.  

효성 조현준 회장이 재판을 받는 범죄행위와 공정위 전원회의에 올라간 하림 김홍국 회장의 범죄행위는 동일하다. 양자 모두 재벌총수라는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계열사가 가져야 할 정당한 몫을 자신이 가로챘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 주주들의 재산권을 침해했고, 중소기업에 돌아가야 할 사업기회를 총수일가가 빼앗았다. 공정경제는 물론이고 시장경제 원리 자체를 부정하는 反시장 행태와 다름없다. 그런데 공정경제 토대를 조성하고 키워가야 할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직접 이들의 경영행태를 칭찬했다.  

조현준 회장과 김홍국 회장이 反시장주의자임을 알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이들을 격려했다는 사실이 더 우려스럽다. 이들 양인에 대한 검찰고발과 공정위 제재처분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정위원장 재임시절에 있었다. 이들 양인의 범죄사실을 보고받고도,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이들의 사업장을 방문했다고 추론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대통령의 ‘親재벌’ 행보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말도 된다.  

지난 촛불대선 이전부터 문재인 대통령은 줄곧 재벌개혁을 주장했다. 재벌개혁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 또한 강력하다는 사실도 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여가 지닌 지금까지, 극우 야당·언론 등 기득권집단의 무차별적인 공세와 선동에도 재벌개혁 기조란 큰 틀은 유지했다. 지난 2년간 집권시기와 지금 다른 점은, 아베 정권이 도발한 수출규제란 외부변수뿐이다. 

아베 정권의 도발, 가용한 모든 역량과 자원을 활용해 저지해야하는 게 문재인 정부가 당면한 최대 과제임은 분명하다. 그렇더라도 재벌개혁 지연 또는 포기는 절대 택해서는 안되는 카드다. 아베 정권에도 패할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를 실패한 정부로 만드는 자충수가 될 뿐이다. 이제라도 촛불혁명의 명을 받들고자 정치인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된 그 날, 초심으로 돌아가 재벌개혁의 기치를 다시한번 세워줄 것을 호소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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