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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대체인력 ‘사용자 부당노동’…모두의 피해

MBC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부당해고’가 주는 의미㊦ 

기사입력2019-09-12 00:00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MBC 아나운서 부당해고가 주는 의미]MBC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MBC가 일방적으로 정한 시간에 A가 사전연습을 해야 했고 A가 방송 후에도 수행업무에 대해 세부적 수정지시를 받았고 A가 전문적 뉴스 진행 외에도 종속적 관계에 있는 아나운서 직원이 아니라면 수행하지 않을 업무(화초가꾸기, 신문정리 등 일상업무)를 여러 차례 지시한 점을 들어 MBCA에 대한 사용종속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A와 같은 프리랜서 업무위임계약으로 함께 입사한 동료 김○○가 다른 방송사로부터 출연제의를 받은 사안에서 MBC 보도국은 ‘MBC 앵커이므로불허 답변을 했다는 점 역시 프리랜서 업무위임계약으로 입사한 동료 이○○MBC 입사전 제작한 프로그램이 타 방송국에서 방영되는 것에 관해서도 MBC 본부장급 인사가 문제를 삼은 점 등을 이유로 AMBC 간 계약관계의 전속성배타성을 인정했다.

 

MBC가 계약직 아나운서에 지급한 보수는 근로 대가

 

MBCA와 체결한 업무위임계약에서 A에게 연 5502만원의 고정된 급여를 지급하기로 했다. 프로그램별 회당 출연료를 책정해 지급하기로 했으나, A가 이 사건 업무위임계약(2012.4.9.~2014.4.8.)에 따라 제공한 근로와 이 사건 출연계약(2014.4.9.~2017.12.31.)에 따라 제공한 근로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발생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는 위와 같은 계약내용은 보수를 계산하는 방법을 정한 데에 지나지 아니하고, A가 받는 급여가 그가 제공하는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데에 별다른 장애가 되지 아니한다A가 받은 보수는 근로의 대가라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재판부는 MBC가 휴가 등 A의 근로조건에 대해 지휘·감독을 행사한 점 A에게 고정적인 사무공간과 개인사물함 등 편의시설을 제공한 점 다른 MBC 직원들이 근무하는 장소가 A의 사무공간과 구분되지 않는 등 MBCA에게 다른 직원과 동등하게 제공한 근무여건을 근거로 MBC의 사용자성과 A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재판부의 판단에 따르면, A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기간제근로자다. 따라서 MBC201249일부터 20171231일까지 A와 이 사건 계약을 거듭 갱신하면서,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용했으므로 A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보아야 한다(기간제법 제4조제2).

 

MBC 해직 아나운서가 지난 7월16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직장 내 괴롭힘 진정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따라서 MBC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A에게 계약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로 해고를 통보한 것은,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말하는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지 않아 부당해고다.

 

판결의 의의=이 사건의 당사자인 A와 함께 부당해고를 주장하는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2012MBC노조가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파업할 때 경영진이 대체인력으로 채용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촛불혁명 이후 부당 해고·징계, 대체인력 채용 등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한 당시 김장겸 사장 등이 퇴진하고, MBC 해고자 출신인 신임 최승호 사장이 취임했다. 이후 MBC노조 파업으로 해고·징계를 받았던 노조원이 원직에 복직하면서 MBC 정상화가 진행중이지만, 파업대체인력으로 채용된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파업대체인력 향한 노조원의 곱지 않은 시선 이해 된다

 

파업대체 인력으로 채용된 이들 계약직 아나운서들에 대한 MBC노조원의 곱지 않은 시선은 십분 이해가 된다. 이런 정서가 반영된 듯, MBC 경영진은 법률적인 측면으로 보자면 기간제법에 반한 다소 무리한 해고를 강행했다

 

결국 서울지노위와 중앙노동위의 부당해고 결정에 이어, 1심인 서울행정법원에서도 MBC가 패소했다. 이 과정에서 MBC는 계약직 아나운서들에게 업무를 부여하지 않아, ‘왕따논란도 자초했다.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직장내 괴롭힘에 관한 규정이 신설된 근로기준법에 근거해, MBC를 상대로 한 고용노동부 진정 사건 1호의 주인공이 됐다.

 

2012년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MBC노조가 벌인 파업은 우리사회 언론의 공정성을 바로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그 과정에서 겪었던 MBC노조원의 희생과 고통을 모르지 않는다. 해서 정당한 파업을 파괴하기 위한 대체인력 채용 등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철저히 단죄해야한다는 주장에 이의를 달고픈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사용자로부터 사용종속성·전송성·배타성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가장 약한 고리인 계약직 아나운서에게 가혹한 책임을 묻는 게 정의인가는 의문이 든다. 부당노동행위 단죄와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구축이 문제라면 단체협약 등 다른 방안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체인력으로 입사한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원죄는 어떤 방식으로든 합당한 처분절차를 거쳐야한다는 주장에 반박할 생각도 없다

 

이번 판결은 프리랜서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불안정한 노동환경에 시달리는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의미있는 판결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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