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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 요금수납원 1500명 모두 직접고용을

외주화=경영합리화, 맹신만 버리면 노사협상으로 문제 풀 수 있다 

기사입력2019-09-13 00:0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한국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1500여명의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모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 직접고용과 함께 이들 모두가 ‘부당해고’ 직전 수행했던 직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해야 할 책임이 도로공사에 있다.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게 너무 당연하기 때문이다.

 

도로공사 불법파견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외주업체 소속 요금수납원들의 사용자는 외주업체가 아니라 도로공사라는 사실이다. 요금수납원을 고용한 외주업체는 껍데기에 불과하기에, 실질적 사용자인 도로공사가 요금수납원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판결이다. 외주업체 소속 요금수납원들을 상대로 일을 시키는 등 사용자 권한을 행사했다면, 도로공사가 그에 따른 사용자 책임도 부담하라는 명령이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11일, 74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민주노총·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 요금수납원 조합원들이 성남시 궁내동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에서 아래에 있는 동료 조합원들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대법원 판결 이후 도로공사는 요금수납원 499명만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도로공사 근로자 지위를 회복한 745명 중 자회사로 전직한 200명 등을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현재 1·2심이 진행 중인 요금수납원 1100여명의 직접고용 여부는 대법원 최종판결 이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1500여명 요금수납원 전원이 아닌 제한된 인원만 직접 고용하겠다는 도로공사의 방침은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부정하는 처사이기에 철회돼야 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효력이 직접 미치는 745명을 포함 1500여명의 요금수납원 대부분은 같은 시기, 같은 이유로 사실상 해고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이들에 대한 해고처분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제소시점에만 차이가 있을 뿐, 이들 대부분은 대법원 판결로 근로자 지위를 회복한 이들과 같은 주장을 하며 소송을 진행 중이다. 

 

불법파견에 따른 법률효과를 더이상 거론하지 않더라도, 사회적 책임 이행 측면에서 도로공사는 1500여명의 요금수납원 모두를 직접고용 해야 한다. 특히 도로공사는 돈을 최우선 가치로 운영되는 사기업이 아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이다. 사실상 부당해고된 1500여명의 요금수납원 모두는 도로공사가 불법행위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희생자다.

 

도로공사는 외주용역이란 외관을 가장해 불법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했다. 이 사실이 드러나 요금수납원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나온 시점이 2017년 2월이다. 이 판결 이후 도로공사는 자회사를 설립해 요금수납원들에게 전직을 강요하면서 법원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1500여명의 요금수납원들은 전직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실상 해고당했다. 이들의 요구는 자회사로의 전직이 아닌 서울고법 판결에 따라 도로공사가 직접 고용하라는 것이었고, 당연한 요구였다.

 

도로공사가 서울고법 판결 직후 불법파견 사실을 인정하고, 요금수납원들 모두를 직접 고용했다면, 1500여명에 달하는 대량의 해고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자초한 일이니, 그 뒷감당도 도로공사의 몫이다. 1500여명 직접고용 이외 도로공사가 풀어야 할 또 다른 ‘난제’는 직접 고용될 요금수납원들의 직무배치다. 도로공사는 복직된 요금수납원들에게 본래 직무인 요금수납직무가 아닌 환경관리 등 현장조무직무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톨게이트 요금수납업무가 이미 자회사로 넘어가, 도로공사에는 요금수납직무가 없다는 게 이유다. 또 해고자 복직 이후 직무부여는 경영진의 재량범위 내에 있다는 법원의 판결내용도 덧붙였다.

 

도로공사가 요금수납원의 ‘원직복직’을 결단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톨게이트 요금수납업무를 전담하는 자회사의 존재다. 2017년 서울고법 판결 이후 5000여명의 외주업체 소속 요금수납원들이 자회사로 전직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무탈하게’ 요금수납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500여명을 직접고용해 요금수납업무에 투입할 경우 과잉인력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또 자회사와 모회사 직원 간의 형평성, 인력관리의 애로 등 경영상 불편한 문제가 더해질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애초부터 ‘원직복직’은 배제하고, 현장조무직 아니면 자회사 전직 중 하나를 택일하라는 도로공사의 방침은 몰염치하다.

 

자신의 불법행위를 덮는 과정에서 만든 자회사를 핑계로 자신의 책임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도로공사의 방침은 철회돼야 마땅하다. 수년 이상 법정에서 또는 거리에서, 온갖 고초를 겪었을 이들에게 이같은 일방통행식 통보는 예의도 아니다. 이번 사태에 일말의 책임을 느낀다면, 당사자들과 대화를 통해 직무배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와 성의를 보여야 한다. 그 출발점은 1500여명의 요금수납원을 대표하는 노동조합과의 성실한 협상이다.

 

추석인 13일, 250여명의 요금수납원들이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관 등에서 나흘째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이들 모두는 추석연휴 내내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져 도로공사 본관 등에서 지내야 한다. 이들이 무슨 잘못이 그리 크다고, 모두가 쉬면서 즐겨야 할 명절휴일을 이렇듯 힘들게 보내야 하는지 도로공사가 한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자회사 또는 외주화가 경영합리화를 가져올 것이란 맹신만 버릴 수 있다면, 직접고용 및 직무배치 문제는 해결 불가한 사안이 아니다. 도로공사의 결단으로 1500여명의 요금수납원 전원이 내년 설날에는 가족과 친지 등과 행복한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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