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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법 위반 벌점제도…갑질예방 못하는데

벌점 경감사유 축소하고, 벌점 관리방식도 대폭 개선해야 

기사입력2019-09-19 19:01

하도급법 위반 벌점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벌점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관련된 법적근거도 정비해야한다는 대안이 제시됐다. 

 

최난설헌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과 한국공정경쟁연합회가 19일 공동주최한 ‘하도급법 위반 벌점제 정비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공공입찰참가 제한 및 영업정지제도 실효성 제고방안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벌점부과의 불확실성을 개선하고 벌점경감 사유를 정비하는 한편, 벌점 부과와 경감 등에 대해 입법을 통해 명확성을 확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벌점제도 미비…입찰참가제한·영업정지 요청 드물어

 

하도급법 위반 벌점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난설헌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벌점부과의 불확실성을 개선하고 벌점경감 사유를 정비하는 한편, 벌점 부과와 경감 등에 대해 입법을 통해 명확성을 확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중기이코노미

 

하도급법이 규정하는 벌점이란 하도급법 제26조 제2항에 따른 입찰참가자격제한 등 기초자료로 사용하기 위해, 법 위반 사업자에게 공정위가 부과하는 벌점을 말한다. 하도급법이 정한 벌점은 시정조치, 과징금과는 별도로 법 위반 사업자에게 입찰참가자격제한 및 영업정지 요청 내지 상습 법위반사업자 공표로 이어지는 강력한 효과를 가진다. 

 

그러나 법 시행 당시(1985년)부터 마련됐던 입찰참가자격제한 요청제와 영업정지 요청제(1995년 도입)가 발동된 사례는 드물었다. 이와 관련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벌점제도의 미비점이 지적됐고, 하도급법 위반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벌점제도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김병욱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공정위 자료를 보면, 2015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하도급법 위반 벌점이 5점을 초과한 기업이 34개였지만, 이 중 공정위가 공공 입찰참가자격제한 조치를 의결한 것은 3건에 불과했다.

 

김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벌점제도가 현실에 맞게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갑질 예방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벌점 5점을 초과하고도 공정위로부터 입찰참가제한 조치를 받지 않은 기업이 수두룩하며, 입찰참가제한 조치를 당한 기업조차도 각기 다른 산정기준으로 벌점이 계산돼 공정위의 권한남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벌점제도 실효성이 문제되는 이유에 대해 김 의원은 공정위의 주먹구구식 운영이라고 꼬집었다. 사업자별 누계벌점을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반기별로 공정위 담당자가 수작업으로 합산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공정위가 조달청 등 공공기관에 입찰참가제한을 요청해도, 법령에 대한 소극적인 유권해석으로 실제 입찰참가제한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공정위 또한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지난해 12월 하도급 벌점 경감기준 정비, 벌점관리방식 개선을 내용으로 하는 공공입찰참가제한 및 영업정지 요청제 실효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이에따라 올해 6월까지 공정위가 입찰참가자격제한 또는 영업정지 요청을 의결한 건은 13건으로 증가했다.

 

또 공정위는 하도급 벌점 경감사유를 축소하는 등 경감기준을 엄격히 운영하고, 사건처리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사업자별 벌점 총계를 확인할 수 있도록 벌점관리방식도 개선했다.

 

공정위 노력에도 하도급법 위반 벌점제 해결할 것 많아

 

이러한 공정위의 개선방안 시행에도 아직 논의하고 다듬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는 게 최난설헌 교수의 지적이다. 최 교수는 하도급법 위반 벌점제도 개선방안으로 ▲벌점부과의 불확실성 개선 ▲벌점 경감사유의 정비 ▲기속행위의 재량행위로 접근 ▲입법을 통한 명확성 확보 등을 제안했다.


◇벌점부과의 불확실성 개선=현재 벌점제도는 벌점관리 방식이 미비해 사업자는 공정위의 의결과정에서도 자신의 벌점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 공정위가 입찰참가자격제한이나 영업정지 요청을 의결해야만 비로소 벌점부과 내역을 알 수 있다. 법 위반 사실을 일정한 기준으로 계량화해 향후 규제당국이 다른 제재시 참고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하고, 수범자인 사업자에게 장래에 법위반 억제효과를 도모하는 벌점제도의 본래 취지와 동떨어진 제도운영이다. 

 

최 교수는 벌점관리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정비해 벌점 내역이 당사자뿐만 아니라 여타의 상습 법위반 사업자에게 억제 및 예방 효과가 발휘될 수 있도록 신속하게 공개돼야한다고 주장했다. 

 

◇벌점 경감사유의 정비=현행 벌점의 경감·가중 기준에 따르면 ‘직전 1년간 교육이수’, ‘직전 1년간 우수업체 표창’ 등이 경감사유다. 최 교수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벌점감면으로 입찰참가자격제한 요청 대상을 피해간 업체는 서희건설, 삼부토건, 호반건설 등 6개 사업자가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벌점감면 기준을 하향조정하는 방안을 발표했으나, 시행령 미개정으로 아직 시행되지 않는다. 

 

최 교수는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에 따른 벌점경감 등은 건전한 하도급 문화의 정착을 위해 경감기준으로 유지하되, 경감기준의 정교화 등으로 벌점 경감사유를 정비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기속행위의 재량행위로 접근=벌점은 각 시정조치 유형에 따라 결정된다. 공정위는 입찰참가자격제한요청 내지 영업정지 요청에 대해 별도의 판단권이나 재량권을 갖지 못하고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요청해야한다. 규제기관의 재량이 전혀 없어 개별사건에서 특별히 고려할 사항을 반영하지 못하고, 제도의 탄력적 운영에 방해요인으로 작용한다. 

 

최 교수는 규제당국의 재량이 있는 경우, 반복적인 법 위반행위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지면서 동시에 산업분야에 적합한 제재를 고민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입법을 통한 명확성 확보=공정위의 입찰참가자격제한 및 영업정지 요청시 기존 누적점수의 소멸에 대해서는 선례가 없으며, 근거 규정도 없다. 그러나 앞으로 입찰참가자격제한 요청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벌점관리방식 개선으로 누적점수를 공개하는 상황에서, 관련된 근거 규정의 마련은 필수적이다. 또 현행법에서 상습 법위반사업자 명단 공표의 경우, 법에서 이의신청 등 불복절차가 진행 중인 조치에 대해서는 벌점합산시 제외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지만, 입찰참가자격제한 및 영업정지 요청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 

 

최 교수는 법령 개정을 통해 관련 내용의 흠결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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