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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토건자본·투기집단에게 또다시 무릎 꿇어

부동산투기 근절…보다 철저한 분양가상한제 전면 도입을 촉구한다 

기사입력2019-10-05 00:0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부동산투기에 따른 불로소득(不勞所得). 노동과 땀 없이 주어지는 부당한 소득을 차단할 고리, 한번만 끊으면 된다. 사회적 신분을 불문하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국민 모두를 부동산투기장으로 몰아가는 부동산정책이 반복된다. 반사회적인 범죄임을 모두가 인정함에도, 부동산투기를 조장하는 정책이 유지되는 이유는 용기가 없어서다. 투기꾼의 욕망조차 보호할 요량이 아니라면, 이들의 탐욕을 억제시켜야 할 책무가 정부에 있다. 불로소득을 꿈꾸는 이들의 저항이 귀찮다고 결단하지 않겠다면, 문재인 정부는 손에 쥔 권력을 내려놓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토건자본과 투기집단에게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6개월 유예하기로 했다. ‘부동산시장 점검 결과 및 보완 방안’, 정부가 그럴듯한 이름까지 붙였다. 말이 보완이지, 10월 중 주택법 시행령을 바꿔 분양가상한제를 전면 도입하겠다는 정부방침을 완전히 뒤집었다. 이에 따라 주택법 시행령 개정 이전에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거나,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투기꾼의 욕망조차 보호할 요량이 아니라면, 이들의 탐욕을 억제시켜야 할 책무가 정부에 있다. 불로소득을 꿈꾸는 이들의 저항이 귀찮다고 결단하지 않겠다면, 문재인 정부는 손에 쥔 권력을 내려놓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사진=이미지투데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이번 유예조치로 서울에서만 135개 재건축·재개발 단지, 13만1000가구가 분양가상한제 규제에서 벗어났다. 집은 ‘사는(투기대상)’게 아니고 ‘사는(거주대상)’ 것이라며, 역대 어느 정부보다 부동산투기 근절을 강조했던 정부다. 서울지역에만 135개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13만이 넘는 가구를 대상으로 부동산투기장을 열었다. 6개월 한시적이라지만, 한번 터진 봇물을 다시 틀어막을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문재인 정부 지지율도 빠지는 지금, 토건자본과 투기집단의 공격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분양가상한제란 강력한 칼을 칼집에 넣고, 우물쭈물하는 사이 주도권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갔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 전면 도입 방침을 발표한 직후, 주춤했던 서울 재건축아파트 가격은 다시 치솟았다. 9월 둘째 주 상승률은 0.21%. 같은 기간 일반아파트 가격 상승률(0.05%)보다 4배이상 뛰었다. 홍남기 부총리를 포함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 관료들이 딴지를 걸었고, 토건자본과 투기집단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무엇보다 걱정스런 대목은, 홍 부총리가 부동산투기와 그에 따른 주택편중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평생을 전월세로 전전하며, 내집 마련 꿈조차 가질 수 없는 서민들의 고통을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다. 2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홍 부총리는 “(분양가상한제가) 유용한 것도 있지만, 부작용도 없지 않다”면서 “건설경제와 관련해서는 물량 위축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가 언급한 ‘유용한 것’과 ‘부작용’이 무엇인지는 정확히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양자를 비교해 ‘유용한 것’이 더 크다면 분양가상한제는 시급한 정책이다. 무주택자의 설움을 만분의 일이라도 공감했다면, ‘부작용’이란 핑계를 대지 말아야했다. 

토건자본과 투기집단의 구호나 다름없는 ‘공급부족’까지 언급했다. 분양가상한제를 전면 도입해야 할 최고책임자가 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까지 내비췄다.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공급부족이 발생한다는 주장, 현실에서 검증되지 않은 가설일 뿐이다. 과거 분양가상한제 시행 사례를 보면, 공급부족론을 반박하는 자료는 차고 넘친다. 분양가상한제 부작용이라고 해봐야, 재건축·재개발로 한 몫 챙기려는 이들의 기대가 무너지는 것뿐이다. 이리되면 집 갖고 장난치는 토건자본과 투기집단은 고사되고, 광란의 투기장이 된 부동산시장 정상화는 덤이다. 

경실련 분석에 따르면 강남권에서 분양된 아파트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면, 분양가는 절반이상(54%) 떨어진다. 지방 대도시 고가분양아파트도 사정이 같아 분양가가 2배가량 낮아진다. 분양가상한제 전면 도입만으로 부동산투기가 근절되고, 서민 주거안정이 보장되는 건 분명 아니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 전면 도입은 집값에 낀 거품을 걷어낼 강력한 수단이다. 투기의 대상이었던 주택을 거주의 대상으로 바꿀 수 있는 검증된 수단임은 분명하다. 

불로소득, 부동산·금융 소득의 양극화, 사회 불평등 심화 등 대다수 서민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모는 사회적 병폐들이다. 이들 병폐 모두는 우리사회에 만연된 부동산투기와 무관하지 않다. 단칼에 이 모두를 척결할 수는 없지만, 분양가상한제 전면 도입은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메시지로는 충분하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 토건자본과 투기집단이 아닌 서민대중을 위해, 보다 철저한 분양가상한제 즉각 도입이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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