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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의 대상이어야지, 주체일 수는 없다

각종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검사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한다 

기사입력2019-10-18 19:53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절대 선(絕對 善)’, 어떤 경우에도 틀림이 없고 자신만이 선(善)하는 독선(獨善). 17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석열 검찰총장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고성과 막말이 주특기인 금배지의 위세조차 초라하게 만들만큼 검찰총장의 자긍심이 돋보였다. 거듭되는 의원들의 질타에 한치의 망설임 없이 조목조목 반박하는 저돌적인 모습, ‘칼잡이’로서의 진면목을 그대로 보여줬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2019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인상비평일 수밖에 없다. 검찰개혁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화두가 된 지금도, 검찰 최고책임자의 머릿속에 어떤 그림이 있는지 알지 못해서다. 검찰총장 직을 걸고 지키고자 하는 게 ‘공공의 이익’인지, ‘검찰조직’인지도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정감사장에서 윤석열 총장의 발언과 거동,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고 또 판단해야 한다. 그의 손에 쥐어진 칼이 너무 많아서다. 칼날 또한 너무 벼린 상태여서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얼마나 힘들지 짠하다”라는 등 자유한국당 의원이 보여준 신파극과 구애장면은 생략하자. 생중계로 온종일 국감을 지켜본 시민 대다수가 확인하고자 했던 것은 검찰개혁에 대한 검찰수장의 의지다. 검찰권 오남용을 차단할 방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실행할 자세가 돼 있다는 신뢰였다. 기대가 컸는지는 몰라도, 윤 총장의 발언 어느 구석에도 자성과 성찰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떡검·색검·썩검·개검·스폰서검사 등으로 조롱받는 검사. 검찰의 권력남용을 비판하는 세간의 따가운 눈총. 윤 총장은 이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는 사람 같았다.    

그래선지 윤석열 총장은 공격적이었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검찰권을 행사하는데, 정치권이 나서 미주알고주알 캐지 말라고 경고하는 듯 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과정에 불거진 피의사실 공표 논란에 대한 윤 총장의 인식이 그랬다. “이번 수사는 들어갈 때 전부 보안각서를 받고 다른 사건에 비해 조금 더 각별하게 했고, 앞으로도 어떤 사건이든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조국 전 장관 일가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피의사실을 흘리지 않았다는 강한 톤의 반박이다. 단독이란 이름으로 셀 수 없이 쏟아지는 검찰발 기사 역시 검찰과 무관하다고 강변했다.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지적하는 여당의원들을 향해서는 “수사내용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틀어막았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윤석열 총장의 말이 사실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조국 전 장관을 포함 아내와 딸, 인척과 친척 모두가 ‘가족사기단’으로 내몰린 원인 자체가 없어진다. 결국 기자들이 기사를 쓰지 않고 소설을 썼다는 얘기다. 이 또한 현재 논란의 전후 사정을 설명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조국수호’와 ‘검찰개혁’, ‘언론개혁’을 촉구하며 서초동에 모였던 수백만의 촛불, 이들 모두가 우매한 대중이어야 했다. 정도 차이는 있을지언정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공공연한 사실조차도 윤 총장은 단호하게 부정했다. 짐작컨대 윤 총장의 이같은 반응은 검찰조직에 대한 왜곡된 사랑과 과도한 집착의 결과다. 

피의사실 공표를 막기 위한 윤석열 총장의 처방도 틀렸다. 수사와 공보를 분리한 ‘전문공보관’제를 도입한다고 했다. 이 제도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검찰이 피의사실을 유출하지 않았다는 게 윤 총장의 판단이다. 그런데 피의사실이 공개돼 발생하는 피의자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전문공보관을 둔다는 발상, 납득이 안된다.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피의사실을 언론 등에 흘리는 검사 등은 법에 따라 엄벌하겠다는 지시면 충분하다. 검찰이 수사 중인 피의사실을 기소 전에 임의로 공개하면, 형법 제126조에 따라 피의사실 공표죄로 처벌된다. 헌법에 명시된 무죄추정의 원칙을 부정한 범죄행위로, 3년이하 징역 또는 5년이하 자격정지에 해당되는 중범죄다. 피의자의 인권과 명예는 안중에도 없는 검사, 자신의 부하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감싸는 이가 검찰수장이 돼서는 안된다. 윤석열 총장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구차한 변명이 아닌, 형법 제126조가 부활했다는 선언이다.

검찰의 기소권 남용 여부도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이 정경심 동양대교수를 소환, 조사도 없이 사문서위조죄로 기소했다고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이 지적하면서다. 윤성열 총장은 즉각 반박했다. ‘국정감사라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특정인을 보호하는 말’이라면서, 박 의원의 기소권 남용 주장을 일축했다. 하지만 검찰이 공개한 공소장에 적시한 범행 일시·장소·방법 모두가 사실과 다르다는 언론보도가 계속됐다. 공소시효 때문에 기소가 불가피했다는 해명을 감안해도, 범죄사실 조차 파악하지 못한 부실기소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법과 원칙대로 했다(하겠다)’, ‘지켜봐(기다려) 달라’. 국감장에서 윤석열 총장이 가장 많이 한 발언이다. 조금 삐딱하게 풀어쓰면, ‘검찰은 절대선이니 건들이지 말라’는 겁박이다. ‘법과 원칙대로 했다’는 검찰의 말을 믿고, 지켜보고 기다린 결과가 지금의 검찰이다. 현직 검사조차도 전직 검사의 범죄를 고발하기 위해 검찰이 아닌 경찰을 찾았다. 전현직 검사가 연루된 숱한 범죄행위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들이, 지금도 검찰 고위직에 자리를 꿰차고 있다. 이런 데도, 지켜보고 기다려달라고. 

“그렇게 대충 살지 않았다”고 말한 윤석열 총장의 자부심,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자신을 던져 불의에 맞섰던 족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윤석열 총장 혼자만의 결단과 힘만으로 2000명이 넘는 검찰조직을 완전히 뜯어고칠 수 없다. 검찰조직 곳곳에는 수십년 이상 권력과 자본에 길들여진 간부급 검사가 적지 않다. 또 윤 총장 스스로도 관행이란 명분으로 포장된 이러저런 특권을 누리고 있다. 이번 국감과정에서 윤 총장이 보여준 언행 중 상당부분은 알게 모르게 몸에 밴 특권의식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이유만으로도 검찰은 개혁의 대상이어야지, 개혁의 주체일 수는 없다. 외부충격으로 개시되는 검찰개혁, 검찰 스스로 의견을 개진하는 것까지는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결정된 개혁안에 대해 검찰이 비토권을 행사하도록 허용해서는 검찰개혁은 물 건너간다. 제도개혁도 필요하지만, 검찰내부의 인적쇄신도 중요하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전·현직 검사 중 각종 의혹에 연루된 인사가 다수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촉구한다. 검찰개혁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이들에 대한 신속한 수사가 선행돼야 한다. 검찰개혁, 외부에서 시작된 외과수술과 함께 내부에서 진행하는 인적쇄신이 병행돼야만 성공할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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