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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위탁관리로 변경…정리해고 사유 안돼

자치관리에서 위탁관리로 바꾼 절차 타당해도 근로자 사정 고려해야 

기사입력2019-10-30 09:06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노동인권]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H아파트의 경비원 집단해고, 당시 불붙었던 최저임금 논쟁에 기름을 부었던 사건으로 기억한다. 당시 약 100명의 경비원을 직접 고용했던 H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관리를 용역업체를 통한 위탁관리 방식으로 바꾸면서 경비원 전원을 해고했다. 전년대비 큰 폭(16.3%)으로 인상된 최저임금·퇴직금 등 인건비 부담이 커졌고,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으로 노무관리 애로점이 늘었다는 게 정리해고 이유였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경비원 정리해고가 근로기준법 제24조 정리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아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서울행정법원 2019.09.26. 선고, 2018구합7747).

 

사건의 경위=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약 100명의 경비원 중 부당해고구제신청을 제기한 사람은 경비반장이었던 A씨뿐이다. A씨를 제외한 나머지 경비원은 입주자대표회의의 해고처분에 동의하고, 용역업체로 고용이 승계됐다. 이후 A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했지만 기각됐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초심을 뒤집어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이에 불복, H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소를 제기한 입주자대표회의(원고)는 정리해고 당시, 100명의 경비근로자 이외에도 시설·전기 업무 근로자 약 40명을 고용한 사용자다.

 

위탁관리변경 사유와 절차 타당해도 근로자 사정 고려해야

 

정리해고 법리=정리해고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제24조가 정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기준을 정해 그 대상자를 선정해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기준 등에 관해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에게 해고하려는 날의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

 

이 사건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근기법 제24조 정리해고 요건을 언급하면서, 정리해고 필요성을 비롯한 정리해고 요건은 모두 사용자가 증명해야 한다는 점을 못 박았다. 이어 재판부는 아파트관리 방식을 자치관리(직접고용)에서 위탁관리로 전환한 것 자체가, 정리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다. 긴박한 경영상 필요 요건 이외 근로기준법 제24조가 정한 나머지 정리해고 요건은 심리조차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아파트관리 방식을 자치관리(직접고용)에서 위탁관리로 전환한 것 자체가, 정리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사진=뉴시스>
재판부는 아파트 관리방식이 자치관리이든 위탁관리이든 반드시 획일적 방식으로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아파트 안에서 동별 또는 업무 영역별로 구분해 자치관리 방식과 위탁관리 방식이 병존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아 보인다고 전제하고, “자치관리 방식에서 위탁관리 방식으로의 변경은 경비원 근로자의 사직이나 정년의 도래 등 다른 사유에 의한 고용관계 종료에 따라 위탁관리 범위를 점진적으로 넓히는 방법으로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자치관리에서 위탁관리로 전환한 사유의 합리성과 절차적 타당성이 있더라도, 해고처분이 정당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제24조 입법취지에 따라 근로자의 사정을 고려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정리해고 할수 밖에 없는 재정상 어려움소명하지 못해

 

정리해고를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의 긴박한 재정상 어려움이 정리해고 당시 존재했거나, 장래에 그런 어려움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개연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도 부당해고로 판결한 이유다.

 

재판부는 원고의 수입, 지출, 자산 및 부채 등 해고 당시 원고의 재무상황을 알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자치관리 방식에서 위탁관리 방식으로 변경할 경우 위와 같은 재정상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 관한 객관적인 자료도 없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관리방식을 자치관리에서 위탁관리로 변경했고, 그 이유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이라는 원고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으로 경비원에게 업무 외 부당한 지시 또는 명령을 할 수 없어, ‘노무관리 어려움이 커짐에 따라 정리해고에 이르렀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는) 최소 10년이상 장기간 아파트를 자치관리해 온 점 아파트 관리업무 중 경비업무만을 위탁관리 방식으로 변경해 이 사건 해고에 이르렀을 뿐, 시설·전기 등 그 밖의 관리업무에 관해서는 여전히 약 40명의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해당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점 비록 원고의 입주자 대표들이 노무의 전문가가 아닐지라도 노무사 등 전문가의 적절한 도움을 받아 법적 분쟁 등에 대처할 수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원고가 주장하는 일반적인 노무관리의 어려움정도로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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