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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대기업 사랑법 “부실조사하고 감추고”

“견제할 세력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내외부 감시시스템 작동해야 

기사입력2019-11-07 17:00

공정거래회복국민운동본부 이상협 사무처장은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대기업이 행하는 단가 부당인하나 기술탈취 등이 중소협력업체들의 자본축적을 막는 주요 요인이며, 자본축적이 불가능한 중소기업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해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면 고용증대는 어려울 것입니다. 고용시장에서 자영업으로 이동해 과당경쟁이 일어나는 일도 개선될 수 없죠. 그럼에도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이런 현실을 방관하는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입니다.”


‘공정거래회복국민운동본부’ 이상협 사무처장은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대기업이 행하는 단가 부당인하, 기술탈취 등이 하도급업체의 자본축적을 막는 주요 원인이라며, 자본축적이 불가능한 중소기업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처럼 대기업이 중소기업 성장을 가로막는데도 공정위는 손놓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기업은 1차벤더 영업이익률을 2%가 되도록 단가를 책정합니다.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10% 이상이면서도 그러는 것이죠. 그나마 상황이 나은 1차벤더는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본 손실을 수출 등을 통해 만회합니다. 하지만, 그 아래 2차·3차벤더로 내려가면 수출할 여건도 안되고 하루하루 사는 정도의 이익으로 버팁니다.” 


이상협 사무처장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가 하도급업체와 체결하는 약정CR은 대표적인 하도급 횡포다. 약정CR에 따르면, 경쟁입찰에서 최저낙찰가로 선정된 하도급업체도 3년간에 걸쳐 또다시 납품단가를 인하해야 한다. 입찰서에 단가인하를 사전에 약정했다고 해 약정CR이라 한다.


원사업자가 약정CR 같은 부당한 요구를 강요해도 하도급업자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공정거래법은 원사업자의 불공정행위를 금지하지만, 원하청 관계에서 원사업자의 협상력이 너무 커 규제의 실효성이 문제다. 약정CR 역시 가장 대표적인 불공정행위 중 하나임에도, 공정위가 이를 제재하지 않는다는 게 이상협 사무처장의 말이다. 


핑계는 있다. 약정CR에 대해 현대차는 ‘글로벌스탠다드다’, ‘사전에 약정했기 때문에 법위반이 아니다’라고 강변한다. 공정위 역시 ‘신고대상이 아니다’, ‘효율성이 있다’는 논리로 제재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이상협 사무처장은 외국의 완성차업체에서 시행하는 약정CR과 비교해서 판단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시행하는 약정CR은 최저낙찰가가 아닌 평균낙찰가에서 적용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최저가가 아닌 평균가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단가인하 여력이 있어,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직권조사 면제혜택...대기업 횡포를 보장하는 보호막


공정거래회복국민운동본부 조사에 따르면, 공정위가 운용하는 동반성장프로그램에 의해 선정된 최우수기업은 2013년 50개사, 2014년 56개사, 2015년 66개사, 2016년 75개사, 2017년 90개사로 지속적으로 늘었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우리나라 주요 재벌기업이며, 최우수기업에는 공정위의 직권조사 면제혜택이 주어진다.

 

이상협 사무처장은 이 직권조사 면제제도가, 이들 재벌대기업의 하도급 횡포를 지속적으로 보장하는 보호막으로 악용된다고 주장했다.


직권조사 면제대상 기업의 최근 5년 신고사건 처리현황을 보면, 총 243건에서 시정명령을 받은 건수는 단 1건이다. 236건(97%)은 모두 무혐의 내지 심의종료 등으로 처리했다. 나머지 6건의 처분조차 사실상 제재라기 보기 어려운 경고가 5건, 주의촉구 1건이다. 하도급업자가 공정위에 원사업자의 불공정행위를 신고해도,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 현실을 민낯으로 보여주는 통계다. 


구체적인 사례도 제시했다. 2014년 케이디건설㈜은 현대건설로부터 공사 하도급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하도급법 위반으로 사건을 접수한 공정위, 양자간의 계약관계가 하도급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각처분(심의종료)을 내렸다. 하도급계약서 형식을 갖추지 못한 계약서가 케이디건설의 발목을 잡았다. 


이 사건에 대한 공정위의 결론과 이상협 사무처장의 판단은 다르다. 하도급관계 존부는 계약서 형식이 아닌 실질적 관계, 원사업자의 작업지시와 하도급업체가 그 지시에 따라 작업한 정황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럼에도 공정위가 하도급관계의 실질적 요건 등을 조사하지 않고, 하도급관계를 부정했다는 게 이 사무처장의 주장이다. 


“공정위, 명백한 증거를 무조건 증거 안된다고 우긴다”


원사업자의 불공정행위를 확인할 방법이 있음에도, 원사업자 말만 듣고 신고사건을 심의종료 한 사례도 있다. 원사업자가 계약금액보다 더 많은 추가공사를 시켜, 하도급법 위반이 문제된 사건이다. 당시 공정위는 ‘추가공사가 없었다’는 원사업자의 항변을 받아들여, 하도급업체의 추가공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도급사업자와 원사업자·공정위가 한자리에서 모여 검증하면 될 일을, 기본적인 조사도 없이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는 것이다. 추가공사 존부를 조사하고 확인했다면, 추가공사 전 서면미교부와 공사 후 대금미지급에 따른 제재처분도 가능했다는 얘기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하도급신고 사건은 복잡한 분석을 요하지 않는 정형화된 사안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피신고인에 대한 제재사례가 0%에 가까운 이유가 납득이 안된다. 이같은 의문에 이상협 사무처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공정위는 명백한 증거를 무조건 증거가 안된다고 우깁니다. 입증이 불가능한 또는 입증할 필요도 없는 것까지 입증을 요구함으로써 조사를 무산시킵니다. 구체적 판례도 제시하지 않고 법원에 가면 질 수 있다는 막연한 주장을 펴면서, 쟁점도 없는 사안을 쟁점토론하자면서 억지로 시간을 끕니다.” 


거친 표현이다. 그러나 직권조사 면제대상 기업의 최근 5년 신고사건 중 97%이상이 기각됐다는 사실이 더해지면, 지나친 과장만으로 들리지 않는 대목이다.  


공정위, 증거 없애 ‘만도의 하도급법 위반사건‘ 덮어


이상협 사무처장은 공정위 서기관으로 근무하다 정년 1년을 앞두고 2017년 말 명예퇴직 했다. 공정위 근무 당시 부당한 사건처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바로 잡으려 했지만 변하지 않는 공정위에 암담함을 느꼈다고 한다. 중소기업이 재벌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신고하면, 면죄부를 주는 수준을 넘어 공정위가 증거를 인멸한 사례가 있다는 주장도 했다. 

 

공정위 재직시절, 이상협 사무처장이 담당했던 만도의 하도급법 위반 사건이다. 당시 한 하도급업체는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깎았다는 이유로 공정위에 만도를 세 차례나 신고했다. 


2017년 3차 신고서가 접수된 이후, 이 사무처장은 2차 신고를 조사한 심사보고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하도급업체가 제출한 증거의 상당부분이 누락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차 신고 당시 하도급업체는 납품단가가 동종업계보다 30% 낮다는 증거자료를 제출했지만, 2차 신고 심사보고서에는 그 부분이 통째로 빠졌다는 것이다. 


이 사무처장은 관련 증거를 확보해 3차 심사보고서를 작성했지만, 담당자가 바뀌면서 ‘위법성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사건은 종결됐다. 하도급업체가 제시한 증거를 인멸하면서까지 공정위가 고의로 만도사건을 덮은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심사보고서…참여정부 당시에는 공개, 지금은 왜 안돼? 


공정위가 신고사건 등을 조사한 이후 심사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 것도 큰 문제라고 했다. 이상협 사무처장에 따르면, 현재 공정위는 신고인의 청구가 부분적이라도 인용돼, 제재가 가해진 사건에 대한 심사보고서만 공개한다. 신고사건 등에 대해 무혐의 또는 심사종료라고 판단한 사건에 대한 심사보고서는 신고인 당사자에게도 공개하지 않는다. 


공정위의 심사보고서 미공개가 법률에 근거가 있거나 관행인 것도 아니다. 이상협 사무처장에 따르면, 참여정부 시절까지 만해도 무혐의 또는 심사종료 된 사건에 대한 심사보고서가 신고인에게 제공됐지만, 이명박 정부 이후 공정위가 미공개 방침으로 전환했다. 


이상협 사무처장에 따르면, 공정위는 대법원 판례(광주광역시 교육감을 상대로 제기한 시민단체의 정보부분공개청구소송)를 근거로 심사보고서 공개를 거부한다. 하지만 해당 판결의 취지는 ‘비공개에 따른 공정한 업무수행 등의 이익과, 공개로 인한 국정운영 투명성 확보 등의 공익을 비교·교량해 구체적 사안에 따라 판단한다’는 게 전부다. 해당 판결문 어디에도 심사보고서 공개요구를 거부할 근거는 없다는 주장이다. 


공정위가 신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다면, 신고인은 입증자료 등 미비한 점을 찾아 향후 대응방안을 용이하게 결정할 수 있다. 공정위에 재신고 절차를 진행하거나 재판을 청구하려는 신고인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자료다. 반면 공정위가 이미 결정한 심사보고서를 공개한다고, ‘공정위의 공정한 업무’가 방해받을 이유는 전혀 없다. 심사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는 이상협 사무처장이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이상협 사무처장은 “공정위를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제3의 외부기관과 시민단체 등이 공정위의 사건처리를 감시하고, 공정위 내에서도 내부시스템을 바꾸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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