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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버린 민생, 유통법 원포인트 개정이라도

공정거래법 노조법 가맹·대리점법 집단소송법…20대 국회 처리 난망 

기사입력2019-11-04 05:00
김주호 객원 기자 (dream@pspd.org) 다른기사보기

참여연대 김주호 민생팀장
20대 국회는 동물국회가 될 것인가, ‘민생국회가 될 것인가. 이제 한 달안에 그 결론이 난다.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12월 초에 막을 내리기 때문이다.

 

올해 초 동물국회논란을 일으킨 패스트트랙 정국을 지나 조국 청문회를 거치면서, 국회에서 민생이나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논의는 완전히 사라졌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123일 공수처 설치와 사법개혁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할 것을 못 박으면서 선거제도 개혁법안도 함께 본회의에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자, 12월에 동물국회가 다시 한번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10여개의 경제민주화·민생법안을 요구했던 중소상인·노동·민생·시민사회 단체들도 최근 요구법안과 내용을 대폭 줄였다. 그만큼 20대 국회가 임기 내에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던 경제민주화·민생법안을 처리할 것이라는 기대는 줄었고, 이것만큼은 반드시 20대 국회에서 마무리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깊어졌다는 방증이다. 이번 정기국회가 끝나면 국회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고, 그동안 수많은 논의와 노력을 거쳐 만들어진 민생법안들이 회기만료로 폐기처분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망은 밝지 않다. 이미 관련 법안들이 상임위 안건으로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만 줄줄이 전해지고 있다.

 

유통재벌·서비스노동자·지역상인 상생을 위한 유통산업발전법재벌들의 자회사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위한 공정거래법특수·간접고용노동자, 비정규직 노동권 보장을 위한 노동조합법갑질·불공정 근절, 점주들의 단결권 보장을 위한 가맹·대리점법소비자 보호와 기업의 책임성 강화를 위한 집단소송법’. 그 어느 하나 미루기 어려운 시급한 경제민주화·민생살리기 법안들이지만, 그 중 꼭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유통산업발전법이다.

 

패스트트랙 정국을 지나 조국 청문회를 거치면서, 국회에서 민생이나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논의는 완전히 사라졌다. 지난 4월25일 패스트트랙 법안을 접수하려는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접수를 막으려는 자유한국당 의원 그리고 당직자들이 뒤엉켜 난장판이 된 국회.<사진=뉴시스>

 

언급한 5가지 법안만 해도 이미 100여가지가 넘는 안이 이번 20대 국회에 제출돼 있는데, 그 중에서도 중소상인·노동·시민 단체들의 요구가 조금이라도 반영된 법안만 골라도 총 83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유통산업발전법만 무려 29개로, 5개 법안 중 가장 많은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또한 5개 법안 중 유일하게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안이 있는 법안이 바로 이 유통산업발전법이다. , 5개 경제민주화·민생법안들 중에서 여야 5당이 공통적으로 개정안을 제출한 유일한 법안인 것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내용도 적용범위, 의무휴업대상, 의무휴업일 확대 뿐만 아니라 대규모 점포의 도심 내 입점규제, 상권영향평가 및 지역협력계획의 내실화, 인접 지자체에 대한 영향분석 실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운영의 투명성과 역할 강화 등 너무나도 다양하다.

 

만약 국회가 20대 국회 임기만료를 앞두고 모든 내용을 개정하기 어렵다면, 122에 따라 영업시간 제한을 받는 점포의 종류에 복합쇼핑몰, 백화점, 면세점을 포함하는 원포인트 개정이라도 해야한다. 건전한 유통질서의 확립,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서비스노동자들의 건강권, 유통재벌대기업과 지역중소상인들의 상생발전을 위해 도입된 유통법 제122는 필요한 경우 지자체장이 해당 지자체의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에 영업시간 제한이나 월 2회 의무휴업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내용이 2012년 도입되면서, 24시간 영업을 하던 대형마트가 밤 10시 전후에는 영업을 마치게 됐고, 밤샘노동을 해오던 서비스노동자들은 최소한 밤에는 쉴 수 있게 됐다. 이후 온라인 중심의 유통트렌드 변화와 유통재벌대기업들의 과도한 입점경쟁으로 대형마트 매출이 줄어들자 복합쇼핑몰, 변형 기업형수퍼마켓(SSM) 등 또다른 형태의 대형유통점들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지만, 영업시간 제한이나 의무휴업 규제는 여전히 대형마트와 몇몇 준대규모점포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그 사이 복합쇼핑몰과 아웃렛에 입점한 업체,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대형마트의 실적부진을 근거삼아 유통재벌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요구가 재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미 포화상태인 대형유통시장에 복합쇼핑몰, 아웃렛과 같은 초대규모 점포들을 잇달아 출점시키는 상황만 봐도 대형마트의 영업부진은 유통재벌대기업이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오히려 유통공룡들의 계속된 출점경쟁에 등이 터지는 것은 수많은 지역의 중소상인임을 국회와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전면개정이 어렵다면, 일단 남은 20대 국회 안에 의무휴업 조항이라도 원포인트 개정을 해야한다. 20대 국회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참여연대 김주호 민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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