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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으로 가족조차 못 지켜서야…이건, 아니다

괴물로 변한 경제구조, 성북구 네 모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기사입력2019-11-06 15:06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성북구 네 모녀의 죽음을 보는 국민들은 착잡하다. 네 모녀 관련 보도에 달리는 댓글에는 안타까움이 그대로 묻어난다. 정부의 복지정책을 나무라는 글도 있고, 자기 신세와 빗댄 사연도 많다. 댓글 중에는 40대 젊은 사람 셋이 모여 살면서, 경제문제를 비관해 막다른 선택을 하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글도 있다. 안타까운 마음에서 한 소리겠지만, 70대 노모와 40대 젊은 자녀가 함께 가계를 꾸려도, 팍팍한 삶에 겨워 극단으로 내몰릴 수 있는 나라가 2019년 대한민국이다.

쌓이는 채무, 늘어나는 독촉장, 빈곤으로부터 탈출구가 전혀 보이지 않았을 성북구 네 모녀의 선택, 삶의 고통을 죽음과 맞바꾸는 것이었다. 송파 세 모녀의 참혹한 죽음, 5년을 지나 네 모녀로 바뀌었을 뿐, 언제 끝날지 모를 죽음의 행렬은 여전히 진행형이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언론보도에 따르면 세 남매 중 첫째와 셋째가 쇼핑몰을 운영했으나 어려워졌고, 둘째마저 지난 7월 직장을 그만뒀다. 때문에 소득은 노모 앞으로 나오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38만원이 전부였다. 8월부터 주민세는 물론 도시가스요금도 내지 못했다는 게, 네 모녀의 살림살이였다. 쌓이는 채무, 늘어나는 독촉장, 빈곤으로부터 탈출구가 전혀 보이지 않았을 이들 네 모녀의 선택, 삶의 고통을 죽음과 맞바꾸는 것이었다. 송파 세 모녀의 참혹한 죽음, 5년을 지나 네 모녀로 바뀌었을 뿐, 언제 끝날지 모를 죽음의 행렬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온라인 쇼핑몰시장, 흔히 황금알을 낳는 닭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재래시장은 물론 대형마트나 SSM 매출마저 잠식하면서 온라인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다보니 온라인쇼핑몰은 소자본으로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자영업종 중 하나다. 하지만 온라인시장 역시 거대한 자본이 지배하는 시장일 뿐, 자본이 영세하고 특별한 아이템이 없으면 방문객 한명도 없는 게 온라인쇼핑몰이다. 2등이 존재하지 않는 온라인 쇼핑몰시장이다. 여기서 40대 자매가 어려움에 내몰렸던 건, 바위에 계란 던지기처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던 셈이다.

40대의 구직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대형마트 계산원은 무인계산기에게 자리를 내줬고, 하이패스가 들어와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원을 쫓아냈다. 이런 세상에서 먹고 살만한 일자리 찾기는 그야말로 하늘에서 별 따기다. 다니던 직장이 폐업을 하거나, 갑작스럽게 정리해고 되면 새로운 일자리 찾기는 더욱 어렵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지만, 기계가 사람의 노동을 빼앗아 가는 4차산업혁명의 파고가 너무 높고 거세다. 노동을 통해 가족을 지켜낼 수 있는 길은 점점 더 좁아지는 역설이 계속된다. 성북구 네 모녀의 죽음, 온라인시장과 4차산업혁명으로 생겨난 이 사회의 음지다. 

네 모녀의 죽음을 두고 복지체계를 다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연하다. 그러나 복지체계를 정비하는 것만으로 이런 죽음을 막을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기계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온라인시장에서도 대형자본에 밀려나 설자리를 잃은 사람들. 이들에게 노동을 통해 생계를 이어갈 정책을 제시하고 실행하지 못한다면, 복지체계 정비는 ‘언 발에 오줌 누기’ 효과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가복지의 기본은 노동으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노동을 기계로 대체하고 노동에 값싼 대가를 지불하는 성장제일주의가 계속된다면, 성북구 네 모녀와 같은 참담한 죽음은 재연될 수밖에 없다.

사람이 먼저라고 했다. 일본의 경제침략에 걱정해야 할 대목은 대기업의 수출이 아니라, 그 때문에 어려워질 서민들의 삶이어야 한다. 4차산업혁명을 준비한다고 규제혁파를 말하기 전에, 생계마저 해결할 길 없어 극단을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노동소외를 극복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모든 것이 최저가, 1등만 살아남는 온라인시장에서 영세자영업자가 살아갈 틈을 만드는 게 정부 역할이다. 성북구 네 모녀, 괴물로 변한 경제구조가 그들의 등을 떠민 건 아닐까? 아픈 죽음에 고개를 숙인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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