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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가치에 영향력 가하는 화이트 큐브 폭로

미술관은 무엇을 만드는가 ‘제도비판미술’㊦ 

기사입력2019-11-17 22:30
안진국 객원 기자 (critic.levahn@gmail.com) 다른기사보기

안진국 미술평론가(디지털문화정책학)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의미를 주는 경우가 있다. ‘하지 않음으로써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 무색무취의 진공, 티 없는 흰 벽의 텅 빈 공간은 객관적이고’ ‘공평무사하고’ ‘진실된공간, ‘성스럽고’ ‘엄숙한공간, ‘세상과는 다른공간이라는 관념적인 환영을 만들었다. 이러한 환영이 만들어낸 분위기는 그 안에서 전시되는 작품에 불멸성과 원본성을 심어준다.

 

다시 말해, 화이트 큐브라는 미술제도가 작품에 불멸성과 원본성을 부여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미술제도의 형성이다.

 

화이트 큐브 미술관이 성전처럼 자리 잡으면서 미술이 제도화된 것이다. 이에 관한 문제는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의 미술가들에게 거대한 이슈였다. 당시 미술가들은 화이트 큐브 미술관으로 대표되는 미술제도가 미술가의 기능을 규정하는 이데올로기적이며 규범적인 장치라고 인식했다.

 

그래서 그것이 미술의 가치와 의미에 영향력을 가하고 있음을 폭로하는 미술행동을 시작했다. 미술가들은 화이트 큐브로 구성된 미술관의 건축적 성향이 지닌 허상을 깨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것이 제도비판미술이라는 새로운 미술의 흐름을 만들었다.

 

한스 하케(Hans Haacke)는 미술관이 현실공간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한스 하케, ‘응축 큐브(Condensation Cube)’, 1963~1965.<출처=semanticscholar.org>

 

화이트 큐브의 민낯을 밝힌 제도비판미술

 

제도비판미술은 화이트 큐브 미술관이 지닌 제도적 프레임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먼저, 미술관의 물리적 실체를 드러내는 작업을 들 수 있다.

 

로렌스 뷔너(Lawrens Weiner)1968년 흰색 벽의 겉면을 36"×36" 크기의 정사각형으로 파내서 하얀 벽의 이면에 존재하는 거친 회색의 시멘트 벽을 드러내는 작업을 선보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는 마치 세상의 공간이 아닌 것처럼 위장했던 미술관이 우리 주변의 공간과 다를 바 없는 공간임을 드러냈다.

 

한스 하케(Hans Haacke)응축 큐브(Condensation Cube)’(1963~1965)를 통해 미술관이 현실공간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 작품은 화이트 큐브를 상징하는 정육면체의 투명 미니멀리즘 오브제에 의도적으로 습기가 머금도록 놔둠으로써 미술관이 습기를 지닌 현실공간임을 인식하도록 유도했다.

 

그런가 하면, 미술관이 미술작품을 제도화하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드러내는 작업도 있다. 멜 보흐너(Mel Bochner)는 미술관의 벽치수를 측정해 그 벽에 그대로 기록한 측정:(Measurement:Room)’(1969)을 선보였다. 이 작업을 통해서 작가는 미술관의 구조 자체가 작품의 틀 짓는도구가 된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다니엘 뷔렌(Daniel Buren)은 작품을 미술관의 창문 밖으로 나가게 전시함으로써 ‘틀 짓기’를 시도하는 미술제도를 비판적으로 드러냈다. 다니엘 뷔렌, ‘틀 안, 그리고 그 틀을 넘어서(Within and Beyond the Frame)’, 1973년, 설치 전경.<출처=bortolamigallery.com>

 

마이클 애셔(Michael Asher)는 전시기간 동안 전시장 한쪽에 전시작품을 쌓아 놓고 전시를 하지 않는 설치 작업 무제’(1974)를 통해 전시공간이 품고 있는 특정한 기대와 서사를 실패하게 함으로써 미술제도가 작동하는 방식을 드러냈다. 다시 말해서 전시하지 않음으로써 전시를 했던 기능이 무엇이었는지를 곱씹게 한 것이다.

 

미술관과 외부세계를 연결함으로써 숨어 있던 미술제도를 드러낸 작업도 있다. 다니엘 뷔렌(Daniel Buren)틀 안, 그리고 그 틀을 넘어서(Within and Beyond the Frame)’(1973)가 그러한 작업이다. 이 작업은 작품을 미술관의 창문 밖으로 나가게 전시함으로써 틀 짓기를 시도하는 미술제도를 비판적으로 드러냈다. 이외에도 그 당시 많은 작가가 화이트 큐브 전시공간이 숨기고 있는 제도적 프레임을 폭로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하지만 현재도 미술관에는 여전히 화이트 큐브의 흔적이 남아 있다. 미술이 소수 엘리트 계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것도 여전하다. 미술가들이 제도비판미술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미술제도가 숨기고 있는 프레임을 폭로하고 비판했지만, 여전히 미술의 성역은 높다.

 

그렇지만 현대의 미술전시는 점점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선보이고 있다. 점점 일상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일상이 되고 있다. 과연 미래에는 모든 사람과 호흡하는 예술이 될까? 이런 미래가 오길 기다린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안진국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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