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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 판화와 밥 딜런의 630억원 짜리 소파

가득 쌓인 작업들 보며, 가끔은 내다 버리고 싶은 충동 솟구치는데 

기사입력2019-11-12 10:10

밥 딜런. 최근에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한 20세기 레전드 포크가수. 그가 1966년 어느 날 팝아트의 대표적인 앤디 워홀의 스튜디오를 방문하게 됐다. 밥 딜런은 그때 젊지만 한창 뜨는 음악인이었다. 앤디 워홀은 그때 연예계의 스타들을 대상으로 단편영화를 만들고 있었고, 밥 딜런을 스크린 테스트 하기위해 스튜디오에 초대했다. 돈을 주기 싫으니 밥 딜런에게 워홀이 제작한 엘비스 프레슬리 실크 print 판화를 선물했다. 밥 딜런은 2미터가 넘는 판화를 차 안에 싣지 못해 친구의 도움으로 차 뚜껑에 끈으로 묶고 운반했다.

 

그 후 워홀이 딜런에게 그림을 잘 가지고 있냐고 묻자, 딜런은 그림을 자기 매니저에게 줬다고 하고 다시 하나 더 주면 그런 실수는 더 안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얼마 뒤 워홀은, 딜런이 사실은 그림을 소파랑 바꾼 것을 알아냈다.

 

현재 그 그림은 뉴욕 현대미술관에 전시돼있다. 워홀은 똑같은 그림을 여러 장 만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지난 5630억원에 팔렸다. 분명 딜런은 아직까지 630억원 짜리 소파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 듯.’

 

앤디 워홀<이미지 출처=셔터스톡>
최근 뉴욕 타임즈에 나온 기사를 번역한 것이다.

 

작가들 사이에서는 간혹 자기의 작품들을 서로 교환하기도 한다. 파리의 피카소 뮤지엄에는 피카소 작품 외에 피카소가 소장했던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는데, 피카소가 교환 형식으로 소장하게 된 것들이다.

 

왜 서로 작품을 교환할까? 작품성의 인정, 동지애, 경쟁심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피카소와 마티스, 고갱과 고흐, 폴 클레와 칸딘스키가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고받은 것들을 들 수 있겠다. 프란시스 베이컨과 루시앙 프로이드는 서로 죽일 듯한 경쟁관계이면서도 상대방의 초상화를 그려 교환하기도 했다. 이 기사는 장사 속으로 상업화된 미술판에 남아있는 서로의 예술성에 대한 존경과 존엄에 대해서 묻고 있는 것으로 혹자는 생각했다.

 

많은 작가들이 돈 대신 그림으로 준 경우도 많다. 피카소가 1905년에 음식이나 술 값 대신 음식점 주인에게 준 ‘Au Lapin agile’1989년에 원화로 480억원에 팔렸고, 현재 메트로 폴리탄 뮤지엄에 전시돼있다. 달리도 돈 대신 그림으로 생활비를 지급한 걸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많은 작가들은 서로의 예술성을 인정하거나 작업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투자의 목적으로 서로 교환한다고 알려져 있다.

 

80만원 짜리 철 조각과 1억원의 야외설치 작품

 

몇년 전 모 레지던시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비평가 매칭 프로그램 때, 사무실에 들려 비평가가 아닌 평소 관심있던 작가를 불러 커피 한 잔 할 수 있냐고 물었다. 사무실에서는 비평을 못 받을 텐데 괜찮겠냐고 했고, 나는 상관없다고 했었다.

 

주로 설치작업을 해오던 50대 중반의 작가였는데, 나는 그에게 돈도 안 되는 작업을 지금까지 어떻게 해오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너무나하고 싶었다.

 

이미 다 숨이 죽어 납작해진 패딩 점퍼의 소맷부리에는 난로에 스친 건지 담뱃불에 닿았던 건지 구멍이 몇 개 송송 나있었고, 그 사이로 고슬고슬한 솜이 비죽 튀어 나와 있었다. 몇 시간가량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놓아두고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 당시 작업을 이어가며 살아가는 삶에 대한 두려움에 잠도 못자고 심하게 뒤척이던 시기라, 개인적 시각에서는 작업도 좋고 연배도 나보다 많은 누군가에게 한번은 터 놓고 말하고 싶었고, 실질적으로 그런 시기를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에 대해 너무나 간절히 듣고 싶기도 했다. 설령 그가 눈물 젖은 햄버거 이야기를 꺼내며 자기 신화 만들기에 급급한 중견작가라 해도, 내가 선택한 시간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다행히 그는 그러지 않았다.

 

때려 치고 싶은 생각을 저는 가끔 해요.”

, 그래요? 저는 매일 해요. 어제도 친구 놈과 포장마차에서 술 한잔 기울이며 이제는 정말 다 때려치고 싶다고 했는데요. . 하하하 저는 매일 합니다. 매일!”

 

이상한 안도감에 한번 웃고 나서 잠시 침묵이 흐르던 때에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작업 함부로 버리지 마요.”

 

이어진 그의 이야기는 이랬다. 몇 년전 작업실 운영도 너무 힘들어지고, 작업장에 쌓이는 작업도 감당하기 힘들어 똑같은 철 조각 두 개 중에 하나를 개인용달에 싣고 가서 고물상에 팔았다고 했다. 고물상 주인은 철 조각을 저울에 달고 킬로수로 계산해서 현금 80만원을 쥐어줬다고 했다. 그는 생각보다 후했다고 느낀 그 돈을 주머니에 넣고 그동안 자신에게 밥을 종종 사주던 지인에게 찾아가 식사를 모처럼 거하게 대접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후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모 미술관에서 야외설치 공모가 하나 떴는데 내보라는 제안이었고, 그는 그날 밤 취기에 작업실로 돌아가 남은 철 조각 하나를 공모에 제출했다. 그리고 며칠 뒤 공모에 붙은 소식을 들었고 1억원이라는 금액에 야외에 설치될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재밌죠. 두 개가 같은 조각이었어요.”

 

그와의 대화는 즐거웠고 검소했다. 그는 왜 비평가를 부르지 않았냐며, 자신은 여기 잠깐 오고가는 걸로 용돈벌이라도 조금 해서 좋긴 하지만, 작가 입장에서는 비평이라도 받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다. 하지만 아마 그도 나의 얼굴에서 내가 얼마나 만족한 시간을 보냈는지, 고마웠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 날 이후에도 작업실에 가득 쌓인 작업들을 둘러보고, 한번 화창한 날을 잡아서 다 내다 버리고 싶은 충동이 솟구칠 때도 가끔은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윤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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