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 매체
2020/04/06(월) 00:01 편집

주요메뉴

중기비즈니스지원단
메일 페이스북 트위터 프린트
오피니언사설

누구도, 검찰을 정의의 수호자라 생각하지 않아

검찰…개혁에 저항하지 말고,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기사입력2019-12-27 23:59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해야 한다.”

국회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부패)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수정안 제24조제2항의 내용이다.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합의한 ‘공수처에 대한 범죄 통보’ 조항에 대해 검찰이 대놓고 반발한다.  

지난 10월4일 경찰청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는 임은정 울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임 부장검사는 28일 페이스북에 “검찰을 없앤다 하더라도 할 말이 없는데, 검찰과 경쟁하는 공수처를 만드는 정도로 검찰을 남겨준 것에 너무 감사드린다”고 적었다.<사진=뉴시스>
대검찰청은 26일 낸 입장문에서 공수처법 제24조제2항이 ‘중대한 독소조항’이라면서, “공수처가 검경의 수사착수 내용을 통보 받아야 할 이유도 없으며, 공수처·검찰·경찰은 각자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면 됨”이라고 주장했다. 

자칭 엘리트가 모였다는 검찰이 조직이기주의와 특권수호에 눈이 멀어, 기본적인 인과관계조차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의 범죄 및 비리행위에 대한 수사권을 갖고, 예외적으로 기소권도 보유한 특별수사기관이다. 공수처법이 정한 수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검찰이 먼저 인지한 고위공직자의 범죄사실을 공수처에 즉시 통보하는 조치는 당연한 귀결이다. 그리하지 않으면, 동일한 범죄혐의자를 대상으로 공수처·검찰·경찰 모두가 각각 수사하는 상황이 발생 할 수 있다. 행정력 낭비를 막고, 반복되는 수사에 따른 피의자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다.

검찰은 제24조제2항 반대논리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각각의 역할’을 들먹인다. 속된 말로 소가 웃을 일이다. 검찰이 헌법과 법률을 농단한 사례는 차고 넘친다. 공수처 설치가 검찰개혁안으로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이유도, 검찰의 자의적인 법 집행 관행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검찰의 권한남용에 비판과 함께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검찰 내부에서도 나온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을 없앤다 하더라도 할 말이 없는데, 검찰과 경쟁하는 공수처를 만드는 정도로 검찰을 남겨준 것에 너무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검찰조직 전체가 교만과 독선을 넘어, 검찰만이 정의의 사도로 착각하는 심각한 정신병을 가졌다는 사실도 대검 입장문에서 드러났다. 검찰이 범죄사실을 공수처에 통보하면, “검경의 엄정수사에 맡겨놓고 싶지 않은 사건을 (공수처가) 가로채가서 '뭉개기 부실수사‘할 수 있음”이라고 걱정한다. 검찰이 ‘뭉개기 부실수사’의 대표선수란 사실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현직 검사들이 검찰간부를 고발한 사건조차도, 지금도 뭉개는 검찰이 할 소리는 아니다. 누구 말마따나 검찰이 싸놓은 똥을 공수처가 치운다하니, 후안무치한 행태를 중단하고 자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공수처에 범죄사실을 통보하면 청와대와 여당 등으로 수사기밀이 전해져, “수사의 중립성 훼손 및 수사기밀 누설 위험이 매우 높음”이라고 했다. 그 근거로 “대통령과 여당이 공수처장 내지 검사 임명에 관여하는 현 법안 구조”을 꼽았다. 공소장에 범죄혐의를 적시하고, 판사를 설득해 유죄판결을 받아내야 하는 검사의 논리가 이리도 허술해서야, 정말 걱정된다. 

현행 검찰청법에서는 검찰총장과 모든 검사의 임명권을 대통령이 독점한다. 하지만 공수처법에 따르면 야당이 추천한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 2명 중 1명이라도 반대하면, 대통령은 그 후보자를 공수처장에 임명할 수 없다. 검찰총장 임명권을 대통령이 독점한 현행 검찰청법 구조와 대통령의 독점권을 일부 나눈 공수처법 구조가 있다. 어떤 구조에서 수사의 중립성이 보다 확보되고, 수사기밀 누설 가능성이 작은지는 복잡한 추론이 필요없는 직관의 영역이다. 여기에 더해 공수처법은 대통령과 청와대가 공수처 사무 관련 업무보고나 자료제출 요구·지시, 의견제시, 협의 등을 일체 할 수 없도록 금지했다. 

검찰은 남용하는 무소불위를 권력도 성에 차지 않는가보다. 이젠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권능인 입법권까지 넘본다. 대검은 입장문에서 “패트안의 중대한 내용을 변경하는 수정안으로 수정의 한계를 넘었을 뿐만 아니라”, “성안 과정은 그 중대성을 고려할 때 통상의 법안 개정 절차와 비교해보더라도 절차상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회 입법과정에 검찰이 끼어들어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할 수 있는 권한은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없다. 국회가 법을 만들면, 그때 가서 그대로 집행하는 게 검찰청법이 정한 검찰의 의무다. 

공수처법에 따른 공수처 신설은 검찰의 자업자득이다. 임은정 부장검사가 “검찰이 검찰권을 바로 행사하여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날이 오면, 공수처는 결국 폐지될 것”이라며 “그날이 언제일지 알 수 없으나 열심히 가보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던 이유다. 공수처법 제24조제2항을 탓하지 말고, 이제라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검찰권을 행사해야만 검찰조직이 살 수 있다는 충언이기도 하다. 

검사에게 출세와 돈을 보장하는 사조직이 아닌 국민의 검찰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검찰 구성원 모두가 지금 해야 할 일. 임은정 부장검사의 충고를 찬찬히 되새기면서,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 top

객원전문 기자칼럼

 
  • 기업법률
  • 프랜차이즈
  • 공정경제
  • 법률산책
  • 생활세무
  • 세금이야기
  • 인사급여
  • 4대보험
  • 노동정책
  • 판례리뷰
  • 이제IP
  • 무역실무
  • 알쓸신법
  • 부동산
  • 금융경제
  • 세상이야기
  • 가족여행
  • 예술만세
  • 작가노트
  • 현대미술
  • 시민경제
  • 무역물류
  • 이웃사람
  • 가맹거래
  • 미국문화
  • 중국상인
  • 블록체인
  • 신경제
  • 다른 세상
  • 상가법
  • 번지는 행복
  • 민생희망
  • 지적재산권
  • 개인회생
  • 상생법률
  • 정치경제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