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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저지른 ‘재벌총수’도 해임돼야 마땅한데

회사 돈 횡령하고 뇌물 주고 회사 먹칠해도 멀쩡…정의로운 사회인가 

기사입력2020-01-06 10:51
김종보 객원 기자 (jongbokim518@gmail.com) 다른기사보기

법률사무소 휴먼 김종보 변호사
평범한 회사원인 홍길동 과장은 신년 첫 출근을 하자마자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옆 부서 재무팀 김 부장이 해고됐다는 것이다. 2000만원을 횡령했다는 이유였다. 평소 희귀병에 걸린 작은 아이 병원비를 걱정하던 김 부장이었다. 아내도 몸이 안 좋았고, 어머니도 중풍으로 쓰러진지 3년이 넘었다. 모범생인 큰 아이가 학원을 다니고 싶어 하는데 도저히 감당이 안된다며, 푸념하던 김 부장의 축 늘어진 어깨가 떠올랐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연봉이 8000만원은 됐는데, 회사 돈에 손을 대면 안 되는 일이었다. 회사는 즉각 그를 해고하고 고소했다. 홍 과장은 형사재판을 받아야 할 김 부장이 안쓰러웠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회사는 재무관리를 더 엄격히 한다면서, 모든 지출에 대해 이중삼중으로 감시하겠다고 했다. 가뜩이나 영업하기도 바쁜데 업무와 상관없는 일로 골치 아프게 됐다.

 

회사 돈은 보통 돈이 아니다. 그 돈으로 원재료도 사야하고, 임직원 월급도 줘야하고, 각종 거래처에 대금도 줘야하고, 판촉에도 써야하고, 세금도 내야하고, 주주들한테 배당도 해야 한다. 누군가 함부로 가져가면 안 되는 돈이다. 그래서 회사 돈을 횡령한 사람이 해고되는 것에 부당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한 번 횡령하면 또 횡령하지 않겠는가. 심지어 대법원은 버스요금 2400원을 횡령해서 해고한 것도 정당하다고 봤다. 이 판례 사안의 경우 세부적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어쨌든 2000만원을 횡령한 사람을 해고했다고 해서 회사를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해 12월27일 ‘국민연금기금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내용은 생각보다 별 거 없다. 기본 중의 기본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국민연금공단이 지금까지 이러한 경우에도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었다는 게 문제다.<자료=보건복지부 국민연금공단>
그런데 신기하게도 2000만원은커녕 수억원의 회사 돈을 횡령한 재벌총수는 해임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회사 돈 약 700억원,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약 450억원,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약 115억원을 횡령했다.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은 약 200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제1심에서 판단되었다. 그래도 멀쩡하다.

 

재벌총수는 회사 돈으로 뇌물을 줘도 해임되지 않는다.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은 회사 돈 86억여원을 뇌물로 제공했고,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회사 돈 70억원을 뇌물로 제공했다.

 

재벌총수는 회사 이미지에 먹칠을 해도 해임되지 않는다. 어떤 여성 직장인이 남성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하고 고용노동부에 신고했더니, 회사는 회사 이미지가 실추됐다며 그 여성 직원을 해고하기도 했다. 그런데, 폭행사건과 해괴한 갑질을 저질러 회사를 망신시킨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나 대림산업 이해욱 회장은 멀쩡하다. 성폭행 혐의를 받는 DB그룹 김준기 회장도 있다.

 

지독하게도 바뀌지 않는 이들의 권력은 도무지 견제를 받지 않는다. 사외이사란 사람들은 거수기 노릇만 하고, 감사란 사람들은 감사(監査)를 하랬더니 한 자리 받은 것에 감사(感謝)만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현행법상 주주총회밖에는 이들을 견제할 수단이 없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해 1227국민연금기금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내용은 생각보다 별 거 없다. 예외적으로 불가피한 경우 수탁자책임 활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에 제시된 수탁자책임 활동의 대상 및 선정기준은 크게 2가지 경우로 나뉘는데, 하나는 중점관리사안별 대상기업 선정기준이고, 다른 하나는 예상하지 못한 우려사안 대상기업 선정기준이다. 세부 내용은 아래와 같다.

 

<중점관리사안별 대상기업 선정기준>

구분

세부내역

기업의 배당정책 수립

▲①배당관련 반대 의결권 행사기업, 의결권행사 대상기업 중 배당 성향 하위 기업, 보유비중 상위 기업으로,

합리적인 배당정책을 수립·공개하고 있지 않거나, 그에 따라 배당하지 않는 기업을 선정=당기순손실(결손 누적 포함), 배당가능이익이 없는 기업은 제외

합리적인 배당정책 여부는 투명성, 구체성 등을 기반으로 판단=배당정책의 수립 및 공개여부, 기업 내외부 요인을 감안한 배당결정, 배당정책의 준수여부 등

임원보수한도의 적정성

이사보수한도가 경영성과와 연계되지 않거나 실지급액 대비 과다한 기업으로서,

최근 주주총회에서 이사보수한도 승인의 건에 반대한 기업 중, 이사보수한도 대비 실지급액 비율을 고려하여 선정

법령상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사안

국가기관의 조사 등 객관적 사실(1심판결, 검찰기소 등 국가기관의 1차 판단)에 근거하여 횡령, 배임, 부당지원행위, 경영진의 사익편취에 해당할 우려로 인해

기업 가치를 훼손하거나 주주권익을 침해할 수 있는 기업을 선정

지속적 반대의결권 행사에도 개선이 없는 사안

최근 5년 이내 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의 건 중에서 동일한 사유 등으로 2회 이상 반대의결권을 행사한 기업 중,

반대의결권 행사 횟수, 안건의 중요도, 개선여지, 보유비중 등을 고려하여 선정

정기 ESG평가결과가 하락한 사안

ESG평가 결과, 종합등급이 2등급 이상 하락하여 하위등급(c등급이하)에 해당하는 경우, 국민연금의 자산노출도(지분율, 보유비중)를 고려하여 그 하락사유에 대한 정성평가 수행=등급하락 사유에 관한 ESG 평가 수행기관의 분석보고서 참고

<예상하지 못한 우려사안 대상기업 선정기준>

구분

세부내역

ESG관련 예상하지 못한 기업가치 훼손 등 우려 사안

검찰, 경찰의 수사 착수 등 국가기관의 조사 및 ESG관련 컨트로버셜 이슈(예상하지 못한 사안) 발생시 심각성, 재발가능성을 중심으로 자산노출도를 고려하여 해당 이슈의 중대성 평가 실시

(심각성) 피해규모, 처벌가능성 및 수위, 피해기간 등을 고려=자문기관의 기초자료 수집·조사 등 리서치 및 기초 중대성 평가 참고

(재발 가능성) 의사소통, 개선수준 및 반복정도

(자산 노출도) 기업에 대한 기금 보유 지분율 및 보유비중

 

* 예상하지 못한 우려사안=환경(E)·사회(S)·지배구조(G)와 관련해 예상하지 못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발생한 사안(대규모 산재발생, 심각한 환경훼손 등)<자료=보건복지부 국민연금공단

 

기본 중의 기본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국민연금공단이 지금까지 이러한 경우에도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었다는 게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다음 날 주요 경제신문들은 국민연금이 경영 개입의 칼자루를 쥐었다, 해당 가이드라인을 비난하기 바빴다.

 

‘국민연금기금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다음 날 주요 경제신문들은 “국민연금이 경영 개입의 칼자루를 쥐었다”며, 해당 가이드라인을 비난하기 바빴다. 최소한의 주주자본주의마저 배척하면서 ‘공정한 시장경제’를 외치는 주류 경제신문의 모순을 보자니 헛웃음이 나온다.<사진제공=김종보 변호사>

 

최소한의 주주자본주의마저 배척하면서 공정한 시장경제를 외치는 주류 경제신문의 모순을 보자니 헛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2020년에도 이런 블랙 코미디는 계속될 것 같다. 범죄를 저지른 직원이 해고돼야 하듯, 범죄를 저지른 재벌총수도 해임돼야 하는 당연한 상식을 2020년에는 기대할 수 있을까? (중기이코노미 객원=법률사무소 휴먼 김종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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