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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0명 져야 할 짐…왜, 46명에게 떠 넘기나

해고자 복직시켜야…“비열한 노사관계로 쌍용차 희망 만들 수 없다” 

기사입력2020-01-08 19:52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경영위기와 함께 2020년 생산량 축소로 인해 발생되는 모든 문제점과 총고용을 고민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유급휴직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씀드린다.”

2009년 4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이후, 해고노동자 46명이 7일 10년7개월 만에 ‘출근투쟁’을 한 평택공장에 배포된 담화문 일부다. 경영위기 때문에 해고노동자들을 받을 수 없으니, 유급휴직자 신분으로 대기하라는 내용이다. 쌍용차 최고경영자가 전한 말이 아니다. 46명의 해고자가 복직하면, 함께 일해야 할 동료 다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기업노조)이 이들의 복직을 막았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46명이 7일 평택공장 정문 앞에서 ‘11년만의 출근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이들은 “정상 출근해 부서배치를 요구할 예정”이라며 “만약 회사가 합의에 이행하지 않으면 부당휴직구제신청, 임금차액지급 가처분신청 등 모든 법적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출근투쟁이 벌어진 저간의 사정을 돌아보자. 2018년 9월 쌍용차 기업노조, 해고자로 구성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회사 그리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정리해고자를 복직시키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해고자들 중 79명은 2019년 1월1일 복직했고, 출근투쟁을 한 46명의 해고자 역시 지난해 7월1일 복직절차를 마쳤다. 다만 이들 46명은 6개월간 무급휴직 기간을 거쳐 올해 1월2일부터 출근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노·노·사·정 합의가 일방적으로 파기됐다. 쌍용차 회사와 기업노조가 지난 연말 노사합의를 통해 46명 해고자의 휴직기간을 무기한 연장하고, 이들에게 휴업급여(임금의 70%)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경영악화라는 사정을 감안해도, 노사가 담합해 46명 해고자를 왕따시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합의다. 특히 기업노조와 그 조합원 모두는 약 11년간 지속된 해고자 복직투쟁 과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럼에도 회사 입장을 수용해, 46명 해고자 복직을 저지한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노동자 모두가 함께 어깨를 기대도 살아가기 어려운 지금,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노동자를 외면했다는 사실이 통탄스럽다. 46명의 해고자가 휴직처분에 맞서 출근투쟁을 한 당일, 이들은 예병태 쌍용차 사장과 면담했다. 같은 날 쌍용차 해고자인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예 사장과의 면담장면과 함께, 그 자리에서 오간 대화내용 일부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마지막 복직자 46명은 울분을 토해내고, 사장은 들었다. 상처난 인생을 토해내는 절규에, 좌우의 모든 동지들이 울먹였다. 쌓인 한이 토해낸다고 비워지진 않겠지만, 조금이라도 후련했으면 좋겠다”며 하릴없는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삼십대에 해고돼 사십대가 되어버린 동지가 (면담과정에서) 사장에게 한 충고”라면서 “누구라도 잘못된 결정, 염치없는 결정을 할 수는 있다. 진정한 리더는 잘못한 결정에 사과할 줄도 알고, 바로잡을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상균 전 위원장은 “왜 염치없는 결정인가?”를 스스로 묻고 답했다. “회사가 어렵다면, 이미 쌍용차 사원으로 근로계약서를 쓴 46명을 포함한 6500명 쌍용차 전체 구성원이 함께 풀어가는 게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생과 사의 문턱을 넘나들며 견뎌온 가장 힘든 46명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행위이기에 염치없는 합의파기”라는 주장이다. 

한상균 전 위원장은 ‘상처난 인생’, ‘절규’, ‘한’, ‘생과 사의 문턱을 넘나들며 견뎌온 힘든 고통’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표현만으론 마지막 해고자 46명을 포함 쌍용차 해고자가 감내했을 처절했던 몸부림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한 겨울 70미터가 넘는 굴뚝에서 100일을 넘겼던 굴뚝농성이 있었다. 30미터 송전탑 위에서 171일간을 버티며 해고자 복직을 주장했다. 20일을 넘긴 집단단식도 강행했다. 법원은 해고자들에게 33억원 손해배상 판결과 함께 가압류처분을 내렸다. 일터로 돌아가기를 염원하는 집회·농성 또한 셀 수 없이 많았다. 무엇보다 아픈 대목은 정리해고 이후 10여년, 해고자 30명이 삶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까지 끊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인고의 세월 10년을 보냈는데, 경영위기를 거론하며 기약없이 또다시 기다리라고 한다. 그것도 46명 해고자의 동의도 없이, 기업노조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당사자도 아닌 기업노조와의 합의로 노·노·사·정 합의를 파기할 수 없다는 건 법률상식이니, 더 이상 재론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쌍용차와 기업노조의 합의는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에도 반한다는 점이다. 한상균 전 위원장도 말했지만, 6500명이 함께 조금씩 나눠져야 할 짐 모두를, 해고자 45명의 어깨에 떠 넘겼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6500명이 조금 더 먹기 위해 해고자 46명을 나락으로 몰아넣는 폭력이다. 

기업노조와 회사 모두 경영위기를 얘기한다. 최근 쌍용차 경영여건이 좋지 않은 사정,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46명의 해고자를 받지 않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해고자들을 공장 안에 들이지 않더라도, 회사는 이들에게 매월 임금의 70%를 지급해야 한다. 그렇다면 46명의 임금 30%를 절약해 경영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것인지, 쌍용차와 기업노조가 답해야 한다. 회사와 노조가 야합해 각각 껄끄러운 종업원과 조합원을 생산현장에서 몰아냈다는 의혹은 그래서 나온다. 

세간에 떠도는 의혹,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쌍용차 경영진이 종업원을 신뢰하지 못하는데, 제대로 된 차가 나올리 없다. 현대기아차가 사실상 독점한 한국 자동차시장에서 쌍용차가 생존할 유일한 방법은 우수한 차 생산이다. 그리고 그 전제는 노사간 신뢰구축이다. 쌍용차 경영진은 쌍용차의 미래를 걱정하는 한상균 해고자의 충언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쌍용차가 더 이상 신뢰를 추락시키지 않길 바란다. 비열한 노사관계로는 쌍용차 희망을 만들 수 없다는 충고들을 새겨 들으시라”며 “예병태 사장의 결단을 바란다”고 적었다. 

기업노조 역시 당장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얄팍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노조가 조직력을 유지·강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조합원의 신뢰회득이 전제돼야 한다. 생각이 다른 조합원간 토론과 협의를 통한 민주적인 조직운영만이 노조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 

아울러 노동자의 노동조건 향상이란 노조의 본래 목적 또한 노조의 자주적 운영을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음도 기억해야 한다. 한상균 해고자가 우려한 쌍용차 내 ‘비열한 노사관계’를 근절하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기업노조의 결단이다. 회사와 합의한 46명에 대한 휴직처분을 무효화함으로써, 염치없는 결정을 사과하고 바로 잡을 용기를 내야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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