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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간 전문의 한명도 없다, 말이 안돼”

“의사 과로, 환자에게 위험하다”…아주대병원 의사노조 노재성 교수 

기사입력2020-01-10 17:28

아주대병원 노재성 교수는 의사들에게 overwork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며, 그것이 과도해지면 환자들에게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사진=노재성교수 제공>

 

대학병원 소속 의사들에게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지방 노동청의 판단이 나왔다.

 

“대형병원들은 (연차 미사용 수당을) 의사한테 줘본 적이 없다”

 

아주대병원 노재성 교수에 따르면, 중부지방노동청경기지청은 2019년 12월31일 ‘근로감독 청원서 처리 결과 알림’을 통해 “귀하가 제출한 근로감독 청원에 대해 우리 지청은 2019.11.18 근로감독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 근로기준법 제43조(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 미지급) 위반사항을 확인하고, 시정지시 조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해 2월 아주대병원 의사 35명은 공동으로 연차 미사용 수당을 지급해달라는 내용증명을 아주대병원 측에 보냈다. 

 

노재성 교수는 “전통적으로 대형병원들은 그런 걸 의사한테 줘본 적이 없다”며, 아주대병원 역시 연차 미사용 수당 지급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교수는 “법적으로 봐도 그렇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줘야 할 거 같다”고 생각하고, 이에 대해 노동청에 근로감독을 신청했다. 그 결과 연차 미사용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대학병원, 진료교수-전임교원 이중구조 문제

 

그러나 경기지청 회신에 따라 아주대병원 모든 의사가 연차 미사용 수당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른 사업장에서는 볼 수 없는 대학병원의 특이한 구조 탓이다. 

 

중부지방노동청경기지청은 2019년 12월 31일 ‘근로감독 청원서 처리 결과 알림’을 통해, 아주대병원의 연차 미사용수당 미지급에 대해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근로기준법 위반을 확인했다고 알려왔다.   ©중기이코노미
대학병원에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전문의가 있다. 또 전문의는 전임교원과 진료교수로 구분되는데, 경기지청 회신의 결론은 진료교수에게만 적용된다. 전임교원은 의과대학의 교수로, 사립학교법 적용을 받는다. 또 교원의 처우와 관련해 공무원복무규정이 적용되기도 한다. 

 

전임교원과 마찬가지로 교수로 불리는 ‘진료교수’의 고용형태는 기간제노동자다. 노재성 교수는 이들이 1~2년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맺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자라고 설명했다. 경기지청 결론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실상 방학이 없는 전임교원에게 연가보상비 지급해야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차 미사용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진료교수와 달리, 전임교원에게는 명시적인 연차 미사용 수당 청구권이 없다. 사립학교법과 공무원복무규정 등에 따라 방학이 있는 교원의 경우 연가보상비를 청구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노재성 교수는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방학이 없다”며, 일하는 시간과 업무의 비중 양쪽 모두 환자치료 중심으로 “일반 병원의 의사와 다를 게 없다”고 설명했다. 공무원복무규정을 그대로 적용해도, 사실상 방학이 없는 전임교원인 의사에게 연가보상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게 노재성 교수의 주장이다.

 

아주대병원 전임교원인 의사들은, 지난해 연차 미지급 수당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해,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노재성 교수는 “무슨 법으로 하든지 간에, 연가보상비를 주긴 줘야 할 것”이라면서도 “공무원복무규정으로 줘야 하는지 또는 근기법에 따라 줘야 하는 건지, 이건 약간 다툴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중구조 문제, 의사노조 설립에도 걸림돌

 

노재성 교수를 비롯한 아주대 의사들은 지난 2018년 12월 의사노조 설립을 추진했다. 그런데 의사노조 설립 과정에서도 이중구조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 

 

아주대병원에는 간호사와 일반직 직원들로 구성된 노조가 있다. 의사노조가 설립되자 단체교섭창구 단일화 문제가 발생했다. 의사와 타직종 간 근무조건이 완전 다르기 때문에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했는데, 지노위와 중노위 모두에서 교섭단위 분리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났다. 

 

여기서 또다시 전임교원인 의사들이 문제가 됐다. 진료교수의 경우 교섭단위 분리가 가능해 일반노조와 별개로 단체교섭 등 노조활동이 가능하지만, 전임교원은 노조설립 자체가 금지돼서다. 전임교원은 교원노조법 적용대상이고, 현행 교원노조법은 대학교수의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학교수의 노동조합 금지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전임교원인 의사노조 설립이 가능해졌다. 다만 헌재 결정에 따라 올 3월31일까지 국회가 대체입법을 하기 이전, 의사노조의 법적지위는 법외노조라는 한계가 있다. 노재성 교수가 진료교수와 전임교원을 아우르는 의사노조를, 올 4월1일 공식 출범하기로 한 이유다. 

 

“육아휴직을 간 전문의가 한명도 없다. 그건 좀 이상하고 말이 안된다”

 

노조설립 과정에서 아주대병원은 의사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연차보상비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으려 시도했다. 노재성 교수는 “진료교수들은 전문의가 된 후 우리 병원에서 일하면서, 교수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며, 불평등한 관계에 있는 젊은 의사들에게 이런 요구가 간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노재성 교수는 또 3차 의료기관(대학병원 등)의 노동조건이 매우 다양하며 근무환경이 열악한 병원도 적지 않다며, 의사노조가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곳이 많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overwork(과로)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환자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전통은 아닌데, 그것이 과도해지면 환자들에게 위험하다”며, 의사들을 지켜줄 수 있는 수단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 병원은 육아휴직을 간 전문의가 한명도 없다. 그건 좀 이상하고 말이 안된다”며, 이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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