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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자산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파산신청을

‘연명치료’에 급급하면 각종 위법 발생하고, 법인과 함께 대표도 침몰 

기사입력2020-02-03 14:00
고윤기 객원 기자 (kohyg75@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로펌 고우 고윤기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협회 이사
부산 해운대의 특급호텔인 G호텔이 지난해 말 폐업에 들어갔다. G호텔은 해운대에 있는 호텔의 수준을 놓고 보면, 중간 정도에 위치한다. 아니 좋게 말하면 중간 정도에 위치하고, 나쁘게 말하면 애매하다. 호경기라면, 이런 애매한 포지션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불경기에는 사람들의 태도는 극명하게 갈린다. 해운대에서 숙박하려는 관광객은 C호텔이나 P호텔을 갈 것이고, 아니면 아예 100m 정도를 걸어가서 저렴한 비즈니스호텔로 향한다.

 

G호텔이 관할인 해운대 구청에 폐업신고서를 제출하자, 호텔의 직원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폐업 시 근로자의 동의를 얻도록 한 단체협약 규정을 어겼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G호텔 측의 일방적인 폐업을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사를 하면서 제일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변호사 사무실에 조금만 더 빨리 올 걸 그랬어요이다. 이건 필자가 유능해서 듣는 소리라기보다는, 본인의 결단이 늦었다는 점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다. 기업의 폐업이나 파산에서는 대표이사의 결단 시기가 중요한 문제다.

 

회사의 자금이 모든 지출 예정항목을 지급할 만큼 충분하지 않은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일시적 유동성 위기가 아니라 앞으로 재무적으로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 전제다. 필자가 지켜본 바로는 이런 경우 대부분의 사장은 남아 있는 자금으로 직원의 임금을 주기보다는 물품 대금 등 회사에 필요한 경비를 먼저 지급한다. 이렇게 최초의 노동법 위반을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사장들은 자신이 일궈 놓은 회사에 대한 애착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어떻게든 회사를 정상화하고 살리려고, 회사에 돈이 없으면 친척, 친구, 가족으로부터 돈을 빌려와서 그 돈을 회사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그렇게 또 몇 달 동안 회사의 수명을 연장하는 연명치료를 한다. 그러다가 더는 버티지 못할 때쯤 되면, 노동법 위반으로 고발당하고, 빌린 돈으로 인해 사기죄로 고소당한다. 게다가 그때 쯤이면 주위에서 이미 신용을 잃어서 더 이상 도움을 줄 사람들이 없다.

 

회사가 어떤 상황인지는 대표이사가 제일 잘 안다. 버티는 게 능사인지 아니면 빠르게 국면 전환을 모색해야 하는지, 이것도 경영판단의 문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해운대 G호텔의 사안처럼 회사가 장사가 안돼서 수입이 없어 폐업하고자 할 때,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폐업할 수 있다고 하면 경영자로서는 난감하다. 노조가 끝까지 동의를 안 해주면, 회사의 임금지급 의무는 여전히 존재하고 경영자는 임금을 지급하지 못해서 노동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아니면 노동법 위반을 피하는 대신 사채라도 끌어다가 임금을 지급하고, 사기죄로 처벌받게 되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법인의 폐업이 어렵다면,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법인이 앞으로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면 법인 회생절차를 진행하는 게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결국 법인 파산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법인 파산도 적절한 때가 있는데,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시기는 근로자의 임금이 체불되기 직전 혹은 체불되기 시작한 직후다. 이 시기가 중요하다. 필자의 경험상 이 시기를 놓치면, 대표이사가 내리는 결단의 시기는 한없이 늦춰 진다. 앞에서 말한, 주위에서 빚을 내서 회사에 호흡기를 붙여 놓는 그런 상황이 생긴다. 법인 회생이던 파산이던 마찬가지다.

 

법인 파산신청 시기를 앞당겨야 하는 이유는 일단 법인의 자산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법인 파산을 신청해야 근로자의 임금 변제라든지, 조세 등 우선 채권의 변제가 수월하다. 즉 대표이사의 노동법 위반 문제가 안 생기거나 체불임금액이 적어질 수 있으며, 대표이사가 과점주주일 때 지게 되는 2차 납세의무가 경감될 여지가 있다.

 

그 외에도 대표이사가 법인의 대출에 대해 금융기관에 직접 연대보증을 하거나, 기술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에 간접적으로 연대보증을 하는 경우가 있다. 법인자산의 매각으로 우선순위 변제대상인 조세, 임금 등을 먼저 지급하고 나면, 그 다음으로 법인의 대여 채무 등에도 배당 및 변제가 이루어지는데, 이때 대표이사의 연대보증 채무가 경감될 수 있다. 물론 법인에 자산이 남아 있어야 가능한 문제다.

 

우리 법인이 어떤 상황인지는 대표이사가 제일 잘 안다. 버티는 게 능사인지 아니면 빠르게 국면 전환을 모색해야 하는지, 이것도 경영판단의 문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법인의 파산은 최후의 수단이다. 법인은 많은 사람의 삶의 터전이다. 가능하면 살리는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하지만, 대표이사가 법인과 같이 침몰할 필요는 없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로펌 고우 고윤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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