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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독선, ‘민주당만 빼고’ 파문을 자초했다

쓴 쏘리에 귀를 닫으면, ‘나도 고발하라’는 외침은 더 커진다  

기사입력2020-02-14 16:16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민주당만 빼고’ 파문이 조기에 수습됐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좋아서 하는 위안이 아니다. 집권여당의 자충수로 극우야당 및 기득권집단이 가져갈 반사이익이 두려워서다. 민주당 비판 글을 쓴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와 그 원고를 게재한 경향신문사를 고소했다가 취소했다. ‘민주당만 빼고’ 논란이 벌어진 하루 동안 집권여당 체면은 땅에 곤두박질을 쳤다. 

민주당에겐 불편한 대목이 상당했겠지만, 임 교수의 주장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그 글의 전반적 취지가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과 완전히 배치되지도 않는다. 검찰개혁 방안엔 상반된 시각을 드러냈지만, 재벌개혁과 노동존중 주장은 민주당보다 더 왼쪽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자당을 비판하는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와 해당 칼럼을 게재한 경향신문사를 고발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자 14일 소송을 취소했다.<사진=경향신문 캡처>
임 교수가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후보로서 지방선거에 출마한 경력이 있어도, 그가 비판한 사실관계는 달라지지 않는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싱크탱크인 ‘내일’에 참여했던 전력의 소유자여도 마찬가지다. 지금이라도 한국당이 재벌개혁에 나선다면, 시민사회의 선택지는 민주당이 아닌 한국당이어야 한다. 또 ‘안철수당’이 노동존중 행보를 보인다면, 노동계의 지지를 받아야하는 건 당연하다. 

모두가 안다. 한국당이 재벌과 거래하고, ‘안철수당’이 노동자와 거리를 두고 있음을. 그런데 임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재벌개혁은 물 건너갔고, 노동여건은 더 악화될 조짐”이라고 썼다. 그 근거로 “ ‘노동존중’ 구호가 ‘재벌존중’으로 바뀌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보다 더 싸우기 힘들다”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말을 인용했다. 지난 촛불대선에서 재벌개혁과 노동존중을 약속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에겐 뼈아픈 지적이다. 

민주당은 임 교수 고발에 앞서, 개혁과제를 이행하지 못한 자신의 나태와 무능을 돌아봤어야했다. 국정운영에 무한책임을 져야하는 집권여당이 극우 야당·언론 탓을 한다고, 그 책임이 덜어지지 않는다. 임 교수를 고발한 민주당을 향해 시민사회와 양심있는 지식인들이 ‘나도 고발하라’며 항의한 이유는, 그의 주장 모두에 동의하기 때문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부진한 재벌개혁을 질타하기 위함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노동존중을 뒷받침할 제도를 만들라는 고언이다.  

무엇보다 ‘나도 고발하라’며 들고 나선 지식인들 다수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자라는 사실도 상기해야 한다. 표현·언론의 자유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시민사회와 이들 지식인들은 문재인 정부의 우군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쓴 소리를 한다고, 민주당을 나무란다는 이유로, 이들 모두를 배척하면서 무슨 정치를 하겠다고 하는가. 임 교수는 어떨지 모르지만, 이들에게 ‘민주당은 빼고’의 전제는 ‘극우·보수 야당은 빼고’다. 

‘민주당만 빼고’ 논란. 내상도 입었지만 얻은 것도 있다. 민주당 스스로 오만과 독선이란 집단최면 상태는 아닌지, 당 지도부가 헤아릴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지금처럼 계속 정부와 여당을 향한 시민사회의 비판에 귀를 닫는다면, ‘나도 고발하라’는 국민의 외침은 더 커질 수 있음을 알아야한다. 

아울러 당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는 틀이 붕괴됐는지 여부도 점검해 주길 당부한다. 한국당과는 비교조차 안될 만큼 개혁적 인사가 다수 포진한 민주당이다. 그런 당에서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한 고발조치가 있었다. 공직선거법 위반 논리 뒤에 숨는다고,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노동과 인권을 위해 애썼던 많은 의원들이 이번 사태에 침묵했다는 사실이 더 아프다. 이들의 합리적 이성이 당 지도부에 가감없이 전달됐다면, 웃기 어려운 이런 해프닝까지는 벌어지지 않았다.   

민주당내 현안 모두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조직문화와 제도적 장치, 당내 민주주의가 보다 강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재벌개혁과 노동존중, 이제라도 바짝 고삐를 쥐어 꼬투리 잡히는 우를 다시 범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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