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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탈취, 신속한 피해구제 강력한 처벌 必”

손배명령제·자료제출명령제 도입…中企 입법과제 ②기술탈취 근절 

기사입력2020-02-19 09:33

선박엔진 관련 부품을 개발해 대기업 甲사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C사, 甲사에게 수년에 걸쳐 제품제조공정도, 관리기획서, 작업절차서, 검사표준서를 제공했다. 甲사는 품질관리 명목으로 받은 이들 자료를 다른 협력업체에 제공해 부품공급을 이원화했고, C사의 매출은 크게 감소했다. 매출이 줄자 C사는 다른 거래처를 찾았지만, 자사가 개발한 제품조차도 甲사와의 약정(제3자 판매금지 특약) 때문에 판매할 수 없었다.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함께 기술탈취는 수급사업자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면서, 혁신성장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불공정행위 유형이다. 

 

2017년 기술탈취로 인한 중소기업 피해금액 1022억원 

 

중소벤처기업부의 ‘2017년 중소기업 기술보호 수준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술탈취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는 2013년 2418억원에서 2015년 902억원으로 감소했지만, 2017년 다시 1022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기술자료 제공 중소기업, 절반 이상이 원청사의 불법요구 수용


중소기업중앙회의 ‘2018년 대중소기업 간 기술탈취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501개사 중 17개사(3.4%)가 대기업으로부터 기술자료 제출을 요구받았다. 요구받은 시점은 계약체결 전 단계가 64.7%로 가장 많았다. 

 

기술자료를 제공한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 중 53.8%는 대기업으로부터 서면요구서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에게 기술자료를 요청할 경우에는 서면으로 해야 한다. 결국 기술자료를 제공한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 절반 이상이 원청사의 불법적인 기술자료제공 요구를 수용했다는 얘기다. 서면요구서에는 ①기술자료 명칭·범위 ②요구목적 ③요구일ㆍ제공일ㆍ제공방법 ④비밀유지 방법 ⑤기술자료 권리귀속 관계 ⑥대가 및 대가의 지급방법 ⑦요구가 정당함을 입증할 수 있는 내용 등 7가지 사항을 기재해야한다. 

 

기술탈취는 심각한 범죄행위임에도 대기업은 다양한 이유로 기술자료를 요구한다. 정당한 이유없이 기술자료를 요구해도 하도급기업은 거래관계 유지를 위해 거절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기술을 탈취당한 중소기업은 기술개발 의욕저하와 성장정체 뿐만 아니라 폐업에 이르기도 한다. 

 

기술탈취 행위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같은 요구에 따라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2018년 11월 기술탈취 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기술유용시 중기부장관의 시정명령권 도입, 10배 이내 배상책임 부과

 

발의안에 따르면 ▲수탁기업이 위탁기업에 기술자료를 제공하는 경우 비밀유지협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위탁기업의 기술자료 요구 금지조항을 별도의 조문으로 신설하고, 위탁기업의 기술유용 행위를 금지했다. ▲기술자료 제공 요구 금지 등을 위반한 위탁기업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시정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시정명령 불이행시 1억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기술유용 행위에 대해서는 손해액의 10배 이내에서 배상책임을 지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고, 손해액을 추정할 수 있는 규정도 신설했다. ▲피해기업의 입증책임 부담을 완화해 주기 위해 법원이 당사자에게 자료제출을 명할 수 있는 자료제출명령제도도 도입했다. 

 

권칠승 의원 발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기술탈취로 피해를 당한 기업의 사후 구제수단 실효성은 대폭 강화된다. 지금까지는 기술탈취로 발생한 손해를 만회할 구제수단은 민사절차가 유일했지만, 중기부를 통해서도 구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민사재판 과정에서 피해기업이 부담해야하는 입증책임 부담도 대폭 완화된다. 기술유용 행위의 존재 여부, 손해액 추정도 중기부장관이 작성한 문서로 입증할 수 있다. 

 

“기술탈취시 신속한 피해구제, 강력한 처벌 필요”

 

2017년 11월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과 기술탈취 피해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아울러 자료제출 명령제도를 활용하면, 이전과 비교해 재판과정에서 피해기업이 기술탈취 사실을 입증하기 훨씬 수월해진다. 현재 자료제출 명령제도는 특허법 등 일부 법률에 규정됐는데, 중기업계는 이 제도를 공정거래법 등 보다 많은 법에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기술탈취 사건의 경우 증거자료 대부분이 침해기업 측에 있기 때문에, 피해기업이 기술탈취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대기업의 기술탈취 문제가 생겼을 때, 중소기업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이전에 경영상 큰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에 신속한 조치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 연구위원은 “손해배상 명령제도나 자료제출 명령제도 등은 ‘중소기업기술 보호 지원에 관한 법률’,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 다양한 법에 도입될 수 있다”며 “기술탈취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피해구제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기술탈취에 대한 처벌을 강력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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