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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준법감시위…‘삼바’ 사장 인사 철회시켜라

김지형 위원장, 명예와 평판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기사입력2020-03-25 17:33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최고경영진이 변해야 삼성이 변하고, 삼성이 변해야 기업 전반이 변하고, 기업 전반이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감시위)’ 출범 이후 1월 김지형 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준법감시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형량을 줄이기 위한 이벤트라는 비판에 항변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래선지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 앞에서 준법감시위 참여에 앞서, 이 부회장을 직접 만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삼성이 위대한 글로벌 기업으로 더욱 뻗어나갈 수 있기 위해 법위반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지형 전 대법관이 지난 1월9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초대 위원장 수락 배경 및 위원회 구성 운영방향에 대한 간담회를 갖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지형 준법감시위원장. 이제 자신이 기자들과 국민들 앞에서 했던 다짐을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서 ‘법위반 리스크’가 또다시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법위반 리스크 원인 제공자가 삼성그룹의 총수 이재용 부회장이기에, 김 위원장이 나설 차례다. 이 부회장을 설득해, 삼성의 법위반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한다는 말이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20일 정기주총에서 4조5000억원대 회계사기 사건으로 검찰수사를 받는 김태한 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삼성바이오 대주주인 삼성물산(43.4%), 삼성전자(31.5%), 삼성생명(0.05%) 등 삼성계열사 모두 김 사장 재선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계열사를 동원해 천문학적 규모의 사기의혹 당사자를 삼성바이오 사장으로 재신임한 셈이다. 이런 사실이 김지형 준법감시위원장이 관리해야 할 법위반 리스크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회계사기 사건의 수사대상일뿐, 기소되지 않은 김태한 사장의 선임과 법위반 리스크는 무관하다는 항변이 있다. 하지만 김 사장은 회계사기 혐의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2018년 11월 해임권고를 받았다. 이후 법원의 해임처분 집행정지로 사장직을 유지했지만, 범죄혐의가 소명된 건 아니다. 법원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이유는, 대체 전문경영인 없이 해임되면 경영상 공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법원의 결정에 따르면 대체 전문경영인이 있다면 경영상 공백은 발생하지 않는다. 20일 삼성바이오 정기주총은 법위반 리스크를 제거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그리하지 않았다. 또 이 과정에서 김지형 위원장을 포함 준법감시위는 1월 기자간담회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김태한 사장은 회계사기 사건의 사실상 주범이기도 하지만, 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증거 인멸 및 교사 의혹도 받는다. “범행에 동원된 인력·기간·증거 인멸된 규모 등을 비춰봤을 때, 역사상 최대의 증거인멸 범행과 다름없다. (삼성바이오의) 통신실·회의실 바닥을 파서 외장하드를 숨긴 건,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다.” 검찰이 지난해 10월 회계사기 사건의 증거 인멸 및 교사 혐의로 재판을 받는 8명의 피고인에게 엄벌을 구형하면서 했던 주장이다.

 

법원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삼성전자 부사장급 임원 3명에 대해 1년6개월에서 2년까지 실형을 선고했다. 그리고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상무 등 3명의 피고인에게 징역형 집행유예 등 가담자 전원이 처벌을 받았다. 회계사기 사건의 시발점은 삼성바이오 회계장부다. 이 사건을 덮기 위해 증거인멸이 이뤄진 장소도 삼성바이오 공장이다. 이 사건을 기획한 주체는 김태한 사장의 윗선이지만, 증거인멸을 실행한 이들은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회계사기 사건 증거 인멸 및 교사 혐의에서 김 사장이 벗어날 수 없음은 명백하다. 그럼에도 김지형 준법감시위원장은 침묵으로 일관한다.

 

김지형 위원장을 포함 준법감시위.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지만, 기회도 단 한번 뿐이다. 김태한 사장에게 책임을 물어 지금 당장 퇴진시키지 못한다면, 준법감시위가 존재해야할 단 하나의 이유도 없다. 김태한 사장 문제하나도 처리하지 못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생각을 바꾸겠다고. 아무리 좋게 해석해도 허세고, 정확히 평가하면 對국민 사기에 다름 아니다.

 

김지형 위원장에게 당부하고 경고한다. 그간 법률가로서 쌓은 명예와 평판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면, 이재용 부회장을 설득해 김태한 사장 인사를 철회시켜라. 법률가 김지형이 숱한 법률기술자 중 하나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아울러 이재용 부회장에게도 당부하고 경고한다. 형량을 낮추기 위한 재판거래 수단으로 준법감시위와 신망있는 인사를 이용하지 마라. 재판부와 거래 등 얄팍한 수로 한번은 피해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법보다 더 준엄한 국민 다수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음을 경고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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