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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사익추구집단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사용자 편향적 시각, 일방 수용하는 조직 운영방식부터 바꿔야  

기사입력2020-05-16 00:0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떡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또 법인세 인하 타령인가. 가구당 지급이지만, 애어른 구분없이 사실상 전국민에게 1인당 40만원 수준의 긴급재난지원금까지 집행되는 초유의 상황이다.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모두가 시장에서의 생존 그 자체에 목을 매는 절박한 현실이다. 꺼져가는 생산·고용·소비 시장의 불씨를 보존하기 위해 정부마저 곳간을 다 털고, 국채발행까지 고민하는 총체적인 위기 국면이다.

 

모두가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나 혼자만 배 두드리며 살겠다는 꼴이다. 13일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단 회의에서 손경식 회장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영위기 극복을 핑계로, 정부에 법인세 인하를 요구했다. 이웃이 겪는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이 아무리 무디어도 그렇지, 지금이 ‘부자감세’를 요구할 때인가?

 

1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 회장단회의에 참석한 손경식 경총 회장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윗줄 왼쪽부터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김창범 한화솔루션 부회장, 백우석 OCI 회장, 안병덕 코오롱 부회장. 아랫줄 왼쪽부터 동현수 두산 부회장,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조규옥 전방 회장, 심갑보 삼익THK 고문, 손경식 경총 회장,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사진=뉴시스/경총 제공)

 

게다가 유사한 사건으로 손경식 경총 회장이 망신을 자초한 게 엊그제다. 지난달 법인세 인하를 대통령에게 건의해, 이재명 경기도지사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일을 벌써 잊었나. 기억을 상기시키면, 당시 이재명 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은 쓸 돈이 없어 ‘병들어 죽기 전에 굶어 죽겠다’고 하는 이런 처참한 상황인데, 이를 이용해 한몫 챙기겠다는 경총”이라고 썼다.

 

잊을만 하면 한번씩 법인세를 깎아달라고 조르는 손경식 회장에게 물어보자. 영업이익이 발생해야 법인세를 내는데, 코로나19 재난 국면에서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이 어딘지. 대부분의 기업은 법인세 부과대상이 될 여력조차 없는 지금, 법인세인하와 부자감세가 뭐가 다른지. 결국 재벌그룹 등 몇몇 기업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국민 모두가 내는 직간접 세금마저 챙기겠다는 발상은 아닌지. 같은 맥락에서 지금은 법인세 감면보다 고통분담, 재계가 그동안 감면받는 법인세 일부를 내놓아야한다는 이재명 도지사의 질타는 설득력을 가진다.

 

13일 법인세 인하 요구에 이어 14일 손경식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언급하면서 ‘협력적 노사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손 회장은 토론회를 겸한 ‘경영발전자문위원회’에서 “기업과 고용을 살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노동시장과 협력적 노사관계를 확립하는 ‘노동시장 리뉴얼(Renewal)’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비정규직이 절반, 정규직에게도 고용을 보장하지 못하는 노동시장에서, 유연화 주장이 갖는 의미와 쟁점은 많지만 생략하자.

 

협력적 노사관계. 노사간 신뢰가 전제된다면, 포스트 코로나와 무관하게 “기업과 고용을 살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할 가장 유력한 수단이다. 노사간 신뢰 없이는 협력적 노사관계란 존재할 수 없고, 밥그릇 선점을 위한 대립적 노사관계를 넘어설 수 없음은 자명하다. 노사관계의 이같은 속성을 고려하면, 손경식 회장이 협력적 노사관계를 얘기할 자격이 있는지 정말 의문이다. 우리나라 노사관계를 상생·협력보다 대립·갈등 구조로 만든 책임의 상당부분은 경총 탓이기에 하는 말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지난해 12월 경총의 남용우 상무와 황용연 노사협력본부장 등 3명은 삼성전자서비스노조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들이 삼성전자로부터 단체교섭을 위임받고, 삼성전자 임직원과 함께 노조 와해를 기도했던 사실이 1심 재판결과 드러났다. 사용자단체인 경총이 개별사업장에 개입해, 노사관계를 상생·협력이 아닌 대립·갈등으로 몰아갔던 대표적인 사건이다.

 

삼성전자서비스노조 와해 사건으로 벌금형을 받았음에도, 남용우 상무와 황용연 노사협력본부장은 지금도 경총에서 일한다. 심지어 이들은 손경식 회장의 추천을 받아 각각 중앙노동위원회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사용자위원으로 활동한다. 노동위원회는 노동사건을 조정·중재·심판하는 준사법적 행정기관이다.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범죄자가 노동사건 심판에서 ‘판사’ 행세를 하는 셈이다. 

 

이외에도 경총이 노사관계를 상생이 아닌 파국으로 몰아갔던 사례는 차고 넘친다.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파업권 행사에 대해 노동관계법이 아닌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고소하도록 사업주에게 지침을 내렸다. 파업의 본래 효과로써 업무중단에 따른 사용자의 손해, 불가항력의 손실마저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을 노동자에게 부담시키라고 독려했다. 

 

이외에도 노사갈등이 첨예한 사업장에 직접 개입해 노조를 와해하거나, 무력화시킨 사례도 적지 않다. 역대 경총 회장 모두가 그랬지만, 손경식 회장 역시 삼성전자서비스노조 사건에 대해 단 한마디 사과조차 없었다. 협력적 노사관계 확립을 지향한다는 손 회장 말을 믿을 수 없는 이유다.

 

손경식 회장도 그렇고, 경총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우리사회에서 노사는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상생·협력의 노사관계를 통한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 또한 희망사항에 그칠 뿐이다. 경총 또한 불법행위를 대행한 대가로 돈을 받아 조직을 운영하고, 불법행위자를 삼성에 취업이나 시키는 사익추구집단이란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금 경총에게 필요한 것은 노동조합의 실체를 인정하고, 노사간 이익의 균형점을 찾고자 하는 고민이다. 한국사회 노사관계의 한 축을 담당하겠다면, 무엇보다 사용자의 편향적 시각만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조직운영 방식부터 바꿔야한다.

 

법인세 인하 요구 역시 마찬가지 해법으로 풀어야한다. 재벌기업 등 이른바 잘나가는 몇몇의 입장만을 대변해서는, 경총은 진정한 의미의 사용자단체로서의 위상을 가질 수 없다. 회원사는 아닐지라도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의 사정을 헤아릴 수 있어야한다. 또 소비자인 국민의 정서를 고려해 회원사에게도 쓴 소리를 할 수 있어야한다. 그래야만 경총이 제시한 정책이나 발언이 무게를 가질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라도 손경식 회장의 법인세 인하 요구는 철회하는 게 마땅하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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