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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뉴딜…누구와, 무엇을 위한 ‘딜’ 한다는 거냐

美 뉴딜의 진수, ‘친노동’·‘친약자’ 기조를 찾아볼 수 없다 

기사입력2020-05-18 12:58
양준호 객원 기자 (junho@inu.ac.kr) 다른기사보기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른바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내걸었다. 나라경제와 세계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진 시점에 기존 경제정책 기조의 대전환을 꾀하고자 하는 시도는 높게 평가돼야한다. 

그러나 ‘뉴딜’이라는 용어를 전면적으로 내건 정책 프로젝트인 만큼, 역사에 등장했던 ‘뉴딜’의 구체적인 내용과 그 성격을 제대로 이해함과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현 정부가 제시한 정책체계가 ‘한국판 뉴딜’로서 실제 역사와 어느 정도의 정합성을 가지는지, 또 ‘뉴딜’로 불릴 말한 정책인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정부가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의 초점을 3대 분야 혁신프로젝트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직접 육성 ▲사회간접자본 디지털화에 맞춰 10대 중점과제를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디지털·AI·5G와 같은 특정 신산업에 관한 규제완화 성격이 매우 강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뉴딜(new deal)’이란 ▲19세기의 시장원리주의 ▲경쟁적 자본주의 ▲반노동 친자본 정책기조 ▲19세기 후반 이래 독점현상과 그에 따른 대규모 생산이 초래한 자본주의 체제의 심각한 양적 불균형, 즉 생산량과 소비량 간의 양적 모순으로 인해 터져버린 세계대공황 수습을 위해 취해진, 이전 경제체제와 기조들에 대한 자본주의자들의 체제 내적인 반성,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기존 ‘자본주의의 수정을 꾀하는’ 정책체계를 말한다. 무슨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거나 활성화하기 위한 규제완화책과는 차원이 다른, 기존의 경제질서 또는 경제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이념적 전환’에 가까울 정도의 대대적인 개혁정책이 ‘뉴딜’이라는 의미다. 19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한 전세계 주요국들이 최근 ‘뉴딜’을 언급하고 나선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새로운 경제운용 기조로의 전환이 절실해서다. 역사에 등장했던 ‘뉴딜’ 정책의 골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기획재정부 등의 관료들이 친 ‘정책 울타리’ 때문인지, 이른바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에는 세계 대공황 당시 미국 뉴딜정책의 진수였던 ‘친노동’ 또는 ‘친약자’ 기조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첫째, 은행과 통화에 대한 강력한 통제 또는 규제다. 대공황 이전까지 자유주의 또는 시장주의 패러다임에 힘입어 방만하게 경영했던 은행들은 미 연방정부의 엄격한 감독을 받게 됐다. 연방정부가 기존의 금본위제를 철폐해 거액의 금은을 가진 은행이 독점했던 통화에 대한 지배력을 없애 버렸다. 

둘째, 확장적인 재정지출을 통한 경제적 약자 구제책이다. 재정난에 빠진 개인과 중소영세기업에 대한 정부의 저리대출 또는 경기비탄력적인 대출구제를 핵심으로 하는 재정정책으로의 전환을 꾀했다. 

셋째, 농민구제 및 정부의 농업생산 통제다. 경제위기로 급감한 농민생산에 대해 연방정부가 적극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해 농업생산 전반을 컨트롤하는 것이 골자다. 농업생산은 생산자 개인의 자유로운 경영에 맡기고 국가가 그것을 통제해서는 안된다는 기존의 관례를 전면 타파해, 정부가 농민생산을 직접 컨트롤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넷째, 대기업 등 독점적 영리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다. 연방정부는 주식회사의 과도한 투기와 대기업 등 독점적 영리기업으로의 과도한 자금배분을 억제하기 위해 증권거래위원회를 설치해, 규제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아울러 취업과 생산 그리고 국내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상업 및 공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을 ‘조직화’해, 기업들의 수요에 대한 공급조정과 가격협정을 정책적으로 인정했다. 

다섯째, 노동자 전면 보호다. 미 연방정부는 이른바 ‘와그너(Wagner)법’을 제정·시행해, 이전까지 법적권리로 인정되지 않았던 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전면 보장했다. 또 대형 공공사업을 통해 노동자의 고용보장과 구매력 강화를 담보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여섯째, 사회보장제도 확충이다. 대대적인 경제위기 하에서 피부양자, 실업자, 빈곤자, 노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보장 강화를 뉴딜정책의 또 다른 골자로 설정했다. 이처럼 미국 ‘뉴딜’ 정책의 핵심은 국가가 시장에 전면 개입하면서 자본을 직접 모니터링하고, 또 노동에 힘을 실어 생산을 통제함과 동시에 노동자 구매력을 끌어올려. 대공황의 실물적 요인으로 작용했던 그간의 수급 불균형 즉 ‘생산>소비’ 간의 부등식을 ‘생산=소비’ 간의 항등식으로 시프트시키려는 것에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한국판 뉴딜’이라는 용어에 쓰인 ‘뉴딜’이, 이와 같은 역사적 사실에서 그 단서를 찾고자 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뉴딜’의 본질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지 않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눈앞의 ‘뉴딜’은 실제 역사와 달리 디지털·AI·5G와 같은 특정 산업의 활성화를 명분으로 신산업 진출기업을 위한 규제완화, 즉 글로벌기업 및 국내 재벌기업과 같은 독점자본에 대한 규제완화로 수렴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부 발표를 토대로 생각해보면, ‘친노동’이 아니라 ‘친자본’의 기조를 유지하지 않으면, 한국판 뉴딜의 10대 중점과제는 도저히 실현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기획재정부 등의 관료들이 친 ‘정책 울타리’ 때문인지, 세계 대공황 당시 미국 뉴딜정책의 진수였던 ‘친노동’ 또는 ‘친약자’ 기조는 찾아볼 수가 없다. 

해외의 첨단산업과 독점자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신산업 활성화 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뉴딜’이 아니다. ‘뉴딜’이란, 그간 경제적으로 배제됐던 주체들과 ‘새롭게 딜을 해서’, 그들의 경제적인 지위를 확 끌어올려 경제수요를 안정화시키는, 그간의 경제정책 기조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첨단 신산업 육성과 관련 투자유치를 힘줘 운운한다. 이는 글로벌 독점기업과 금융자본의 이윤극대화 체제를 강화하겠는 것에 다름 아니다. 바꿔 말해 현 정부의 ‘뉴딜’은 역설적이게도 경제적 기득권들과 ‘새롭게 딜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문재인 정부에 묻는다. ‘무엇을 위한’ 새로운 딜인가? 그리고 도대체 ‘누구와’ 새로운 딜을 하겠다는 말인가? (중기이코노미 객원=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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