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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세워진 강철벽, 불편한 장애물일 뿐인가

공공미술의 공공성 논란…리처드 세라의 ‘기울어진 호’㊤ 

기사입력2020-05-23 00:00
안진국 객원 기자 (critic.levahn@gmail.com) 다른기사보기

안진국 미술비평가(‘비평의 조건’ 저자)
198536, 미국 뉴욕의 국제무역법원에 많은 사람이 모였다. 미국 뉴욕의 맨해튼 연방청사 광장에 세워진 강철벽을 이전할 것인지 말 것인지 찬반 의견을 듣는 공청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찬반 공청회가 열리게 된 것은 이 강철벽이 단순한 벽이 아니라, 공공미술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그 열기는 뜨거웠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이 공청회에 몰려들었다. 그 바람에 공청회는 길어졌고, 결국 이틀을 더 연장하게 됐다. 공청회에 참여한 예술가와 큐레이터, 미술비평가 등 예술 관련자들은 이 공공미술 작품을 옮기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광장 주변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정치인, 법조인 등은 작품 이전을 요구했다.

 

180명이 3일간의 공청회에 참여했고, 68명 정도가 연설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공청회가 열리는 동안에 의견을 담은 탄원서 7412건과 편지 1779통이 주최 측에 도착했다. 이 중에 4500건 이상이 이전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후끈 달아오른 공청회에서는 과연 어떤 결론을 냈을까? 작품 이전을 결의했을까?

 

공청회까지 열 정도로 이슈가 되었던 공공미술 작품은 바로 미 연방조달청이 의뢰해 19817월에 연방청사 광장에 세워진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 1938~)기울어진 호(Tilted Arc)’. 이 작품은 높이 3.65m에 길이가 무려 36.5m나 되는 약간 휘어진 적갈색의 녹슨 강철판이다. 무게도 어마어마해서 73t이나 됐다.

 

리처드 세라, ‘기울어진 호’, 1981, 강철, 3.65×36.5m, 미국 뉴욕 연방청사 광장.<출처=artguide.com(photo by Burt Roberts)>

 

이 작품은 세워지자마자 여기저기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미 연방조달청으로 상당수의 불만 민원이 접수됐다. 자유로운 보행을 방해한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그도 그럴 것이 넓은 광장의 분수 옆에 사람 키보다 높고 아주 긴 두꺼운 철판이 벽처럼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광장을 찢기 위해 납세자의 세금을 사용했다” “이것은 광장의 흉터다” “거리미술을 위한 낙서판이다등등의 말이 나왔는가 하면, 어떤 대법원장은 이것은 녹슨 장애물이라고 미 연방조달청에 항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심지어 어떤 미술비평가는 뉴욕에 있는 미술작품 중에서 가장 추한 야외작품이라고 혹평했다. 이렇게 불만이 커지고, 이 작품의 제거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작품을 의뢰했던 미 연방조달청은 여러 의견을 듣고 결론을 내리기 위해 1985년 공청회를 개최한 것이다.

 

공청회 기간 중 외부에서 도착한 탄원서와 편지의 상당수가 기울어진 호의 이전을 촉구하는 내용이었지만, 사실 공청회 내부의 의견은 달랐다. 공청회에 참여한 180명이 투표를 진행했는데, 122명이 이 작품을 광장에 그대로 둬야 한다는 의견에 투표해 58명의 이전 찬성 의견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공청회 밖에서는 이전을 촉구하는 의견이 다수였고, 공청회 안에서는 옮기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러한 첨예한 대립 속에서 공청회의 배심원단은 내부 투표 결과와는 다른 결정을 내렸다. 5명의 배심원 중 4명이 작품 이전을 찬성했고, 오직 1명만이 반대했다. 공청회에서는 작품 이전을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기울어진 호를 제작한 작가 리처드 세라는 이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이 작품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이것을 파괴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라고 주장하며, 미 연방조달청을 상대로 작품 이전 결정에 대한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안진국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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