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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예술을 읽다

바나나를 회색테이프로 붙여 놓은 게 전부인 작품

우리가 먹는 1억4천만 원짜리 바나나…마우리치오 카텔란㊤ 

기사입력2020-06-18 12:36
안진국 객원 기자 (critic.levahn@gmail.com) 다른기사보기

안진국 미술비평가(‘비평의 조건’ 저자)
201912월 초부터 갑자기 테이프로 물건을 벽에 붙이는 것이 유행처럼 온라인상에 번져갔다. 어떤 사람은 휴대폰을, 어떤 사람은 야구공을, 어떤 사람은 고구마를, 어떤 사람은 맥주병을 붙였다. 심지어 피자를 붙이는 사람도 있었다. 이렇게 붙여진 물건들의 공통된 특징은 테이프를 사선 방향으로 붙였다는 것과 대부분 포장용 회색 박스테이프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테이프로 물건을 벽에 붙인 사진이 집중적으로 올라온 곳은 인스타그램 @cattelanbanana 페이지였다. 그리고 현재도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은 이곳에 꾸준히 이러한 사진을 올리고 있다. 왜 갑자기 이런 인스타그램 계정이 생겼고, 사람들은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

 

14000만원에 팔린 바나나=지난해 125일부터 8일까지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는 국제적인 미술장터 아트 바젤 마이애미(Art Basel Miami)’가 열렸다. 이곳에서 최고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은 이탈리아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1960~)코미디언(Comedian)’이었다. 아트 바젤 마이애미가 공식 개막하자마자 이 작품이 2개나 즉시 팔렸기 때문이다.

 

이런 국제적인 미술장터가 개막하면 첫날에 좋은 작품이 판매되기 것은 으레 있는 일이기에 사실 판매가 그리 화제가 될 만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미디언은 너무 황당한 작품이었고, 이런 작품이 너무 비싸게 팔렸기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것이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코미디언’, 2019, 포장용 테이프로 벽에 붙인 바나나. <출처=news.artnet.com(photo by Sarah Cascone)>

 

코미디언은 우리가 흔히 먹을 수 있는 바나나를 포장용 회색 박스테이프로 벽에 붙여 놓은 것이 전부인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12만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14000만원에 팔렸다.

 

사람들은 이 작품이 이렇게 비싸게 판매가 된 것을 너무 황당해하며, 자신들도 이 정도의 작품은 만들 수 있다는 듯이 패러디를 시작했다. 카텔란의 코미디언처럼 바나나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붙이는가 하면, 당근, 고구마, 오렌지, 아보카도 심지어 신던 양말, 술병 등 다양한 물건을 코미디언처럼 테이프를 사선 방향으로 붙여 벽에 고정했다. 그리곤 사진을 찍어 올렸다. 이런 사진이 온라인에 하나둘씩 등장하자, Perrotin 갤러리 관계자로 보이는 @galerieperrotin이 인스타그램 @cattelanbanana 페이지를 열고, 그곳에 이와 같은 사진을 올리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많은 패러디 사진이 이 인스타그램 페이지에 올라오면서 패러디 열풍이 일었다.

 

과연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만들 수 있는 이 작품이 14000만원의 가치가 있을까? 그리고 이 작품이 썩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다른 바나나로 다시 이 작품을 만들어도 될까? 이 작품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의문을 던진다.

 

음식물은 시간이 지나면 썩기 마련이다. 바나나 작품 코미디언도 썩을 수밖에 없다. 작품 구매자는 전시 후 썩고 있는 바나나를 가져가게 될 것이고, 어떤 처리를 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면 머지않아 이 작품은 썩어버릴 것이다. 썩어 사라질 작품이 엄청나게 비싼 가격에 팔렸다는 사실이 실로 의아하다. 더 의아한 것은 이 아트 바젤 마이애미에서 바나나 작품은 하나밖에 없었는데, 2개가 팔렸다는 것이다. 작가가 바나나 작품을 두 개로 만드는 분신술이라도 배운 걸까? 바나나를 반으로 잘라서 가져가게 하겠다는 것일까?

 

작품이 먹을 수 있는 바나나라서 더 황당한 사건도 있었는데, 행위예술가 데이비드 다투나(David Datuna)가 이 행사 마지막 날 배고프다, 이 바나나 작품을 떼어서 먹어버린 것이다. 무려 14000만원짜리 바나나를. 한 끼 식사도 안 될 바나나를 먹고, 지불하기엔 가혹할 정도로 비싼 음식값(?) 아닐까? 이것은 작품을 훼손하는 일인데, 큰 문제가 되지 않을까? (중기이코노미 객원=안진국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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