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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법원판결과 배치된 이재용 불기소 권고

영장 기각할 때 법원이 범죄혐의 성립 인정했는데 

기사입력2020-06-29 13:05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물산 등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하자, 논란이 커졌다. <사진=뉴시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물산 등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하자,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존 법원의 판단과 배치되는 면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심의위는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조직은 아니다. 대검찰청 예규인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은, 위원회의 심의효력에 대해 “심의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이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는 심의위 결정에 앞선 25일 고발인 자격으로 제출한 의견서에서 “최근 일부 언론은 수사심의위가 마치 기소·불기소를 결정할 수 있는 기구인양 여론을 호도하고 있어 우려”된다며, 심의위의 심의 효력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2018년 도입 이후 8차례 열린 심의위 권고를 검찰이 무시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이기 때문에, 검찰이 심의위의 권고를 충분히 “존중”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심의위의 권고로 인해 검찰의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물산 대상 수사가 끝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검찰이 무시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존재는 법원이다. 당장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과정에서 법원이 범죄혐의 성립을 인정한 것이 부담이다. 심의위 권고를 따를 경우, 법원이 범죄혐의를 인정한 사안임에도 검찰이 불기소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영장 기각할 때 “재판받아야” 언급한 재판부=26일 심의위 결정 이후, 경실련은 성명서를 통해 “기소 의견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안타까움이 크다”고 밝혔다. 또 “지난 구속영장 재판부에서 불구속 결정이 났지만, ‘기본적 사실관계가 소명되었고, 검찰이 그간의 수사과정에서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인다’고 하여 범죄혐의가 성립함을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가 “‘재판을 통해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불기소 권고와 배치된다고 해석될 만한 법원의 판단은 이 뿐만이 아니다. 참여연대는 26일 논평에서 “2016년 법원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제일모직 가치를 높이고, 삼성물산 가치를 낮추려 한 여러 정황을 인정하고, 삼성물산의 주가가 시장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기도 하였다”고 지적했다.

당시 재판은 합병에 반대하는 (구)삼성물산 주주들이 제기했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회사 측에 주식을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이 있었는데, 삼성물산 측이 사들이겠다고 제시한 가격이 적정하지 않다고 보고 소송을 낸 것이다.

소송 당시 삼성 측이 제시한 가격인 1주당 5만7200원이었으나, 법원은 이보다 높은 6만6600원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구)삼성물산 주식의 시장가격이 삼성물산의 시장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본 것인데, 그 과정에서 삼성물산 가치를 낮추려는 몇몇 정황을 인정했다는게 참여연대의 설명이다.

참여연대는 이와 함께 “2019년 7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부적절한 회계처리가 있었다’고 인정했고, 회계사기 의혹과 관련해 삼바 및 에피스 내부 문건을 은폐, 조작하도록 지시하거나 실행한 혐의로 삼성전자 부사장 등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되기도 하였다”는 점도 지적했다. 삼성물산 합병과 회계부정 의혹을 두고 이미 내려진 법원의 판결이 이미 위법성으로 향하고 있으며, 이 위법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과정에서 비용을 줄일 목적으로 행해졌다는 해석이다.

승계 과정에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피해를 입은 데 대해,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주장도 있다. 6월 초 민변과 참여연대가 공동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김남근 변호사는 삼성이 국민연금에 대한 업무상 배임죄의 공범으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는 과정에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직권남용죄와 업무상배임죄로 이미 처벌받은 상황이다. 김남근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삼성측이 적극적으로 찬성하도록 유도했던 것”이라며 삼성 측에 책임이 있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이미 내려진 법원의 결정을 근거로 삼았다. 

결국 이재용 부회장 등에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지속할 지 여부는 심의위에 대한 “존중”과 기존 법원의 판단에 대한 선택 문제가 되는 모양새다. 검찰이 정치적 부담 대신 사법 정의만 바라볼 수 있을지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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