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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를 보호하는 만큼만 소상공인 지원해라

퇴직금·주휴·연차 배제하는 ‘초단시간노동자 차별법’ 개정해야  

기사입력2020-07-25 00:0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 A, 1주일에 화·목·토 각각 4.5시간씩 13.5시간 일한다. 그래서 받는 A의 시급은 최저임금 8590원, 주급으론 11만5965원. 근무일수에 따라 다소 바뀌지만 월급을 약 70만원 받았다.

6개월 전만해도 70만원 가까이 되기도 했던 월급이다. 사장의 요구로 근무시간을 1일 30분씩 1주일에 1.5시간 줄였을 뿐인데, 월급은 60만원 조금  넘는다. 시간급과 주급은 그대로인데, 월급이 약 10만원 감소했다. 이전 월급에 포함됐던 주휴수당이 사라져 발생한 결과다.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A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다른 편의점으로 옮기려했지만, 그 곳 사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청년세대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이 지난 6월25일 고용노동부 앞에서 초단시간노동자 차별 해소를 위한 최저임금 협상을 요구하는 전국 집중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사진=청년유니온 제공>
사장한테 월급을 조금 올려달라고 항의라도 해볼까했지만, 그만뒀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나가라’는 사장 말 한마디면, 법적 구제방안이 없다는 말을 들어서다. 요즘 흔히 듣고 볼 수 있는 ‘알바’의 설움이다. 답답해하는 A의 처지를 헤아려주는 주는 친구도 있지만, 그 정도 불이익은 감수하라는 지인 또한 많았다. 1주일에 3일간 14시간도 근무하지 않으면서, 주휴수당까지 달라는 건 과도한 요구라는 핀잔을 받기도 했다. 

노동시간이 짧으니 근로기준법이 정한 주휴일, 주휴수당을 주지 않는 게 당연하다는 사고. 편의점 사장이야 그럴 수 있다. 임금은 곧 비용이란 현실적인 이유가 있으니. 그런데 모친 병수발로 짧은 시간 일할 수밖에 없는 A의 사정을 잘 아는 지인들까지 동일한 생각을 한다. 이들 지인 대다수는, 자신들에게는 권리인 주휴수당이, A에게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차별로 인식하지 않는다. ‘노동자의 기본적 생활 보장을 넘어 향상시키겠다는 근로기준법도 같은 입장이니, 이해하지 못할 상황은 아니다. 

A의 고용형태는 근로기준법 제18조제3항이 정한 초단시간노동자다. 4주를 평균해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미만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은 주휴일과 연차유급휴가를 보장하지 않는다. 퇴직급여보장법 제4조제1항에 따라 퇴직금 청구권도 인정되지 않는다. 

청년세대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이 경제활동인구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 2월 초단시간노동자가 100만명에 근접했다(95만9000여명). 이들 중 편의점·카페·음식점 등 영세사업장 초단시간노동자 대부분이 편의점 사례와 같은 쪼개기‘ 근로계약 대상자다. 동일한 사업장에서 동일한 노동자가 동일한 노동을 제공함에도, 1주 15시간을 기준으로 노동의 가치(임금)가 달라진다. 양심적인 사업주까지 생존을 위해 경쟁사업주의 편법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비정상적인 노동시장,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1주 노동시간이 15시간 미만이란 이유만으로, 초단시간노동자 100만명에게 주휴일·연차·퇴직금 적용 모두를 배제하는 게 사회통념에 비춰 합당한가. 1주일에 16시간을 일하면 전부를 주고, 14시간 노동하면 모두를 빼앗는 법규정이 타당한가. 산업생태계 먹이사슬 가장 낮은 지위를 가진 편의점주 지불여력까지 고려하더라도, 이 같은 현실과 법규정은 정의에 반한다. 무엇보다 우리 헌법이 명문으로 금지한 명백한 차별이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초단시간노동자와 1년미만 근무자에게 퇴직금청구권을 보장하는 퇴직급여보장법 일부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하지만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한 프랜차이즈·외식업계 등 소상공인단체의 거센 반발로 국회 통과가 쉽지 않다. 퇴직금부터 막혔으니, 주휴수당과 연차까지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퇴직급여보장법 일부 개정안을 반대하는 소상인단체에 제안한다. 초단시간노동자에게 퇴직금·주휴수당·연차 모두를 보장하고, 그 이상의 재정지원을 정부에 요구해라. 정부가 돈이 없다는 변명, 거짓말이다. 재정이 부족한 이유는 불로소득을 포함 모든 형태의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지 못하고, 조세부담능력에 따라 공평하게 배분하지 못해서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영세중소기업의 생존과 안위보다 재벌대기업을 더 챙기는 정부정책이 을과 을 간의 다툼을 만들었다. 전자가 벼랑 끝에 섰음에도 침묵하는 동안, 후자가 곳간은 더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낸 결과다. 

지난 22일 정부가 소액 또는 개미 주주에게 주식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된 ‘2020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주식투자에 따른 차익 5000만원까지는 양도세를 내지 말라고 했다. 기획재정부가 당초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2000만원으로 정했다가,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면제기준이 5000만원까지 올라갔다. 주식투자로 5000만원을 버는 이를 개미라 칭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불로소득과 다름없는 5000만원에 세금을 한푼도 매기지 않겠다는 게, 문재인 정부다. 아직까지 정부 곳간이 비지 않았다는 신호다. 

그래서 다시한번 강조한다. 퇴직금·주휴수당·연차 지급이 부담스런 소상공인단체. 지금 당장 정부에 요구해라. 더도 말고 개미를 보호하는 만큼만 지원해달라고. 아울러 경고도 해라. 정부지원이 충분하지 못하면 실력행사를 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도 보여라. 그래야만 편의점주와 알바생은 공동의 목표를 가질 수 있고, 그 결과 을과 을 간의 공존공영도 가능하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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