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 회장, 일감몰아주기로 검찰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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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포토·인포그래픽 허영인 SPC 회장, 일감몰아주기로 검찰고발 공정위, 경영권 승계 목적 통행세 거래 적발

기사입력2020-07-29 15:48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공정위가 통행세 거래로 계열사를 부당지원했다는 이유로 SPC그룹 허영인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사진=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SPC그룹 허영인 회장과 경영진, 파리크라상 등 계열사 3곳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통행세 등을 통해 계열사 SPC삼립을 장기간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이유에서다. 계열회사 3곳에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647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허영인 회장이 “현 기업집단SPC 총수로서 통행세거래에 직접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또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과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이사 역시 통행세 거래에 관여했다고 고발 이유를 들었다.

공정위 조사결과, SPC 그룹은 계열사간 거래에 아무 역할 없는 SPC삼립을 중간에 넣어 이익을 챙기는 이른바 통행세 거래로 부당지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SPC그룹의 제빵계열사 파리크라상과 에스피엘, 비알코리아는 2013년부터 2018년 사이 계열사 밀다원이 생산한 밀가루 2083억원을 직접 구매하는 대신 아무 역할이 없는 SPC삼립을 통해 구매했다. 공정위는 “심지어 비계열사 밀가루를 사용하는 것이 저렴”한데도, 2017년 사용량의 97%를 삼립에서 구매했다고 지적했다.

또 2015년부터 2018년 사이 에그팜, 그릭슈바인 등 계열사가 생산한 계란 등 원재료와 완제품 2812억원도 삼립을 통해 구매했다.

이 과정에서 삼립은 아무 역할 없이 9%의 마진을 올렸다. 공정위는 3개 제빵계열사가 삼립에 부당지원한 통행세를 381억원으로 봤다. 이 밖에 주식의 저가양도와 판매망 넘겨주기 등을 통해 7년간 414억원이 부당지원됐다는 설명이다. 이는 같은 기간 삼립 영업이익의 25%, 당기순이익의 32%에 달한다.

삼립은 장기간 통행세거래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격히 증가하고 주가도 상승했으나, 3개 제빵계열사가 판매하는 제품의 소비자가격이 높게 유지돼 소비자 후생이 크게 저해됐다.

또 잼과 같은 원재료 시장의 기존 사업자는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통행세거래와 타 업체 진입 봉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삼립에 대한 부당지원이 경영권 승계와 연관있다고 봤다. SPC그룹은 총수일가 지분 100%인 파리크라상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부당지원을 받은 삼립은 상장사다.

그런데 “내부자료에 의하면, 삼립의 주식가치를 높인 후 2세들이 보유하는 삼립 주식을 파리크라상에 현물출자하거나 파리크라상 주식으로 교환하는 등의 방법으로 파리크라상의 2세 지분을 높일 수 있으므로,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립의 매출을 늘려 주식가치를 제고할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파리크라상에 직접 현금을 출자하는 대신, 삼립 지분을 이용할 의도로 가치를 높였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대기업집단이 아닌 중견기업집단의 부당 지원행위를 시정함으로써 기업집단의 규모와 무관하게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내부거래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아울러, 폐쇄적인 통행세 구조 등으로 지원객체에게 귀속됐던 이익이 법 위반행위 시정을 통한 거래단계 간소화, 개방도 향상 등으로 소비자나 중소기업에게 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