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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지주회사 CVC 보유 가능, 금산분리 원칙은

시민단체 “총수일가 특혜 우려” vs 재계 “더 풀어야”  

기사입력2020-07-31 20:13
지난 6월 정의당 민생본부, 경실련, 참여연대, 한국노총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벤처투자에 대한 규제 완화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중기이코노미
“대기업이 적정 대가를 지불하고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합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한 전국 73개 지역상의 회장단이 공동으로 7월 1일 발표한 ‘21대 국회의원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에 나오는 문구다. 상의회장단은 이같은 이유로 정부에 대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탈(CVC) 설립 허용을 제안했다. 

대기업이 벤처기업의 상품·서비스를 모방한 뒤 저가공세로 시장을 장악하거나, 인력 빼가기를 통한 기술탈취는 한국 벤처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전형적인 불공정행위 유형이다.   

이런 불공정행위가 관행화된 현실에서, 정당한 대가로 벤처기업을 인수하도록 해야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모두 살 수 있다는 건 정당한 주장이다. 그러나 방법론에서 의견이 갈린다. 지난 6월 정의당 민생본부·경실련·참여연대·한국노총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대해 벤처투자 규제완화 정책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 바 있다. 재벌에 대한 규제완화일 따름이란 취지다.

반대를 의식해서인지 정부는 30일 대기업 대상 CVC 규제완화 방침을 발표하면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총수일가에 대한 특혜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반대로 전경련 등은 규제를 더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기업 CVC, 이미 있다 

대기업의 CVC ‘설립 허용’이란 말은 엄밀하게 보면 틀린 표현이다. 대기업집단은 이미 CVC를 보유해, 펀드를 조성하거나 벤처기업에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정부가 발표한 대기업 대상 CVC 규제완화 방침 자료의 제목이, ‘일반 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 추진방안’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행법상 금지된 것은 일반지주회사의 CVC 소유다. “금융·산업간 상호 소유·지배를 금지하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가 금융회사인 CVC를 보유할 수 없을 뿐이다. 그러나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아니면서 대기업그룹의 계열사인 회사들이 많다. 대기업들이 현재 CVC를 보유할 수 있는 이유다.

지주회사 체제인 대기업집단 중에는 롯데·CJ·코오롱·IMM인베스트먼트 등 4개그룹이 지주회사 체제 밖 계열사로 CVC를 보유 중이다. 이 밖에 SK와 LG는 해외 CVC를 지주회사가 직접 보유하고 있다. 일반지주회사의 금융회사 보유금지 규정은 국내법인에만 적용돼, 해외 CVC를 보유하는 길도 열려있다.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대기업집단인 삼성과 카카오 등 9개 그룹도 11개의 CVC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정부 발표는 대기업의 CVC 보유를 최초로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지주회사가 CVC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금산분리 우려 수용해 “제한적” 허용

일반지주사의 CVC 보유를 허용하는 이유로, 정부는 대기업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벤처투자를 촉진하고, 대기업의 신산업 진출을 활성화해 벤처생태계를 질적으로 제고할 수 있다고 한다. 

금산분리 완화나 총수일가 사익편취 등 우려를 반영해 다양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먼저 CVC의 타인자본 활용을 제한하기 위해 일반지주회사가 지분을 100% 보유한 완전자회사 형태로 설립토록 했다.

또 CVC가 조성하는 펀드에 총수일가나 금융계열사의 출자를 금지하고, 외부자금 출자는 펀드의 최대 40%로 제한했다. 아울러 총수일가 지분보유 기업에 대한 CVC 투자를 금지했고,대기업 계열사에 투자하는 것도 막았다. 

“재벌 특혜” vs “더 풀어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30일 논평을 통해 “총수일가 지분보유 기업 및 계열회사 투자금지 등 역시 그동안 재벌 총수들이 저지른 각종 편법·위법 사례에서 보듯 얼마든지 우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CVC 소유 허용이 향후 추가적인 규제완화로 이어져 “재벌 대기업의 벤처시장 잠식과 총수일가에 대한 특혜규정 연쇄 도입의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경실련 역시 “손자회사가 자회사인 CVC의 펀드에 출자하게 된다면 사실상 손자회사와 자회사 사이에 순환출자가 형성되는 것”이라며 “사실상 순환출자를 재도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계의 평가는 정반대다. 배상근 전경련 전무는 “CVC를 지주회사의 완전자회사 형태로 설립하게 한 점, CVC의 부채비율을 200%로 제한한 점, 펀드 조성시 외부자금을 40%로 제한한 점은 정책의 실효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회 논의과정에서 추가적인 규제완화를 기대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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