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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오염되고 파괴되는 자연의 재해석과 재탄생
신예 작가 발굴 프로젝트…이은비 작가
- 기사입력2020-10-03 14:00
김찬용 전시해설가 (art_inside@naver.com)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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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acrylic on canvas, 65.1×90.9cm, 2017.단테는 자연을 신의 예술품이라고 일컬었다. 휴가철이 다가오면 설레는 마음으로 절경의 산과 광활한 바다를 찾아 휴식을 하며 위안을 얻는 게 우리네 일상이지만, 특히나 올 한 해는 그 사소한 일상마저도 누리기 힘든 상황을 견뎌내고 있다.
힘겨운 2020년, 생존을 위해 우리가 놓칠 수밖에 없었던 일상 속 자연의 모습을 전하는 작가가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에너지가 필요한 현재의 우리에게 자연과 교감하며 얻은 자신만의 예술언어로 말을 거는 작가 이은비의 작품을 만나보자.
Q. 간단히 자신의 소개를 해달라
저는 자연의 영감을 받아 상상의 공간을 그려내는 이은비 작가입니다.
Q. 자신의 작품세계를 소개한다면
‘자연’을 치유의 공간이자 에너지를 주는 존재로 해석하고, 이를 저만의 방법으로 작품 속에 담아내고자 합니다. 모든 생명의 원천인 거대한 자연, 그리고 일상 속에서 느끼는 자연의 모든 기록들이 제게 영감을 주는 요소인데요. 주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자연의 생성과 소멸, 이로부터 느껴지는 신비한 힘과 경이로움을 중점적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특히 자연물들의 어우러짐 속에서 시간과 계절의 흐름에 따른 변화들, 장소의 특성에 따른 차이 등은 시선을 멈추게 하는 소재입니다.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떠오르는 감정들과 순간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색이 만드는 분위기, 리듬감을 형성하는 패턴들, 이러한 상상의 이미지들을 하나 둘 쌓아가며 기록해 작품 내에서 마치 유토피아와 같은 공간을 형성합니다.
Q. 일상의 자연들을 재해석해 유토피아적 표현을 한다고 했는데, 그와 같은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는가?
저는 자연으로부터 느껴지는 감정들에 집중을 하면 마음이 평온해지거든요. 내가 자연 속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 저를 둘러싼 자연의 아름다운 색들에 주목하게 돼요. 그리고 이런 색감들이 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는 것 같아요.
제가 자연으로부터 받은 찰나의 긍정적인 느낌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를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스토리를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형태로 표현해서 간직하고 싶었어요. 이러한 고민들이 자연의 재해석과 유토피아적 공간으로의 재탄생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죠.
Q. 자신의 작품세계가 잘 담긴 작품을 추천해 준다면?
작업에 대해 좀 더 깊어진 계기가 된 작업 ‘그린벨트’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자연의 맑은 기운들을 더 잘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밝은 부분만큼이나 어두운 이면들도 그만큼 잘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간의 욕심으로 무분별하게 오염되고, 파괴되어 가는 자연을 직면하는 것처럼요. 그러다 보니 마음이 많이 무거워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두려움의 감정들을 단순히 어둡게 표현하는 대신, 작품 활동을 통해 이를 긍정적으로 극복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전하는 지역을 일컫는 ‘그린벨트’가 떠올랐어요. 자연의 조각들이 어우러져, 보호하는 모습을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작업을 시작했어요. 자연의 기운들이 모여, 스스로를 지켜내는 큰 힘을 만드는 모습과도 같죠.
‘greenbelt’, acrylic on canvas, 33.4×24.2cm, 2020.Q. 감상자는 작품을 통해 무엇을 느끼길 원하는가?
어느 누구든 간에, 제 그림을 보는 순간만큼은 힘을 얻고, 위로받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저 스스로도 작업을 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얻어요.
저는 가장 맑은 정신으로 작품에 임하기 위해, 대부분의 작업을 아침에 시작해요. 그래야 작품에 좋은 에너지를 잘 담아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이렇게 담아낸 에너지가 작업을 통해 다른 이에게도 잘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Q. 주로 아크릴 물감을 주재료로 사용하는데, 선호하는 재료가 있는가? 있다면 그 이유는?
거의 모든 작업에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테이프의 찢어진 단면을 이용해 형태의 선을 만들고, 그 위에 물감을 쌓아올립니다. 이런 물감의 중첩을 통한 표현은 아크릴이 가장 잘 맞았어요. 물감의 건조 속도와 아크릴의 고무 성질이 어우러져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장 잘 나타났거든요.
제가 느낀 감상들을 저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표현하고 싶었고, 그렇다고 간결한 색으로만 표현하기엔 아쉬움이 느껴져서, 물감의 중첩이라는 방식으로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물감의 겹치는 모습이 마치 스티커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실제로 전시할 때면 많은 분들이 스티커를 붙인 거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특유의 두께감 때문에 마치 콜라주를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해서 재미있어요.
Q. 작품이 구상과 추상의 경계선에 있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앞으로는 어떤 작품을 준비할 계획인가?
경쾌함과 차분함이 공존하는 작업들을 해 나가려고 해요. 기본적으로는 그린벨트 시리즈의 차분한 기조를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고요. 특히, 다양한 느낌을 주는 그린벨트 시리즈 작품들이 한 데 모였을 때, 느껴지는 ‘아우라’를 만들어내고 싶어요. 각각의 그린벨트 작품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웠을 때, 그 공간이 마치 하나의 청정구역이라는 느낌이 들 수 있게요.
더불어, 생동감이 넘치는 작품도 선보이려고 합니다. 100호 크기의 작업으로 저만의 비비드하면서도, 조화로운 색감이 느껴지는 작업을 진행할 거예요. 작품 속에, 다양한 색상들을 통해 넘치는 에너지를 담을 예정입니다.
Q. 마지막으로 작가 이은비의 꿈은 무엇인가?
저마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만들어 나가는 모든 작업들이 단순한 미술작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사회에 작더라도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작업을 하면서 더 큰 보람을 느끼고, 작업에 더 책임감을 갖고 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일종의 선순환이죠.
어느 누구에게든 따뜻한 위로를 건넬 수 있는 그림으로, 세상에 좋은 영향을 전달하는 작가이고 싶습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찬용 전시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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