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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중고차시장 진출, 중기부가 불허해야

중고차 ‘시장실패’와 소비자보호…규제·당근으로 보완해야한다 

기사입력2020-10-15 00:0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현대자동차의 중고차시장 진출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 등 중고차업계가 가족 포함 30만명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저항하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다. 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워낙 깊어, 재벌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이란 프레임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오히려 신차시장 70~80%를 독과점한 현대차그룹이 여론몰이를 주도한다. 현대차 김동욱 전무는 지난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중고차시장에서 제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포함해 70∼80%는 거래관행이나 품질평가, 가격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며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완성차가 반드시 (중고차 매매)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현대차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다. 같은 날 국감장에서 박영선 중기부장관도 “오픈 플랫폼을 만들어 중고차를 관리하게 되면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도 차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뢰할 수 있어서 좋고, 중고판매업도 그동안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맞장구쳤다. 이어 “현대·기아차가 중고차판매업에 진입해서 이익을 내려고 하면 이 일은 성사되지 않는다”며 “이익없이 이븐 포인트(even point·손익분기점)로 가야한다”고 밝혀 조건부 허가 방침을 시사했다. 

동반성장위원회도 지난해 11월 중고차업계가 제출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신청에 대해 부적합 의견을 냈다. 산업경쟁력과 소비자 만족도 제고를 위해 대기업·중견기업에게 중고차시장의 문을 열라는 결정이다. 중기부가 부적합 의견을 받아들이면, 2013년 이래 중고차업계를 보호했던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란 울타리는 사라진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회장 곽태훈)는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사옥 앞에서 지난 1일부터 시작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결사반대 1인시위에 이어 9인집회를 시작했다고 9일 밝혔다.<사진=뉴시스/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제공>

이렇게 되면 중고차시장 판도가 현대차 등 대기업 독과점시장으로 재편되는 건 시간문제다. 현대차가 오픈 플랫폼을 만들고, 기존 중고차업자에게 플랫폼을 개방해도 시장구조는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원청업체’ 지위를 갖고, 기존 중고차업체를 ‘하청업체’로 복속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산업생태계의 고질적 병폐인 수직·종속적 원하청구조가 중고차시장에 그대로 이식된다는 의미다. 

우리 산업생태계의 원하청구조를 수직·종속에서 수평·대등하게 전환하지 못하면, 대·중소기업 간 경쟁력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규모에 따른 임금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격차, 비정규직 남용 또한 대기업 편중 산업생태계가 만들어낸 쓰레기다. 그럼에도 지금 이 시점에, 중기부는 중고차시장에까지 대기업 독과점체제를 용인하겠다고 한다. 대기업 편중의 산업생태계를 더욱 고착화하려는 정책이 온당한지 재검토해 줄 것을 촉구한다.

현대차가 중고차시장 진출 명분으로 내세우고, 중기부도 인정하는 ‘시장실패’의 직접적인 원인이 중고차업계에게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시장실패를 방치했던 정부에게 면죄부를 준 게 동반성장위의 결정이다. 이어 중기부까지 그 책임 전부를 중고차업계에 전담시키려는 처사는 부당하고 가혹하다. 중고차시장은 수요·공급자 간 정보비대칭이 상존하는 ‘레몬시장’으로, 우량품보다 불량품이 시장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적절한 규제와 당근을 통해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등 중고차시장을 정상화하지 못한 책임, 당연히 정부의 몫이다. 6000여개 중고차업체에 5만5000여명 종사자, 가족까지 포함해 30여만명의 생존권 보장책을 내놔야하는 이유다. 

현대차가 중고차시장에 진출한다고 레몬시장 본래의 특성은 변하지 않는다. 시장진입 초기 현대가 ‘평판’ 유지를 위해 기존 중고차업체보다 중요하고 많은 정보를 시장에 공개할 수 있다. 아울러 중고차매매에 따른 사후관리 시스템 또한 지금보다 고객에게 최적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현대차 독과점이 심화되는 그만큼, 사후관리 시스템을 수요자 중심에서 공급자 중심으로 바꾸는 게 자본의 속성이다. 현대차가 장기 지속적으로 양질의 많은 정보를 시장에 제공한다는 보장 또한 없다. 중고차 정보를 공급자가 생산·분배하는 레몬시장 자체를 규제하지 않는 한 그렇다. 결국 중고차시장을 현대차와 기존 중고차업체 중 누가 지배하든, 정부 개입이 전제돼야만 시장실패를 보완할 수 있다. 

현대차가 중고차시장에 진출하면 시장실패를 바로잡고, 소비자 후생이 커진다는 주장은 인과관계가 전혀없는 가설에 불과하다. 현대차에게 중고차시장 진입을 허가했을 때 얻은 경제적 실익이 불분명하다는 말이다. 반면 현대차 진입으로 중고차업계 구조조정과 그에 따른 업계 종사자 및 가족의 생존권 문제, 중고차시장 생태계 왜곡 등 예상되는 피해는 너무 막대하고 분명하다. 

현대차의 중고차시장 진입과 그에 따른 득과 실, 꼼꼼하게 고려해 결정해 줄 것을 중기부에 당부한다. 덧붙여 2018년 기준 자산총액이 356조5323억원, 매출은 254조7976원에 달하는 현대자동차그룹. 20조원에서 30조원으로 추정되는 소상공인의 밥그릇을 빼앗기에는 너무 덩치가 크지 않은가. 글로벌기업에 걸맞게 수소·전기·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미래차에 집중해,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높여 줄 것을 촉구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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