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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정기국회에서 매듭지어야

국민의힘도 대놓고 반대하지 못하는데…정부·여당이, 왜? 

기사입력2020-11-19 00:01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사망사고 등 업무상 중대재해를 유발한 행위자 또는 사업주에게만 책임을 묻는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할 것인가. 아니면 업무 관련성 유무와 관계없이 산업·시민 재해에 책임있는 당사자 및 관련자까지 모두 처벌 가능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할 것인가. 

전혀 쓸데없는 문제로 더불어민주당이 고민 중이다. 집권여당이 전자와 후자 중 하나를 골라야한다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일 수밖에 없다. 중대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여야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은 선택지가 될 수 없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과 산안법 개정안 시행 이후, 중대재해 예방이란 실효성 측면에서 양자는 비교 자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의당과 국민의힘 등 야당과의 관계를 고려하고, 향후 정국안정을 위해서도 선택지는 중대재해처벌법이어야 한다. 

김용균법(산안법)이 올해 1월6일부터 시행됐다. 생전에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고자 했던 고 김용균 노동자. 탄가루 날리는 지하에서 사망한 청년 김용균을 대신해, 그의 어머니가 대통령을 만났다. 그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만든 김용균법이다. 그런데도 위험의 외주화는 멈추지 않았다. 매일 7명이상의 노동자가 출근했지만, 퇴근하지 못하는 전쟁터도 그다지 바뀌지 않았다. 김용균이 참변을 겪었던 그 자리를, 또다른 비정규직노동자가 채웠을 뿐이다. 

‘김용균법에 김용균이 없다’는 노동계·시민사회의 문제제기에 정의당이 먼저 답했다. 지난 6월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사업주에게 안전·보건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반해 사망사고를 낸 경우 3년이상 징역 또는 5000만원이상 10억원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이다.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국민연대 소속 의원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수처, 공정경제 3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강 의원 발의안에 따르면 사망사고시, 안전·보건 의무를 사업주가 모두 이행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손해액의 3배이상 10배이하 배상책임을 부담해야한다. 또 발의안은 법 위반에 따른 처벌대상을 사업주로 제한한 산안법과 달리 공무원으로까지 확대했다. 공무원의 직무방임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감독이나 인허가 권한을 가진 공무원도 처벌받도록 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정의당이 깃발을 들었지만, 민주당이 받아 마무리 짓는 모양새였다. 지난 12일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만해도 그랬다. 박 의원 발의안에도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공무원으로 처벌대상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50인미만 사업장에 법 적용시점을 4년 유예하는 조건이 붙었을 뿐, 골격과 내용 모두 정의당 강은미 의원 발의안과 유사하다. 

중대재해처벌법 국회통과는 시간문제로 보였다. 정의당과 민주당이 낸 입법 형식(제정)과 내용(기업범죄 처벌)이 다르지 않았고, 뜻밖의 우군도 등장했다. 20대국회 당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에 반대했던 국민의힘(자유한국당) 김종인 비대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가 입장을 바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 협력하기로 했다. 정의당과 민주당 그리고 국민의힘까지 3당 합의에 의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까지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사고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17일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이 안전·보건 조치를 위반한 사업주에 대해 형사처벌과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산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산안법보다 강력한 제재수단인 중대재해처벌법을 통해 중대재해를 막아야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장철민 의원이 먼저 깬 셈이다. 그래놓고 장철민 의원은 산안업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상호 배치되지 않는 보완입법이란 억지까지 부린다. 

오락가락하기는 민주당 지도부도 마찬가지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올 정기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김태년 원내대표는 산안법은 환노위, 중대재해처벌법은 법사위에서 각각 협의하도록 했다. 김태년 원내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이 아닌 산안법 개정을 도모한다는 분석은 그래서 나온다. 

이제라도 민주당은 중대재해처벌법을 당론으로 정해야한다. 국민의힘도 대놓고 반대하지 못하는 사회적 합의를 민주당이 외면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주로의 입증책임 전환, 형사 및 민사 제재 수준 대폭 강화 등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실질적 방안이 중대재해처벌법에 담겼다. 1년에 2000명이상 노동자가 죽어나갈 수밖에 없는 산업현장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실험적 대안이기도 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공언대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완결지어야 한다. 올해 특히 잇따르는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로, 산업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재계·경영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이 선뜻 기업의 손을 들어주지 못하는 것도 이같은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집권여당이 마음먹고 밀어붙이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이 어렵지 않다는 뜻이다. 법 적용 유예기간을 포함 정의당과 조율과정을 거쳐, 가장 빠른 시간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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