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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술법…기술만 보호, 노동자건강은 외면

20대 국회가 만든 독소조항, 21대 국회가 모두 삭제해야  

기사입력2020-11-19 18:32

지난해 개정된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은 산업기술 보호를 통해 국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제정한 법이다. 하지만 입법목적과 달리 기업의 정보 공개를 제한하면서, 국가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노동자 생명·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기업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삼성반도체 노동자 백혈병 피해 사건이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보듯이, 책임을 묻거나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는 일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을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이소영 의원과 정의당 류호정 의원, 국회생명안전포럼(우원식 대표의원),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 등이 19일 국회에서 개최한 ‘산업기술보호법의 문제점과 개정방향’ 토론회. 이날 법률사무소 지담의 임자운 변호사(반올림 활동가)는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이 ‘국가핵심기술’을 지정하는 방식이 대단히 추상적이고 광범위하다보니, 관련 정보의 공개 논란에 엮이기 싫어하는 공공기관이나 그 정보의 비공개를 바라는 기업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꽃놀이판’이 마련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국가핵심기술이라면 사람 안전·생명 해하는 정보라도 ‘공개불가’

 

20대국회에서 통과된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에 신설된 제9조의2(국가핵심기술의 정보 비공개)와 제14조의8(산업기술의 유출 및 침해행위 금지)은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다. 작업환경이나 산업재해 관련 직업병을 입증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활동이, 이들 독소조항에 따라 범죄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기술보호법 제9조의2는 모든 공공기관으로 하여금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이기만 하면 예외없이 공개할 수 없도록 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임 변호사는 “정보공개청구 절차는 물론이고, 각종 소송절차 및 국회 감·조사 절차 등에서도 이 조항이 주장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들도 이 조항을 앞세우며, 관련 정보의 은폐를 정당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자들의 백혈병이 발병됐던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사용되는 기술인 ‘30나노급 이하 파운드리에 해당되는 공정·소자기술 및 3차원 적층 형성기술’, ‘30나노 이하급 D램에 해당되는 설계·공정·소자기술 및 3차원 적층형성 기술’ 등은 국가핵심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반도체공장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 ‘공정안전보고서’,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안전보건 진단 보고서’, ‘특별감독 보고서’ 등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로, 이들 국가핵심기술 핑계를 댔다. 

 

임 변호사는 “이번 법 개정으로 정보공개법과 관련 판례들이 면밀하게 따져온 정보공개 기준들은 모두 무력화되고, 국가핵심기술과의 관련성만 인정되면 이유불문 비공개가 됐다”며 “설령 기업의 영업비밀과 무관한 정보라 할지라도, 심지어 그 정보를 은폐함으로 인해 사람의 생명건강에 심각한 위험이 발생하게 된다 해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산업기술 보유한 사업장 대상 공익적 활동을 압박하는 수단

 

산업기술보호법 제14조의8은 산업기술이 포함된 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다른 용도로 그 정보를 사용하거나 공개할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규정했다. 3년이하 징역 또는 3억원이하 벌금과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도 져야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임 변호사는 이 조항은 산업기술을 보유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모든 공익적 활동을 민·형사적으로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산업기술 관련 소송 등의 절차를 통해 사업장 내 중대한 유해·위험 요인에 관한 정보를 취득한 자가 공익적 목적으로 그 유해성을 알리려 할 때, 사업주는 일단 그 행위가 우려된다는 이유만으로 수사기관에 어떤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또한 제34조(비밀유지의무)에 따라 비밀유지 대상자는 국가핵심기술과 관련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도용해서는 안된다. 제34조의10에서는 정보공개 청구, 산업기술관련 소송 업무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산업기술에 관한 정보를 알게 된 자 또한 비밀유지의무를 준수해야한다. ‘부당한 목적’이라는 요건을 따로 정하지 않아 누설 자체가 처벌대상이 된다. 

 

개정방향, 독소조항 삭제가 최선 

 

임 번호사는 문제조항으로 지목된 ‘제9조의2’, ‘제14조 제8호’, ‘제34조 제10호’ 모두 삭제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핵심기술 관련 정보 중 특별히 비공개 대상이 되어야 할 정보는 ‘정보공개법’ 제9조제1항 제2호 혹은 제7호에 따라 보호될 수 있다. 산업기술 유출 및 침해에 관한 소송에서 취득한 정보의 사용·공개 역시 이미 산업기술보호법상 비밀유지명령 제도(제22조의4)를 통해 법원이 그 목적과 필요 범위를 판단하여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정을 한다면, 제9조의2에서 원칙적 비공개 대상 정보를 제한적으로 설정해야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정보공개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업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위해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 위법·부당한 사업활동으로 국민의 재산 또는 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 등은 예외적 공개 대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임 변호사는 산업기술보호법에 ‘산업기술의 유출 및 침해에 관한 소송’의 범위를 명확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당 소송을 통해 취득한 산업기술의 구체적 운용에 관한 정보를 그 소송 외에서 사용·공개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하더라도, 공익적 목적의 사용·공개까지 금지하는 것은 역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기술 보호를 위해 소송 목적 외의 사용·공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더라도, 이를테면 사람의 생명·건강 보호를 위한 사용·공개는 가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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