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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고용관계…하청 노동자 단체행동권 보장

사회 윤리·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면 위법성 성립 안돼 

기사입력2020-11-25 10:25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하청노동자가 원청사업장서 파업하면]대법원은 수급인 소속 노동자들이 수급인을 상대로 한 쟁의행위(집회·시위 등)를 도급인 사업장에서 한 경우, 이를 무조건 업무방해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최근 판결했다(대법원 2020.09.03. 선고, 20151927)

 

대법원의 판단=재판부는 첫째, 도급인의 사업장은 수급인 소속 노동자들이 근로를 제공하는 삶의 터전이 되는 곳이고, 쟁의행위 주요 수단 중 하나인 파업이나 태업이 도급인 사업장에서 이루어 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아울러 수급인 소속 노동자가 제공하는 근로에 의해 이익을 누리는 도급인으로서는,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쟁의행위로 인해 일정 부분 법적이익이 침해되더라도 사회통념상 이를 불가피하게 용인해야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수급인 소속 노동자의 쟁의행위로 도급인의 형법상 보호되는 법익이 침해될 경우, 그것이 항상 위법한 것은 아니며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면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다.

 

위법성 조각사유를 판단함에 있어 재판부는 쟁의행위의 목적과 경위 방식과 행위 태양 해당 사업장에서 수행되는 업무의 성격과 사업장 규모 쟁의행위 참여 노동자 수와 이들이 쟁의행위를 행한 장소 또는 시설 규모·특성과 종래 이용관계 쟁의행위로 인해 도급인의 시설관리나 업무수행이 제한되는 정도 도급인 사업장 내에서의 노동조합 활동 관행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한다고 적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쟁의행위 경위에서 단체교섭 결렬 후 노동위 조정 불성립에 따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에 돌입했고 임금인상과 성실교섭 촉구를 위해 조합원의 단결을 유지하고, 쟁의행위 참가와 정당성을 호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호 선창이나 노동가 제창 등 집회시위에서 통상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을 이용했으며, 3일간 비교적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폭력이나 시설물 파괴없이 평화로운 방식으로 진행한 점 쟁의행위를 행한 장소 또는 시설의 특성을 보더라도 평소 수급인 소속 노동자들에게 통행이 자유롭게 보장되는 등 공사의 시설관리권을 배제하는 전면적이고 배타적인 장소가 아닌 점 이 사건 집회 당시 일정한 소음이 발생했으나 다수가 공동 목적으로 회합한 집회 성격상 어느 정도 소음 발생은 불가피하며, 이로 인해 정상적 업무수행에 지장이 초래되었다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수자원공사지회의 도급인 사업장내 집회가 사회 상규에 위반되지 않는 정당한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판단했다.

 

대법원은 수급인 소속 노동자가 제공하는 근로에 의해 이익을 누리는 도급인으로서는,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쟁의행위로 인해 일정 부분 법적이익이 침해되더라도 사회통념상 이를 불가피하게 용인해야한다고 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가 위법성 조각사유라고 판단한 근거 중 하나는 수급인 소속 노동자들이 도급인 사업장에서 쟁의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노조활동의 관행이나 종래 이용관계 측면을 기준으로 공사가 수자원공사지회의 정당한 노조활동 보장을 위해 평소 도급인 사업장 내에 노조사무실을 제공해왔다는 점 이 사건 수급인의 본사나 사무소 위치로 인해 노조 조합원들이 수급인 사업장에서 단체행동권의 실효적 행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정했다.

 

둘째, 위법한 대체근로 저지를 위한 실력행사가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로 정당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실력행사 행위의 경위와 목적 수단과 방법 그로 인한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한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수회에 걸쳐 대체노동자들이 수급인에게 고용된 기존 노동자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시도하였던 점 수급인이나 대체노동자 측에서 직원 신분에 대한 아무런 확인조치도 해주지 아니한 상태에서 업무를 대체하려고 하여 이를 제지하기 위해 실력행사에 나선 점 대체노동자들의 앞을 막고 밖으로 나가라고 소리치는 방식으로 대체노동자들의 청소업무를 방해했으나, 폭력·협박 및 파괴행위로 나아가지 아니한 소극적·방어적 행위인 점에서 수자원공사지회의 대체노동자 투입 저지를 위한 실력행사가 사용자측의 위법한 대체근로를 저지하기 위한 상당한 범위 내에 있었다고 인정된다며 정당성을 긍정했다.

 

판결의 의의=하청업체 노동조합의 쟁위행위가 원청사업장에서 발생했고,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면, 하청업체에 업무도급을 준 원청업체 입장에서는 억울할지 모른다. 근로계약관계 당사자도 아닌 자신의 사업장에서 왜, 임금인상이나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가? 괜히 도급업무 수행에 지장만 초래하고 사업장 이미지만 훼손되는 것은 아닌가?

 

이같은 우려에서 원청업체는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사업장 내에서 파업할 경우, 업무방해로 고소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또 쟁의행위 중인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수급업체를 통해 대체인력을 투입해, 헌법 제33조 제1항이 보장하는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을 무력화시킨 경우가 많았다.

 

이번 판결은 간접고용관계에서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두텁게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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