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한 플랫폼 노동…자영업자 vs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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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알쏭달쏭한 플랫폼 노동…자영업자 vs 노동자 업종별 편차 커…법적지위는 자영업자, 근로형태는 노동자와 유사

기사입력2020-12-04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도심권 서울특별시 노동자 종합지원센터가 3일 개최한 ‘플랫폼 노동자 노동권익과 사회적 대화를 위한 토론회’에서는 플랫폼 노동을 둘러싼 다양한 논쟁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기이코노미

올해 8월 캘리포니아 법원은 우버의 운전자를 임금노동자로 규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 우버 등 플랫폼기업이 주도한 캘리포니아 주민발의 입법은, 우버 운전자의 법적지위를 사실상 독립사업자로 돌려놨다.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새로운 시각·해법 필요

플랫폼 노동을 둘러싼 논란이 한국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제기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국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논란의 핵심은 플랫폼기업과 거래하는 종사자의 법적지위를 자영업자로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임금노동자 지위를 부여할 것인가 여부다. 임금노동자로 인정되면, 노동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자영업자보다 두터운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플랫폼기업 입장에서는 직접고용 등에 따른 추가비용이 발생하기에,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이같은 고민은 도심권 서울특별시 노동자 종합지원센터가 3일 개최한 ‘플랫폼 노동자 노동권익과 사회적 대화를 위한 토론회’에서도 나타났다. 정숙희 센터장은 개회사에서 “4차산업혁명 시대, 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정보의 고도화는 각각의 산업들을 디지털플랫폼으로 연결해 플랫폼 노동을 증가시켰고, 여기에서 발생한 다양한 이슈는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해법을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정의는 물론 현황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권익과 복지향상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쉽지 않았다”며 토론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플랫폼 노동, 개념정의 및 제도설계 사회적 대화로 풀어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문성현 위원장은 플랫폼 노동을 둘러싼 다양한 논쟁의 해법으로 사회적 대화를 제시했다. 축사를 통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플랫폼노동위원회’를 두기로 계획하고 있다”며 “플랫폼 노동에 대한 개념을 정하고, 제도를 설계하는 문제를 사회적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플랫폼 노동 종사자가, 스스로를 자영업자라고 인식하는 비율이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럼에도 업종에 따라서는 근로형태가 임금노동자에 가까운 경우도 많았다. 관련 제도를 체계적으로 정비해야한다는 과제가 남겨졌다.

한국고용정보원 권혜자 연구위원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를 조사한 결과, 스스로를 자영업자라고 인식하는 비율이 높았다. 실제 사업자등록을 낸 경우가 많았다. 조사는 도심권 센터가 올해 여름 2개월간 플랫폼 노동자 557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조사대상 업종은 대리운전, 음식배달, 택배 및 퀵서비스, 가사서비스, 돌봄서비스 등 5가지다.

10명 중 7명이 자영업자, 2명만이 노동자라고 응답

자신의 지위에 대한 주관적인 인식조사 결과, 스스로를 자영업자 또는 프리랜서라고 답한 비율은 70.6%에 달했다. 그럼에도 플랫폼기업과 자신이 체결한 계약이 위탁계약이라고 응답한 종사자는 70%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대리운전자의 56.8%, 음식배달 종사자의 55.6%, 택배 및 퀵서비스 종사자의 38.8%만이 위탁계약임을 알고 있었다. 자영업자라고 응답한 택배 및 퀵서비스 31.8%, 대리운전 13.8%, 음식배달 15.0% 종사자는 자신의 법적지위를 모른다는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위탁계약인지 근로계약인지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택배 및 퀵서비스(34.7%)와 대리운전(30.9%), 음식배달(21.2%)에서 높았다.

조사결과 10명 중 7명이 자영업자라는 응답에 비해 임금노동자라고 답한 비율은 19.0%에 그쳤다. 업종에 따른 차이가 컸다. 임금노동자란 응답이 높은 업종은 가사서비스(29.7%)와 돌봄서비스(22.9%), 택배 및 퀵서비스(21.3%)였다. 음식배달은 17.6%, 대리운전은 9.6%에 그쳤다.

다른 업체에서 동시에 일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는 응답(62.8%)이 높았지만, 22.8%는 아니라고 응답했다. 음식배달(31.2%), 가사서비스(31.2%), 택배 및 퀵서비스(28.8%)에서 전속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대리운전(8.8%)이 가장 낮아, 업종에 따라 전속성에서 차이를 보였다.

근무시간과 근무일, 보수를 본인이 정하는 경우와 플랫폼기업이 정하는 경우도 업종별로 크게 갈렸다. 플랫폼기업이 정한다는 응답은 가사서비스(76.6%)와 돌봄서비스(55.4%)에서 높았다. 대리운전(30.4%), 음식배달(37.6%), 택배 및 퀵서비스(45.6%)에서 상대적으로 낮았다.

업종별 특성 고려해, 보편적·특성별 대책 마련해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고용보험 가입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대리운전(86.3%), 음식배달(75.4%), 택배 및 퀵서비스(61.4%)에서 가입 의향이 높았다. 본인의 비용부담 의향 역시 대리운전(62.7%), 음식배달(53.5%), 택배 및 퀵서비스(32.7%) 순이었다.

권혜자 연구위원은 이런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보편적 대책과 특성별 대책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한 수량에 따라 임금을 받는 “개수제 임금”이 초장시간 근로로 연결되는 메커니즘을 제도적으로 봉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용이나 위탁계약의 표준화와 함께 종사 사실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증빙체계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도심권 서울시 노동자종합지원센터와 같이 지자체 차원의 지원기관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